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에 대한 열망, BMW M850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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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에 대한 열망, BMW M850i
  • 맷 선더스(Matt Saunders)
  • 승인 2019.01.0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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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모델의 부활이 최고급차 시장에 대한 열망을 상징할 수도 있지만, 이 차를 정말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순수하게 표현되는 고성능이다

관점을 조금만 달리해 보자. 당신은 다른 곳에서 BMW를 대표하는 8시리즈가 어떤 차인지에 대해 읽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 기사들은 8시리즈가 브랜드를 다시 정의하는 큰 과정의 일부라거나, BMW의 개발 관련 흐름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규모라 해도, BMW 정도 크기의 회사에서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굉장히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진리다. 오래된 최상위 그랜드투어링 쿠페인 8시리즈를 부활시킴으로써 BMW가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 영역으로 올라서기를 원한다고 설파하는 것에서도 그런 속내를 읽을 수 있다. X7 SUV처럼 완전히 새롭고 무척 클 뿐 아니라 아주 화려한 모델을 출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진행 방향을 5도 틀기 위해 유조선의 키 손잡이를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액티브 에어서스펜션 대신 철제 코일스프링을 쓴 탓에 승차감은 ‘꽤 괜찮은’ 정도에 그친다

 

그리고 무대 왼쪽으로 입장한 크고 매력 있는 BMW 쿠페는 21세기에 걸맞도록 신선하게 만들어졌다. 우아하면서도 현대적이고 바라보기에 흥미진진하며, 여행하기에 호화로우면서 첨단 기술을 가득 담아서 운전하면서 진정한 스포티함을 즐길 수 있다. BMW가 언제나 가장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점들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돌출된 윙렛과 커진 공기흡입구, 유광 검정색, 탄소섬유가 드러난 차체 장식들은 우리가 시승한 최상위 M 퍼포먼스 M850i x드라이브에 시각적으로 좀 더 공격적인 느낌을 더함으로써, 덜 화려하게 꾸민 것보다 훨씬 더 우아하게 보이는데 성공했다. 이런 스포티한 치장이 없다면, 8시리즈의 낮고 긴 앞부분, 길게 늘어진 윤곽선, 팽팽한 표면,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세부 디자인 요소들이 더 돋보인다.

 

 

모름지기 멋진 자동차란 이렇게 생겨야 한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예쁜’ 차는 아닐지언정, 매력 있기는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판매되는 8시리즈는 선택할 수 있는 엔진이 두 가지 뿐이다. 디젤 모델인 840d는 BMW 차에서 친숙한 직렬 6기통 3.0L 트윈터보 엔진이 32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7만6000파운드(약 1억1111만 원)를 살짝 웃도는 가격이다. 한편 M850i는 다시 손본 530마력 V8 4.4L 트윈터보 엔진을 얹고 가격은 10만 파운드(약 1억4620만 원)보다 조금 더 높다.

 

1999년 이후 BMW가 처음 내놓은 8 시리즈 쿠페에 어울리는 스포티한 윤곽이 강렬하다<br>
1999년 이후 BMW가 처음 내놓은 8 시리즈 쿠페에 어울리는 스포티한 윤곽이 강렬하다

 

좀 더 저렴한 모델인 840i는 6기통 터보 가솔린엔진을 얹고 조금 늦게 라인업에 합류하며, 그 뒤에 최강 모델인 M8이 나온다. 모든 모델이 x드라이브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2015년에 나온 6세대 7시리즈 이후 모든 세로배치 엔진을 단 BMW 모델과 마찬가지로, 8시리즈 역시 동일한 차체 기본 구조에 고강도 강판, 알루미늄, 마그네슘,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 소재를 결합해 쓸 수 있는 클러스터 아키텍처(Cluster Architecture) 플랫폼을 채용했다.

 

이 플랫폼 덕분에 드라이브샤프트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무게가 가벼워질 수 있었다. 시승한 M850i의 무게는 동급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쿠페보다 100kg 이상 더 가벼웠다. 서스펜션은 BMW의 모든 대형 모델에서 친숙한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8 시리즈는 서스펜션 설정과 차축 운동구조, 서브프레임 마운팅, 휠베이스, 트랙 너비가 같은 플랫폼의 변형 모델들과 다르다. 

 

 

앞 차축에 반영된 능동 가변 스티어링 기어비와 어우러진 네바퀴조향 시스템은 기본사항에 포함되었다. 적응형 댐퍼를 쓴 ‘어댑티브 M 스포트’ 서스펜션은 선택사항으로 액티브 안티롤바가 함께 적용된다. 다만 BMW는 7시리즈와 6시리즈에 넣을 수 있는 액티브 에어서스펜션은 새로운 8시리즈에 넣지 않기로 했다. 이 커다란 GT 쿠페가 코일스프링을 쓴다는 뜻이다. 스포티한 GT라는 측면에서 보면 운동 특성에서 강점이 될 수도 있고, 현대적인 다중 공기실 에어서스펜션 시스템의 발전과 넓어진 조율 범위를 고려하면 약점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민첩함, 구동력, 출력 면에서는 훌륭하지만 스티어링은 넘어서야 할 벽이 있다<br>
민첩함, 구동력, 출력 면에서는 훌륭하지만 스티어링은 넘어서야 할 벽이 있다

 

우선 실내부터 살펴보자. 8시리즈의 실내는 BMW가 크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었다. 구형 6시리즈 쿠페는 BMW 모델 계층에서 더 아랫급에 위치한 모델들, 그리고 아마도 5시리즈 세단과 관련된 소재 때문에 조금은 손해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BMW 본사는 그런 족쇄를 벗어던지고, 핸드 브레이크를 풀고, 럭셔리 그랜드 투어링카에 걸맞은 세계 수준의 실내를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혼신을 다한 걸까? 어느 정도까지는 그렇다.

 

내장재는 확실히 ‘매트 크롬’(무광 크롬)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들로 가득하다. 앞으로 나올 차세대 BMW 차들의 실내는 대부분 이전 세대보다 더 크롬이 많아질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다행히도 번쩍거리는 것들은 대부분 인상적이고 멋지게 표현되었고, 아주 풍요롭고 값비싼 분위기가 느껴진다. 물론 그래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8시리즈의 좌석은 최고다. 자리에 앉으면 BMW의 신세대 ‘아이드라이브(iDrive) 7.0’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시스템의 일부인 라이브 콕핏 프로페셔널(Live Cockpit Professional) 12.3인치 계기화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침내 BMW가 완전 디지털 계기판을 제공하는 자동차업체 대열에 합류했다는 의미다. 

 

실내는 값비싼 느낌이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성능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br>
실내는 값비싼 느낌이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성능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변속기 터널 부분 배치도 새로워졌고, 원한다면 유리를 깎아 만들어 매력적인 모습의 기어 레버, 아이드라이브 조절장치, 엔진 시동 버튼, 오디오 음량 조절 노브도 넣을 수 있다. 내장재의 호화로움, 인지 품질, 전위적인 기술적 매력 같은 면에서 이 차가 과연 포르쉐 파나메라, 아우디 A7, S-클래스 쿠페 같은 차들을 능가할 수 있을까? 나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M850i의 V8 엔진이 어느 정도 우위를 차지할 것은 분명하다. 8단 자동변속기도 그렇지만, 엔진은 부드럽고 빠르게 반응하면서 탄력이 느껴지는 중간 회전영역대의 멋진 감각과, BMW M5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익숙할 법한 최고 회전영역대의 과격함이 이어지고 있다. 이 차는 힘이 넘쳐흐르는 AMG 모델들과 그보다는 덜한 애스턴마틴 DB11에게조차도 실제 가속력에서 거의 뒤지지 않을 만큼 대단히 빠르다. 게다가 순항 속도에서는 무척 조용하고 방음이 잘 되어 있다. 다만 부하가 걸렸을 때에는 V8 엔진 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오디오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엔진 소리가 감흥을 조금 떨어뜨리기는 한다.

 

8시리즈의 인테그랄 액티브 스티어링(Integral Active Steering) 시스템은 전에 BMW에 쓰이던 비슷한 것보다는 더 직관적이지만, 여전히 당신이 대형 GT에서 좋아할 만한 감각적이고 마음을 끌어당기는 자연스러운 스티어링 느낌을 충분히 주지는 못한다. 스티어링은 앞바퀴의 접지면 느낌과 직진할 때의 안정성 모두 조금 부족하다. 

 

 

중량감은 선택한 주행 모드에 관계없이 너무 단조롭다. 그리고 회전교차로를 달리기에 알맞은 속도에서 일단 스티어링이 무거워지고, 빨라지고 나면 놀랄 만큼 다루기 좋아지기도 한다. 이처럼 변화하는 특성에 계속 익숙해져야 하는 것은 차의 주행감각이 주는 즐거움을 살짝 가로막는 요소로 남는다.

 

그러나 그 장애물을 성공적으로 넘기고 나면 여러분은 M850i가 모든 대형 GT처럼 고속 코너를 민첩하고 힘차게 달리는, 핸들링이 훌륭한 차라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기본으로 달리는 BMW의 전자식 뒤 디퍼렌셜은 핸들링에 균형감을 더할 뿐 아니라, 더 짜릿하게 가속하고 싶을 때는 조절능력에 차분함을 더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힘차게 가속할 때 치솟는 구동력과 안정성을 크게 흐트러뜨리지는 않는다.

 

그러면 철제 코일스프링의 승차감은 어떨까? 그 점은 괜찮다고 할 만한 수준은 넘어서지만, 예상보다 세련되거나 섬세하게 다듬어지지는 않았다. 어댑티브 댐퍼를 갖춘 M850i 시승차는 컴포트 모드에서 고속도로를 달리기에 약간 들썩이는 점을 빼면 충분히 충격을 흡수하는 느낌이고, 다시 튀어오를 때는 충격 흡수력이 뚜렷하게 부족하다. 

 

 

스포트 모드에서는 차체 움직임을 억제하는 특성이 더 낫고 여유로움을 충분히 이어나가지만, 장거리 주행용 GT에서는 느끼지 못할 2차 충격이 강하게 전달된다. 런플랫 타이어를 끼워 놓은 것은 아닌지 확인하게 만들 정도였지만, 다른 트림과 달리 시승차는 일반 타이어가 끼워져 있었다. 

 

요약하면, 지금 팔리고 있는 쿠페 중 가장 호화롭고 얌전한 차들의 차분한 안락함을 원한다면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디, 벤틀리 전시장을 찾아가는 것이 낫겠다. 물론 8시리즈를 모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것이 필요 없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M850i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이고 역동적인 주행감각만큼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포르쉐 파나메라도 그런 특성 중 하나쯤은 갖고 있고, 에어스프링을 단 다른 GT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차들 가운데는 안락한 승차감과 차분함까지 갖춘 것도 있다.

 

1999년에 이전 세대 BMW 8시리즈가 마지막으로 생산된 이후, 대륙횡단에 어울리는 대형 2+2 쿠페 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 나온 8시리즈는 아주 반갑고 호감을 주는 복귀작이다. 그러나 진정한 세계 수준의 그랜드 투어러로 받아들여지려면 아직 한두 가지 묘수를 더 배워야 한다. 

 

<전방 주시를 돕는 맞춤 설정>

 

 

10년 이상 ‘아이드라이브’(iDrive)로 알려진 BMW의 인포테인먼트 장비는 8시리즈에 오면서 ‘BMW 오퍼레이팅시스템(Operating System) 7.0’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시스템은 최신형 X5 SUV에서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아이드라이브 버전 6’과의 차이점은 중앙 10.3인치 터치스크린의 네 구석 부분에 있는 ‘타일’(tile)들로 내비게이션 지도 설정, 차내 엔터테인먼트 목록, 전화 관련 정보 등 선호하는 항목을 구성할 수 있는 홈스크린을 맞춤 설정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진 것이다.

 

그리고 한층 더 나아가 여러 타일 조합을 만들고 저장할 수 있으며, 원하는 대로 타일들을 쓸어 넘길 수 있다. 과거 BMW에서 가능했던 것보다 화면 기능을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과 더불어 주의력 통제를 최적화하는 것, 즉 시선을 도로 위로 더 오랫동안 고정한다는 목적을 잘 구현했다. 

 

<tester’s note>

이 새로운 ‘라이브 콕핏’ 디지털 계기판이 아름답고 단순한 원형 BMW 속도계가 사라지는 과정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무척 아쉬울 것이다. 팔각형을 반으로 자른 다이얼은 그처럼 쉽게 읽을 수 없다. 그러나 속도가 디지털 방식으로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표시되기 때문에, BMW는 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BMW M850i xDrive>

역동적 주행 특성은 충분하지만, 아주 훌륭한 현대적 스포츠 GT가 가진 광범위한 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가격 10만45파운드(약 1억4626만 원)

엔진 V8 4395cc 트윈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530마력/5500~6000rpm

최대토크 76.5kg·m/1800~4600rpm

변속기 8단 자동

무게 1890kg

최고시속 250km(제한)

0→시속 100km 가속 3.7초

연비 10.0km/L

CO₂ 배출량 228g/km, 37%

라이벌 메르세데스-벤츠 S560 쿠페,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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