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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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 신지혜
  • 승인 2018.11.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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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레이스 - 줄리아의 포르쉐 911 GT3 CUP, 가족의 이름으로

 

 

줄리아는 17살의 나이로 GT 챔피언십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그녀는 비록 나이 어린 소녀지만 레이서의 피가 끓고 있다. 게다가 감독인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의 든든하고 끈끈한 사랑이 있어서,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버텨낼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줄리아와 어린 남동생은 거친 세상 한 가운데 덜컥 남겨진다. 게다가 아버지의 장례식 날 낯설기만 한 친오빠 로리스가 찾아온다. 로리스는 한때 ‘막을 수 없는 춤’이라고 불린 커브 기술로 온갖 자동차 경주대회를 평정, 챔피언으로 이름을 드높였던 드라이버다.

 

그러나 너무 큰 재능과 명성은 자만심과 마약중독이라는 부작용을 가져다주었고, 그는 어느 경주대회 도중 자취를 감추었다.
아버지와의 시간이 너무나 크고 소중했던 어린 동생들과 로리스는 어쩔 수 없이 갈등을 빚는다. 그러나 줄리아의 재능과 노력은 곧 로리스의 마음을 움직이고, 남매는 이탈리안 레이스를 향해 함께 달린다. 이 영화는 실존인물 카를로 카포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마테오 로베르 감독은 취재 중 랠리 자동차 제작 전문가이자 랠리의 수십 년 역사를 꿰고 있는 안토니오 덴티나를 우연히 만났고, 그에게서 카포네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카포네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챔피언이었지만 변덕스럽고 거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1990년대에 레이서를 양성하는 트레이너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이후 마약중독으로 재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로베르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이탈리아의 국민배우라 일컬어지는 스테파노 아르코시를 로리스 역으로 점찍었다. 배역을 수락한 스테파노 아르코시는  전설적인 레이서 로리스가 되기 위해 체중감량을 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다고 한다. <이탈리안 레이스>에서 줄리아가 타는 차 포르쉐 911 GT3 컵은 단순히 경주용 자동차가 아니다. 그녀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음과 노력과 시간을 가슴속에 품은 채 포르쉐를 몬다.

 

이 차에는 낯설기만 했던 오빠와 의기투합하기까지의 고민과 원망, 갈등이 묻어 있다. 또 자신을 다시 한 번 일으키기 위한 로리스의 의지와 간절함, 우승을 향한 남매의 승부욕과 영광을 향한 치열함이 배어 있다. 줄리아의 포르쉐는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한 강렬한 바람이며, 그 바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줄리아와 함께 레이스를 하는 운명공동체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이 영화에서는 역시 쟁쟁한 차들이 눈에 들어온다. 줄리아의 가장 강력한 레이스 상대는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슈퍼트로페오다. 그외에도 페라리 MP1, 포르쉐 헤븐 등이 긴박하고 짜릿한 레이스로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한 실제로 랠리가 진행되는 이탈리아 몬차, 이몰라, 발레룬가, 무겔로 등지에서 촬영이 진행됐는데, 매주 두 차례씩 영화촬영을 위한 경주가 열린 덕분에 <이탈리안 레이스>는 실제 랠리를 생생하게 담은 장면들로 채워질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축은 가족이다. 여기서 아버지와 딸, 오빠와 동생의 관계는 혈연의 관계뿐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동료이며, 자신의 목숨과 삶을 서로에게 걸 수 있는 동반자다. 또한 한때 모든 것을 가졌지만 마약과 좌절로 삶을 어둡게 칠했던 로리스가 다시 인생의 목표를 얻고, 동생과 함께 노력하는 모습은 숭고함마저 느끼게 해준다. 

 

 

<이탈리안 레이스>는 카레이스가 주는 짜릿함, 극한의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가 가져다주는 감동, 그리고 가족의 회복이라는 뭉클함까지 구비한 영화다. 솟구치는 아드레날린과 가족애, 그리고 인간의 땀과 눈물이 빚어내는 성취감까지 단순하고도 명쾌하게 엮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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