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혁의 아메리카 통신-미국의 무과실 자동차보험법
최중혁의 아메리카 통신-미국의 무과실 자동차보험법
  • 최중혁
  • 승인 2018.12.05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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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익, 쾅.” 귓가에 찢어질 듯한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린 뒤 고막이 멍멍할 정도로 큰 충격음이 들린다. 몸이 앞뒤로 세차게 흔들렸고 화약 냄새가 나면서 눈앞에 희끗한 튜브 같은 것이 보인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사고가 났구나…” 

 


미국에 온 이후 첫 교통사고가 났다. 차량 운행 중 횡단보도 앞에 정차했는데 뒤차가 와서 그대로 받아버린 것이다. 차는 완전히 망가졌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다행이었던 건 사고 현장에 경찰이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순식간에 앰뷸런스가 왔고 신속하게 사고 처리가 됐다.

 


사고 후 정신이 들어 사고 처리를 하려고 보험사에 연락을 했다가 생전 들어보지 못한 법에 대해 듣게 됐다. 무과실 자동차보험법(no-fault auto insurance law, 노폴트 보험). 교통사고가 났을 때 일정 금액 미만의 사고인 경우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면책을 가리지 않고 운전자 각자가 가입한 보험으로 본인의 차도 고치고 병원 진료도 받는다는 제도다.

 

이 법은 미국에서 미시간 주와 뉴욕 주, 뉴저지 주를 포함해 총 12개 주에서 시행 중이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내 보험으로 내 차를 고치고 병원도 가야 하다니 이렇게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 노폴트 자동차보험제도는 1971년 1월 미국에서 메사추세츠 주가 가장 먼저 입법화했으며 1971년부터 1976년 사이에 15개 주가 추가로 도입했다.

 

이 제도의 장점이라면 과실 책임에 대한 소송을 줄이고 사고 시 잘잘못을 가리느라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시간을 줄이며, 피해자에게 보험금이 빨리 지급돼 의료 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로 넘어가면서 콜로라도 주와 캘리포니아 주, 애리조나 주 등 총 4개 주가 이 제도를 폐지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제도 때문에 의료비가 올라가고 다시 또 자동차보험료가 올라가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사고가 난 사람들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 불필요한 진료를 받거나, 심지어 의료기관과 함께 과다한 비용을 청구하는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었다. 이와 같은 논리에 부합하는 곳이 미시간 주다. 미시간 주의 평균 자동차보험료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미국 전체에서 가장 비싼 2394달러(약 350만 원, 연간 기준)를 기록했다.

 

가장 저렴한 메인 주(854달러(약 124만 원))와 비교하면 2.8배나 비쌌다. 도시 기준으론 디트로이트가 5414달러(약 791만 원)로 미국에서 가장 비싸다. 보험정보사이트 인슈어닷컴이 스테이트팜과 게이코, 올스테이트, 파머스, 네이션와이드, 프로그레시브 등 6개 대형 보험사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20개 모델 자동차의 연간 자동차종합보험 보험료를 분석, 주별 보험료 가격 비교를 실시한 결과다. 

 


미시간 주의 경우 보험금 청구의 10% 정도가 보험사기로 추정되고 보험을 들지 않은 자동차비율도 21%로 미국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자동차보험료가 가장 비싸기 때문에 자동차는 있지만 보험은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사고가 나면 보험료가 올라가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물론 미시간에서도 앤아버의 경우 대학도시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고 보험료도 낮은 편이다.

 

필자의 연간 보험료는 약 1200달러(약 175만 원)로 미시간 주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노폴트 보험 제도를 폐지한 주들은 관련 비용들이 감소됐다고 한다. 콜로라도 주는 노폴트를 폐지하고 전통적인 불법행위법제로 복귀한 해에 평균 보험료가 100달러(약 14만6200원) 이상 인하됐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에서 가장 보험료가 비싼 주 10위 가운데 노폴트 보험을 적용하는 주는 미시간 주와 플로리다 주(5위)만 있는 것을 보면 이 제도와 보험료가 완전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미시간에서는 노폴트 보험과 관련한 변화가 보인다. 마이크 더간 디트로이트 시장과 지지자들은 이 법을 개정하기 위해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소했다. 이 법 때문에 운전자들이 비싼 비용 등 지나친 부담을 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간 시장은 “이 법은 미시간 전역에 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보험 없이 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실제로 법 개정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교통사고 이후, 억울했지만 필자가 가입한 보험으로 자동차와 병원비에 대한 손실을 보상받았다. 또 이 사고를 계기로 보험 약관에 대해 더욱 꼼꼼히 챙기게 됐다. 보험 커버리지에 대해서 더욱 보수적인 관점으로 보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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