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의 풍경, 한국의 바다를 찾아서 ③ 여수(麗水)
반도의 풍경, 한국의 바다를 찾아서 ③ 여수(麗水)
  • 최주식
  • 승인 2018.10.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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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바다는 밤과 낮 구분 없이 아름다웠고, 콰트로포르테는 바다와 잘 어울렸다

 

모처럼 시집을 샀다. 서효인 시인의 여수. 바로 ‘여수’라는 시의 첫 문장에 끌렸다. 사람들은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라는 노래를 이유로 여수에 가고 싶다 말하지만 내가 여수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어쩌면 이 시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도시를
사랑하게 된 날이 있었다
다시는 못 올 것이라 생각하니
비가 오기 시작했고, 비를 머금은 공장에서
푸른 연기가 쉬지 않고
공중으로 흩어졌다(중략)

 

 

바다 건너 밤을 밝히는 여수산업단지의 불빛들<br>
바다 건너 밤을 밝히는 여수산업단지의 불빛들

 

여수라는 지명에는 이상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고울 려, 물 수 자를 써서 ‘아름다운 바다’라는 의미가 되는데다, 어감에서는 애수와 같은 애잔함이 묻어난다. 순천에서 바다로 집게발처럼 튀어나온 땅이 바로 여수반도인데, 서쪽의 고흥반도 사이에 낀 바다가 순천만이다. 오른쪽으로는 남해군이 뱃길로 30분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지척이다. 예부터 “순천 가서 인물 자랑 말고 여수 가서 돈 자랑 말라”고 할 만큼 풍광 좋고 살림 튼실한 것이 두 지역의 특징이었다. 돌산도가 풍랑을 막아주는 항구도시 여수시와 여천공업단지가 있는 여천시, 그리고 이 두 도시를 감싸고 있던 여천군이 지난 98년 여수시로 통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공사 중인 진남관을 등 뒤로 하고 바라본 여수 시내 <br>
현재 공사 중인 진남관을 등 뒤로 하고 바라본 여수 시내 

 

이번 여수행의 동행은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다른 마세라티 모델에서 바람과 연관된 이름이 많다면 콰트로포르테는 ‘문 4개’라는 뜻으로 4도어 세단을 의미한다. 싱거우리만치 단순한 이름이지만 단어를 입에 넣고 굴리면 매우 우아하게 발음된다. 이탈리아어의 특색이랄까. 단순한 의미라고 해도 브랜드의 깊은 헤리티지가 담겨 있다. 2도어 스포츠카를 주로 만들던 메이커가 최초로 도어 4개를 단 세단을 만들었으니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 태풍이 일본 열도를 지나가고 우리나라는 간접 영향권에 들겠다는 뉴스를 들으며 여수를 향해 출발한다. 서울 서초동을 기점으로 여수 진남관을 목적지로 잡으니 350km 거리. 천안-논산 고속도로와 순천완주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최적 경로를 따라가면 생각보다 멀지는 않다.

 

현수교 가운데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이순신대교<br>
현수교 가운데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이순신대교

 

날씨는 비가 올 듯 말 듯 흐리기만 했다. 적당히 흐린 날은 고속도로 달리기에 더 좋은 조건. 콰트로포르테는 대형 그랜드투어러(GT) 세단다운 쾌적함과 여유, 그리고 날카로움으로 도로를 빠르게 장악한다. 이윽고 구례를 지나 순천으로 가는 길 위에서 차창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폭우가 쏟아졌다. 콰트로포르테 SQ4는 ATC(액티브 토크 컨트롤 시스템)을 단 AWD 시스템으로 도로 상황에 따라 빛보다 바른 속도로 앞바퀴에 토크를 전달한다. 억세게 쏟아지는 빗길에서 콰트로포르테는 네바퀴굴림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굳건하게 균형을 잡으며 빗길을 헤쳐 나갔다. 터널을 하나씩 지나면서 비는 잦아들었고 이윽고 여수에 접어들 무렵 먹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숱한 섬들이 연륙교로 연결된다. 콰트로포르테 뒤로 보이는 것은 묘도대교<br>
숱한 섬들이 연륙교로 연결된다. 콰트로포르테 뒤로 보이는 것은 묘도대교

 

진남관에 닿은 것은 서울을 떠난 지 4시간여 만이었다. 진남관은 전라좌수영의 본영 자리에 있는 객사로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단층 목조 건축물로서는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거대한 장막에 가려져 공사 중이다. 공사는 2015년 12월부터 시작됐는데 2019년 11월 완공 예정이란다. 사진으로 본 모습은 통영 세병관과 매우 흡사하다. 공사 기간이 오래인 만큼 제대로 잘 복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남관 뒤로 수호신처럼 우뚝 솟은 산은 이 지역 중심산인 종고산. 충무공이 한산대첩을 이루었을 때 은은한 종소리가 사흘간이나 계속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촬영했던 가나다 다실<br>
영화 ‘택시운전사’를 촬영했던 가나다 다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가는데 주차장 옆 골목에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 현장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영화 속 다방에서 독일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가 한국 기자를 만나 광주로 내려갈 교통편을 논의하는 장면을 이 장소에서 찍은 것이다. 이름도 정겨운 가나다 다실이다. 다실 주인은 영화 개봉 이후 인천,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심지어 덴마크에서도 찾아왔다고 일러주었다. 다실이 처음 문을 연 날짜는 73년 3월 29일이며 96년 8월 15일 인수했다고도 알려준다. 이야기와 추억이 있는 장소를 발견하는 것도 여행이 주는 소소한 재미다. 

 

 

한 번 잡기만 해도 삼악도를 면한다는 대웅전 문고리<br>
한 번 잡기만 해도 삼악도를 면한다는 대웅전 문고리

 

흥국사 가는 길, 바다쪽으로 여수산업단지가 길게 이어진다. 밤이면 그 불빛들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공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흥국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흥국사를 품고 있는 산은 봄의 진달래 명산으로 유명한 영취산(439m). 1195년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흥국사는 그 이름처럼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일주문을 지나 오르는 숲길은 비온 뒤라 더 호젓한 분위기. 석종형 부도가 정연하게 늘어선 부도숲이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천왕문을 들어서며 나타나는 누각들은 평범한 느낌인데, 법왕문을 지나 대웅전 앞뜰에 서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에 매료된다. 우선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 건물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거니와 대웅전 앞의 중앙계단과 소맷돌, 석등 등이 독특한 모양이다. 거북, 게, 용 등의 조각들은 대웅전의 축대가 곧 바다임을 상징한다. 법화신앙에서는 대웅전이 곧 중생을 피안의 세계로 실어 나르는 배이기 때문. 

 

왼쪽부터 돌산대교와 장군섬, 시가지가 여수 밤바다의 정취를 더해준다 

 

대웅전의 후불탱화는 석가여래가 영취산(고대 중인도 마가다국)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영산회상도’라는 그림으로 우리나라 17세기의 대표적 불화이다. 또 있다. 흥국사 대웅전 문고리는 한 번 잡기만 해도 삼악도(축생·아귀·지옥)를 면한다고 알려져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서 세 쌍의 문고리 모두 반질반질 닳아 윤이 나 있다. 

 

 

한폭의 그림 같은 바다가 펼쳐졌다

 

흥국사를 나와 이순신대교로 간다. 여수의 맨 위쪽에서 광양시를 이어주는 이순신대교는 현수교 가운데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곳. 주탑 높이는 270m로 63빌딩보다 높고 주탑간 거리 1545m는 이순신 장군의 탄신 해인 1545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어느새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오는 시간, 돌산도의 초입에 있는 돌산공원에 올라 조명이 켜진 형형색색의 다리 위로 흐르는 차들을 본다. 그 아래 바닷물이 흐르고, 세월도 흐른다. 한쪽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케이블카가 오가고, 여수밤바다의 낭만을 찾아온 사람들로 수선스럽다. 돌산대교 옆으로는 조그만 섬이 하나 보이는데 장군섬이라 불린다. 그 이름에서 충무공을 떠올리는 이가 많다고 하는데 사실은 연산군 때의 이량 장군이 주인공.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이량 장군이 이 섬 아래 수중성을 쌓았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해저 석성이다. 봄에 섬을 뒤덮는 벚꽃이 볼 만 하다고 한다. 

 

콰트로포르테는 GT다운 쾌적함과 고성능으로 장거리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돌산공원에서 밤바다를 조망하는 건너편 해안가가 바로 요즘 여수의 핫플레이스라고 하는 낭만포차거리. 붉은 천막의 포장마차들이 촘촘히 길게 늘어서 있는데, 빈자리가 없어 가게마다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낭만을 맛보는 것도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돌산대교의 불빛은 무심하게 바다를 물들이고 또 그렇게 밤은 깊어간다. 거짓말처럼 날이 바뀌어 눈이 시리게 푸른 아침이다. 전날 밤 불야성을 이루었던 낭만포차거리는 바로 벽화마을로 유명한 고소동. 그러고 보면 여수는 통영과 닮은 구석이 참 많다. 곳곳에서 발견하는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도 마찬가지. 어시장과 연안여객터미널이 인접한 고소동은 강구안과 많이 닮았다. 

 

  

여수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이순신광장

 

여수에 와서 오동도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방파제로 연결된 조그만 섬 오동도는 원래 오동나무가 많아 불린 이름이었으나 변천을 겪으며 지금은 동백나무가 가장 많아졌다는 내력이다. 자가용 출입은 금지되고 30분마다 동백열차가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타기에는 가깝고 걷기에는 조금 먼 거리. 어차피 섬을 돌아보려면 제법 걸어야 한다. 섬의 반대쪽 아래로 내려가면 용이 드나들었다는 용굴이 나오는데 그야말로 용이 나왔을 법한 분위기다. 파도가 포말로 부서지는 풍경을 뒤로 하고 등대에 올라 바라보는 바다도 좋다.    

 

바위 틈새로 들어가는 일주문이 여느 사찰과 다르다

 

돌산대교를 건너면 돌산도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아홉 번째로 큰 섬으로, 1984년 돌산대교가 놓이면서 육지와 연결되었다. 섬의 가장 남쪽에 향일암이라고 잘 알려진 관음도량 영구암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특히 일출이 빼어난 풍광으로 유명하다. 암자로 오르는 길 양편으로 갓김치를 만들어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전국으로 공급되는 갓김치는 모두 여기서 만드는 듯하다. 계단으로 오르면 10분, 돌아서 걸어가면 15분이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선택은 각자의 몫. 바위 틈새로 들어가는 일주문이 여느 사찰과 다르게 독특하다. 마치 요새로 들어가는 듯한데. 대웅전이며 관음전 등의 건물을 어떻게 만들었을지, 얼마만한 노고가 들어갔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여수에 가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향일암은 우리나라 4대 관음성지의 하나다

 

긴 벤치를 만들어놓아 쉬면서 바다를 조망하기 좋다. 그야말로 망망대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바라볼 따름이다. 마지막 일정은 여자만갯벌에서 지는 노을을 보는 것. 향일암에서 조금 오래 머문 데다 가는 길에 무슬목을 들르다 보니 조금 지체되었다. 무슬목은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으로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데, 임진왜란 때 왜군을 섬멸한 전승지다. 왜군의 피로 붉게 물들어 ‘무서운 목’이라는 뜻의 무술목이라 부르기도 한다. 

 

노을빛이 스며든 콰트로포르테의 실내가 더욱 화려해지는 순간

 

서둘러 여자만으로 가는 길, 서서히 자세를 낮추는 해를 보며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행히 늦지는 않을 시간, 바다 가운데로 난 방파제가 눈에 들어왔다. 말없이 멀고 궂은 길을 마다하지 않고 동행해준 콰트로포르테를 위한 시간임을 직감했다. 바다 위 겹겹으로 낮게 드리운 산 아래로 화려하게 불사른 노을, 그 노을빛이 차체에 스며든 콰트로포르테는 근사했다. 마세라티는 어디에서나 멋진 스타일을 뽐내지만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가 바로 바다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다. 

 

콰트로포르테의 엔진은 물 흐르듯 부드러우면서 때로 격정적이었다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소(Quattroporte S Q4 GranLusso)

 

2018년형 콰트로포르테는 기존 모델에서 전면과 후면 범퍼 디자인을 새롭게 변경했다. ‘알피에리 콘셉트카’에서 영감을 받은 상어 코 형상 디자인은 더욱 선명해지고 우아해진 모습이다. 전자제어가 가능한 에어 셔터(Air Shutter)를 달아 공기저항계수는 이례적일 정도로 낮은 0.28를 기록한다. 또한 어댑티브 풀 LED 헤드라이트가 적용되어 바이-제논(Bi-Xenon) 라이트보다 55m 더 먼 거리를 비추고, 20% 시인성 향상과 두 배 이상 늘어난 수명을 자랑한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8.4인치의 고화질 터치스크린에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이 호환 가능하다. 트림은 그란루소와 그란스포트 두 가지. 그란루소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실크 에디션에 라디카(Radica) 우드 트림, 가죽 마감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키리스 엔트리(keyless entry)와 새로 장착된 소프트 클로징 도어 기능으로 편안함을 배가시킨다. 콰트로포르테 SQ4는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9.2kg·m을 발휘하는데 이전 모델보다 20마력과 3.1kg·m 증가한 수치다. 0→시속 100km 가속 4.8초, 최고시속 288km를 내며 연비는 7.4km/L이다.

 

효율적인 ‘ICE’와 ‘스포츠’ 등 5가지의 주행 모드를 사용할 수 있고 M 버튼을 눌러 수동 조작도 가능하다. 전자제어식 댐퍼가 장착된 스카이훅 시스템은 평소 승차감에 우선 반응하지만, 서스펜션 버튼을 누르면 스포티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세팅이 바뀐다. 2018년식 콰트로포르테는 유압식이 아닌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을 탑재했다. 핸들 조작이 더욱 편해지면서 새로운 ADAS 기능을 지원한다.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LKA)은 시속 60km 이상, 180km 이하의 속도에서 작동한다. 이와 더불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키면 준 자율주행 모드로 운전할 수 있다.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소의 기본 가격은 1억8690만 원. 4존 에어컨(480만 원), B&W 하이엔드 사운드 시스템(400만 원), Ebano 트림(240만 원) 등은 옵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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