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수프라 프로토타입을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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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수프라 프로토타입을 타다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18.10.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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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려온 스포츠 쿠페를 시승했지만 우리에게는 해답만큼이나 많은 의문이 남았다

 

 

이 차의 외부는 현란한 위장 무늬로 씌워져 있다. 내부를 보면 꼭두각시 손인형 같은 푹신한 소재로 덮어 스위치 버튼을 가려놓았다. 생산까지는 아직 8개월이 남아 있는 프로토타입의 모습이 뚜렷하다. 내게 따라 붙은 경호원 같은 사람은 내가 차에 다가가는 족족 성가실 만큼 통계자료를 하나씩 이야기할 것이다.

 

그들은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의 달리기 특성과 느낌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기사를 통해 이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전하려고 한다. 내가 이 차를 몰아보았으며,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빨리 달려 봤다는 사실을 말이다. 

 

기본 주행 모드로 설정한 상태의 수프라는 균형이 뛰어난 일반 도로용 차다

 

물론 이번 행사에는 단지 프로토타입 네 대만 준비되었고, 차를 설명하기 위해 토요타 지역 담당자들이 아주 많이 와 있었다는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2012년 BMW와 토요타가 함께 수프라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괴로울 만큼 찔끔찔끔 흘러나온 관련 정보에 이어지는 또 하나의 토막 정보에 불과하다. 토요타가 차 하나를 만드는데 7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어쨌든 확인된 정보 중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겨우 이 정도다. 수프라는 직렬 6기통 3.0L 엔진을 얹었음에도 토요타 86보다 무게중심이 더 낮다.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를 굴리고(각각 ZF와 BMW의 것을 쓴다) 뒤 차축에는 BMW M 액티브 차동제한 디퍼렌셜이 들어간다. BMW Z4 버전에서는 앞뒤 무게배분 비율이 50:50이다. 정확한 출력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345마력 정도가 알맞게 여겨지고, 최대토크는 48.4kg·m 정도이며, 무게는 약 1500kg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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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수프라의 무게배분 비율은 BMW 버전과 마찬가지로 50:50이라고 한다

 

강판과 알루미늄을 섞어 쓰기는 했지만, 차체는 탄소섬유로 만든 렉서스 LFA의 것만큼 견고하다. 휠베이스는 2440mm 남짓하고 트랙은 대략 1600mm 정도다. 아마 내년 5월 생산이 시작된 뒤에도 관련 정보들은 더디게 공개될 것이다. 위장막을 벗은 최종 버전은 오는 1월에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이 사실을 추가할 수 있다. 바로 ‘즐겁게 몰 수 있는 차’라는 점을  말이다.

 

시승 코스는 스페인 마드리드 외곽에서 시작해 두 시간 정도 달리는 순환 구간으로, 일부는 도심지역이고 일부는 고속도로이며, 일부는 시골길(아주 반갑게도)이다. 또 일부는 레이스 트랙이다. 일정상 어쩔 수 없이 다른 잡지 기자와 나누어 시승을 해야 했고, 수프라에는 항상 담당자 한 사람과 같이 타야 했다. 그래서 우리 중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수프라를 몰 때 86을 몰고 뒤따라와야 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이야기하겠다.

 

최고출력은 345마력으로 예상되고 무게는 약 1500kg이 될 듯하다.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먼저 수프라에 올랐다. 실내를 가려놓기는 했지만, 인테리어는 BMW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스위치는 전형적인 BMW 스타일이고 운전석은 길고 곧게 뻗어 있으며, 기어레버는 BMW의 것이다. 그런 것이 중요할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계기판처럼 토요타 식의 화면이 표시될 것이 분명하지만, 아이드라이브(iDrive)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토요타 차들에 쓰이는 시스템보다 낫다. 한편 스티어링 휠의 림은 BMW의 것보다 가늘고 둥글다. 이처럼 중요한 두 요소 모두 칭찬할 만하다.

 

좌석은 낮고, 높은 위치에 있는 얕고 넓은 앞 유리 너머에는 곡면 보닛이 먼 곳을 향해 뻗어 있다. 수프라의 엔진이 어디에 있는지는 단번에 알 수 있다. 물론 엔진과 구동계는 세련됐다. 이 차에는 터보차저를 더한 버전이 쓰이는 BMW 6기통 엔진이 달려 있다. 6기통 엔진은 언제나 부드럽지만, 이 차가 지닌 엔진의 부드러움은 놀라울 정도다. 급가속은 매끄럽게 이루어지고, 주행 모드가 기본 상태일 때조차 요즘 차들에서 이따금씩 느낄 수 있는 거침없는 반응을 보인다.

 

수프라에 아무리 출력이 높은 엔진이 올라가더라도 쉽게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은 서킷에서 좀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다른 차들은 너무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부터 힘을 끌어내느라 애쓰는 느낌이 들곤 한다. 스탑-스타트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하지만, 오히려 그쪽이 더 도움이 된다. 스포트 버튼을 누르면 액셀러레이터와 변속기의 반응이 날카로워지지만, 변속 패들이 있기 때문에 더 빠른 반응을 원한다면 직접 변속하는 쪽이 더 운전하기에 재미있을 것이다. 아직 수동변속기와 관련한 소식은 없지만 토요타라면 얹고 싶을 만하다.

 

수프라는 승차감도 훌륭하다. 같은 크기의 타이어를 쓰는 BMW M4보다 낫다. 타이어는 맞춤제작된 미쉐린 파일럿 수퍼 스포츠로 앞 255/35 R19, 뒤 275/35 R19 규격이다.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댐퍼가 기본으로 들어가겠지만 우리가 시승한 차에는 어댑티브 댐퍼가 달려 있었다. 스티어링 무게와 마찬가지로 댐퍼도 스포트 버튼을 누르면 단단해지지만, 평범한 일상 주행에서는 필요 없다. 근본적 추종성은 만족스럽지만 차체 무게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수프라는 안정되고 두루 잘 다듬어진 스포츠 쿠페라는 느낌이 든다. 엔지니어들은 개발과정의 90%를 일반 도로에 맞췄다고 하는데, 그런 점이 차에서 드러난다. 도심에서나 고속도로를 달려 보면, 예컨대 BMW M2 컴피티션이나 알핀 A110은 물론 카이맨 같은 차들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성숙함을 지니고 있다. 다만 교외 도로에 이르러 기본 서스펜션 설정의 한계점 경계로 차를 몰아붙이기 시작할 때만 그런 특성이 나타난다. 스티어링은 부드럽고 점진적이며, 곧게 뻗은 길을 벗어나면 엔진이 앞에 놓인 몇몇 쿠페들보다 더 날카롭다.

 

 

이는 718과 비교했을 때 수프라가 본질적으로 가질 수 없는, 특별하게 민첩한 감각을 더하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차체가 옆으로 기우는 정도는 자연스레 변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댐퍼를 단단하게 설정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액셀러레이터를 다시 밟아 디퍼렌셜이 가속의 영향을 받기 시작할 때 카이맨과는 다른 무게 이동을 느낄 것이다. 댐퍼를 단단하게 설정하면 추종성이 너무 떨어지지는 않지만 놀라움은 크게 누그러진다. 그러면서도 만족스럽고 안심할 수 있는 균형감이 있다.

 

 

그 과정에서 언더스티어의 낌새가 있고, 마찬가지로 커브를 빠져나갈 때에는 오버스티어의 낌새가 나타나지만 애스턴 마틴 밴티지 같은 차와 크게 다르지 않고 약간 더 약할 뿐이다. BMW M2에 추종성과 통제력을 더한 느낌이다. 86으로 갈아타고 뒤를 쫓아보면 무게를 최소화하는 것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86의 엔진은 더 벅차게 회전하지만, 한껏 몰아붙이면 속도를 높이면서 더 큰 차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섬세한 스티어링 반응을 손끝으로 즐길 수 있다.

 

어떻게 보느냐에 관계없이, 지금으로서 토요타는 수프라의 스타일링에서 세부적인 부분을 단호하게 감추고 있다. 휠은 19인치다

 

86의 섀시가 얼마나 특별한지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이 부분은 이번 시승의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수프라가 가진 다른 능력들이 남아 있다. 엔진은 지극히 매력적이고 부드러우며, 폭넓은 범위에서 반응이 뛰어나면서도 멋지게 회전수를 끌어올린다. 스포트 모드에서는 소음기의 밸브가 열린다. 토요타는 흡기음에 가상음을 더 쓰는 대신 아주 실감나게 손질해야 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엔진 외부의 울림통을 조절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카이맨과는 달리 배기음의 자연스러운 변화나 추월하기 전 고회전 상태를 유지할 때의 소리가 듣기 좋다. 그리고 섀시가 더 큰 출력을 감당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스포트 모드를 선택한 상태에서는 일반 도로에서와 같은 균형을 보여주는 서킷에서만큼 그런 점이 두드러지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더 뚜렷해질 뿐이다. 서스펜션은 뛰어난 통제력을 유지하면서 요철이나 연석을 지날 때 차분한 추종성을 보여준다. M2 컴피티션이 툭 떨어지며 충격을 받을 만한 곳을 수프라는 마치 카이맨처럼 매끄럽게 지나간다.

 

핸들링 균형은 트랙에서도 여전하면서 쾌활한 요소들이 더해진다

 

내 제한된 경험에 비춰볼 때 카이맨이나 알핀 A110만큼은 회두성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엔진 위치를 고려하면 지극히 당연하다. 주행안정성 제어 기능을 완전히 끄지 않고 ‘약간의 미끄러짐을 허용하는’ 모드로 설정하면 차의 균형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스티어링은 감각이 넘쳐흐를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매끄럽고, 커브에 들어설 때는 언더스티어의 낌새가, 빠져나갈 때는 오버스티어의 낌새가 느껴지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보를 전달한다.

 

수프라가 보여주는 종류의 균형은 예를 들어 애스턴 마틴 V12 밴티지 S나 86처럼 내가 핸들링을 좋아하는 몇몇 차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대개는 그런 차들이 더 날것의 느낌을 준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정도면 훌륭하다. 이런 상태를 갖춘 차를 기준으로 보면, 90%를 일반 도로 주행에 맞췄으면서도 화끈하게 서킷 주행을 즐길 수 있고, 과격하게 몰아붙여도 주철 디스크가 과열되지 않으며, 더 뛰어난 핸들링 균형과 쾌활함을 보여주면서도 차를 몰아붙일수록 더 큰 즐거움을 준다. 

 

토요타는 수프라를 만들면서 미묘한 길을 택했다. 더 많은 것을 원할 때 더 많은 것을 주는 일반 도로용 차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A110이나 M2 컴피티션 같은 차들이 항상 더 많은 즐길 거리를 주는 것과 비교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상에서 쓸 때의 원숙함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718 카이맨에 가장 가까운 차다. 이상한 일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카이맨은 능가할 수 없는 차로 여겨졌다. 이제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그 불문율을 깨려고 한다. 이번에 드러난 모습을 보면 토요타는 다른 누구보다도 더 그 목표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tester’s note>

미리 전해 듣지 못했다면, 엔진 배기음이 스피커를 통해 강화된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 무척 매끄럽고 생기 있기 때문이다. 

 

<아직 가려져 있는 사실들>

 

 

우리는 언제쯤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될까? 내년 5월이면 완성된 버전을 보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런 추측이 가능하다. “우선 3.0L 엔진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고…” 이는 다른 엔진이 더 있다는 뜻이다. “아직 배기음 증폭 기능은 없습니다만…” 이는 4기통 엔진이 들어간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이 차의 플랫폼으로 출력이 높은 쪽과 낮은 쪽 모두 감당하기에 충분한 것은 분명하다. 더 가벼운 4기통 엔진에 수동변속기와 일반 댐퍼를 쓰면 훌륭할 것이고, BMW M 모델 수준의 출력에 가주 레이싱(Gazoo Racing)의 ‘GRMN’ 엠블럼을 덧붙인 모델도 어렵지 않게 나올 수 있다. 경주(GT 클래스)에도 출전할 것이고, 선임 엔지니어(가주 레이싱 책임자도 겸한다)인 다다 테츠야는 그가 승인하는 즉시 튜닝업체에게 상세정보를 제공해 수프라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를 키우는데 도움을 주려고 할 것이다. 

 

 

<TOYOTA SUPRA>

아직 완전한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지만, 균형이 뛰어나고 잘 조율되었으며 운전에 몰입하게 만드는 스포츠 쿠페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가격 5만 파운드(약 7470만 원, 추정치)

엔진 직렬 6기통 3000cc 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345마력/5500rpm(추정치)

최대토크 48.4kg·m/2500rpm(추정치)

0→시속 100km 가속 4.8초(추정치)

최고시속 274km(추정치)

무게 1500kg(추정치)

연비 11km/L(추정치)

CO₂/과세기준 225g/km, 37% (추정치)

경쟁 모델 BMW M2 컴피티션, 포르쉐 718 카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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