맥라렌 600LT로 2200km, 쾌감과 고생 사이
맥라렌 600LT로 2200km, 쾌감과 고생 사이
  • 리처드 브렘너(Richard Bremner)
  • 승인 2018.12.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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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프로서(Dan Prosser)가 맥라렌 롱테일을 몰고 38시간 동안 부다페스트와 런던을 이어 달리며 600LT의 정체를 밝혔다

 

나는 맥라렌 600LT를 몰고 2200km의 꼬부랑 도로를 따라 6개국을 주파했다. 이 시승에 앞서 사람들이 이 차에 대해 무엇을 기대할지 잘 알고 있었다. 불꽃 튀게 빠른 스피드와 민첩하고 눈부신 조향능력 등을 말이다. 세상에서 제일 강력한 스포츠 시리즈 모델에 대해 간과한 것이 있었다. 38시간에 걸쳐 부다페스트에서 런던까지 달린 뒤 무거운 마음이 아니라 아주 홀가분하게 차 키를 넘겨줄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

 

화요일 아침 8시,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는 기대에 차 있었다. 세라믹 그레이로 단장한 600LT는 난폭하다고 할 만큼 목적의식이 선명했다. 나는 그 스타일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개조된 카본 장비와 윙, 환기구는 나름대로 역할이 뚜렷했다. 냉각기능을 하거나 공기를 위로 흘려보내 다운포스를 만들어냈다. 시속 250km에서 100kg에 도달한 600LT의 다운포스는 570S의 중립적 부력과 좋은 대조를 이뤘다.

 

600LT는 주위 풍광만큼이나 극적이었다

 

30마력의 추가 출력은 대단치 않았지만 위로 빠지는 배기관은 아찔하게 에로틱했다. 600LT는 570S보다 더 많은 탄소섬유 부품을 썼다. 유리는 더 얇고 서스펜션은 한층 섬세해 570S보다 100kg이나 가벼웠다. 섀시도 손질해 모든 스프링의 강성을 한층 높였다. 댐퍼를 재조율하고 안티롤바를 더욱 다졌다.그러나 시승차는 중요한 롱테일 업그레이드 하나를 빠트렸다. 고객에게 달려갈 초강력 그립의 피렐리 트로페오 P 제로를 신지 않은 것.

 

그 대신 한 단계 떨어지는 P 제로로 무장했다. 그래서 몹시 서운했지만, 그날 밤 잠자리에 들 때는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 있었고 근처 헝가로링 그랑프리 서킷에서는 600LT 국제 미디어 시승회가 막을 내렸다. 맥라렌은 모든 시승용 600LT를 영국 워킹의 본부로 옮겨야 했고 모든 차를 트랜스포터에 실어 영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이 특별한 차를 우리가 몰고 가기로 했다. 

 

 

나는 영국으로 직행하기보다는 동유럽 끝까지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사진기자와 나는 이튿날 저녁까지 런던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확히 38시간이었다. 그중 28시간 동안 바퀴를 굴리지 않으면 목적지에 차를 댈 수 없었다. 따라서 우리는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헝가리는 도나우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의 산악지대 페스트와 서쪽의 질펀한 부다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이 둘을 이어주는 엘리자베트 다리를 건너 오스트리아로 넘어갔다. 반나절이 지난 오전인데도 바깥 기온은 서서히 올라갔다. 600LT의 실내도 마찬가지였다. 시승차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사실 이 차는 600LT 가운데서도 제일 가벼웠다. 그래서 스테레오와 내비게이션이 없었고 웬만한 차들보다 훨씬 가벼운 장비를 썼다. 세나 하이퍼카에서 빌려온 탄소섬유 시트는 아주 가볍고 쿠션이 얇았다. 

 

 

이런 이유로 이 특별한 600LT는 대륙횡단 속도경쟁에 알맞았다. <오토카> 편집국의 누군가가 맥라렌에 ‘최경량’을 특별히 부탁한 게 분명했다. 고생길이 훤했다. 하지만 2018년의 가장 짜릿한 모델 중 하나와 함께 이틀간 보낸다니 군침 도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을 치고 나가자 다차선 고속도로가 직선으로 끈질기게 평탄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좌우로 휘돌아나가는 도로가 우아하게 커브를 그리며 흘러갔다.

 

심지어 잔잔하게 오르내리기까지 했다. 저 멀리 수채화처럼 푸른 안개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가까이 가자 푸른색은 녹색으로 바뀌었다. 바로 소나무가 울창한 알프스 기슭이었다. 산을 완전히 피해 독일 한복판을 관통한다면 영국으로 곧장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차를 몰고 그렇게 하는 것은 범죄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알프스 북쪽 가장자리 고개로 차머리를 돌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높은 도로, 그로스글로크너로 향했다. 

 

 

우리는 산길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런 길에서도 600LT의 핸들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웠다. 감각적 쾌감을 맛보기 위해 커브를 요란하게 몰아쳤다. 그럴 때마다 감각과 저항에 따라 핸들링이 손가락 끝을 이리저리 자극했다. 뒤이어 터널이 줄줄이 닥쳐왔다. 수동 모드를 골라 터널에 따라 신바람 나게 기어를 오르내렸다. 위로 빠지는 배기 노트는 기어에 따라 장쾌하게 가락과 음량을 조절했다. 상당히 수준 높은 멜로디가 온몸을 타고 흘렀다.

 

롱테일 필하모니가 연주하는 V8 심포니였다. 570S는 회전대 전역에서 단조로운 가락을 연주했다. 그와는 달리 600LT는 한층 풍부하고 통쾌하게 아우성쳤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그로스글로크너 기슭에 도달했다. 숨 막히는 절경을 지나자 갑자기 도로는 고갯마루를 향해 치달았다. 고개를 오를 때 570S보다 더 예리하고 뛰어난 반응을 기대했지만 그런 조짐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헤어핀을 돌아갈 때는 600LT와 570S의 차이를 가려낼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 차는 두 사람의 짐과 온갖 장비들을 잔뜩 싣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P 제로 타이어까지 신고 있었다. 그러니 예상과는 달리 전혀 가볍지 않았고 그립감도 떨어졌다. 완전한 롱테일 경험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사진기자와 모든 장비를 길가에 내리고 혼자 출발했다. 그럼에도 600LT 섀시는 급커브에서 황홀한 마법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 깎아지른 암벽과 낭떠러지 사이를 뻗어나간 꼬부랑길에 들어섰다.

 

그때의 600LT는 확연히 달랐다. 반응과 정확성이 한층 두드러졌다. 폭발적이고 가차 없이 겁나게 빨랐다. 나는 그로스글로크너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사진기자와 장비를 실었다. 뮌헨 변두리에 있는 호텔까지는 3시간 거리였지만 뜻밖의 변수를 만났다. 주변의 산 사이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고 눈앞의 하늘은 불길하게 어두웠다.

 

장거리 여행에서 시트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뭇잎들이 도로를 가로질러 회오리쳤고, 빗방울이 윈드실드를 때렸다. 해가 저물자 급기야 세차게 비가 내렸다. 거대한 흰 섬광이 주위의 모든 것을 밝힐 뿐이었다. 폭풍우 속을 뚫고 나갈 때 그 하얀 섬광들이 번개로 바뀌어 하늘을 둘로 갈랐다. 비까지 억수로 쏟아져 맥라렌 와이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소도시를 지나 아우토반으로 나갔을 때는 비가 더욱 세차게 내렸다. 시야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고, 윈드실드와 도로가 다 같이 빗물에 흠뻑 젖어 시속 60km 정도로 슬슬 기었다.

 

혹시 뒤에서 빨리 달려올 차가 두려워 무작정 느리게 달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 기다려야 했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600LT의 트랙데이 타이어를 P 제로로 바꾼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전천후 타이어마저 뻔질나게 수막현상을 일으켰다. 이때처럼 차 안에서 내가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었다. 폭풍우가 아우토반을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로스글로크너 알프스 고산도로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높은 포장도로.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다행히 이튿날 아침 비는 그쳤고 햇살이 눈부셨다. 뮌헨을 떠나 서쪽으로 슈투트가르트를 향했다. 도중에 차가 뜸해지자 몇 차례 시속 270km를 돌파했다. 정오에 가까울 때는 프랑스로 넘어갔다. 프랑스 고속도로 ‘오토루트’는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보다 훨씬 조용했다. 제한속도는 한층 엄격했지만 꽤 즐거웠다. 별일 없이 프랑스를 통과했다.

 

도중에 프랑스의 명문 랭스 서킷의 피트 빌딩에 들렀다. 브루스 맥라렌이라는 영국 드라이버가 여기서 F1 머신을 몰고 5차례나 출전했다. 게다가 1962년 번외경기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프랑스 북부 칼레로 돌아가는 길은 짧았다. 그러나 600LT의 경량 시트는 편안함을 거부한지 오래였다. 등이 너무 아팠고 다리는 뻣뻣했다. 이런 시트를 단 차는 서킷 경기라면 완벽할지 몰라도 운전대를 잡고 장거리 여행을 하고 싶은 차는 아니었다. 그래서 600LT와 작별할 때도 별로 섭섭하지 않았다. 

 

 

영국에 들어서자 켄트 부근의 도로가 막혔다. 할 수 없이 요철이 심한 전형적 B급 영국 도로를 달렸다. 그렇지만 댐핑이 상당히 좋아 심하게 덜컥거리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570S와의 차이도 크지 않았다. 이미 초고성능차보다 조금 낫다는 것만으로도 600LT는 모터쇼의 인기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수요일 저녁 늦게 차머리를 돌려 런던을 항했다. 하루에 꼬박 14시간씩 이틀 동안 달린 길들이 등 뒤로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손을 흔들어 맥라렌을 떠나보내야 했다. 그 차가 사라질 즈음 다시 600LT를 몰아볼 날을 기다리게 됐다. 

 

 

영국 드라이버 브루스 맥라렌은 랭스 서킷에 출전하여 시상대 정상에 올랐다

 

<내가 달려온 길 부다페스트→런던>

 

우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떠나 오스트리아 빈으로 갔다. 거기서 고속도로 A1을 탔다. 잘츠부르크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그로스글로크너 고개를 넘은 뒤 뮌헨에 들어갔다. 이튿날 고속도로 A8을 타고 프랑스로 넘어갔다. 랭스와 칼레를 거쳐 마침내 영국으로….

 

 

<형제 경쟁>

 

720S: 대륙횡단 레이스에 더 잘 어울리는 차

 

맥라렌은 더 빠르고 강력한 600LT를 만들었다. 하지만 더 비싼 720S의 발목을 잡을 수는 없었다. 두 모델의 가격차는 2만3000파운드(약 3362만 원). 570S와도 가격차가 3만7000파운드(약 5400만 원)여서 훨씬 여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600LT가 720S에게 타격을 끼칠까? 특별히 그렇다고 할 수 없다. 두 모델은 서로 다른 일을 하기 때문이다. 600LT는 분명히 주말과 트랙데이를 노렸다. 반면 720S는 일상생활과 장거리 여행에 훨씬 효과적이다. 다만 600LT가 앞으로 시장에 나올 12개월 동안 570S는 고객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밖에 스포츠 시리즈 2개 모델 540C와 570GT는 각기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 570S는 완전히 그늘에 가렸다.

 

 

독일의 아우토반은 교통량이 많아 고속 주행을 시도할 수 없었다. 하지만 600LT는 두 번이나 시속 270km를 돌파했다

 

<MCLAREN 600LT>

이미 찬란한 570S보다 더 가볍고 빠르고 역동적이다. 600LT는 맥라렌의 최정상 스포츠카 

가격 18만5500파운드(약 2억7120만 원)

엔진 V8 3799cc 트윈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592마력/87500rpm

최대토크 63.0kg·m/5500~6500rpm

기어박스 7단 듀얼클러치 자동

무게 1247kg

최고시속 328km

0→시속 100km 가속 2.9초

연비 14.1km/L

라이벌 람보르기니 우라칸 퍼포만테, 포르쉐 911 GT2 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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