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을 이어온 재규어 XJ 헤리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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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을 이어온 재규어 XJ 헤리티지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 승인 2018.10.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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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럭셔리 세단 XJ는 50년 동안 독특한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이 1968 시리즈 1부터 현행 XJR575까지의 혈통을 추적했다. 아울러 재규어의 미래도 전망해본다

 

과거를 회고하는 드라이브 스토리의 중심에는 기묘한 역설이 담겨 있다. 나는 재규어 XJ 탄생 50주년을 기념하고, 아울러 지금까지 달려온 수많은 길을 따라 과거를 더듬으며 둘러보기로 했다. 재규어 브랜드 최고를 대표하는 모델은 으레 미래에 초점을 맞춰왔다. 역사를 통해 우리가 회고하고자 한 차들은 예외 없이 미래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역사적으로 내려오는 재규어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은퇴 선물로 사고 싶은 모델이었다. 그리고 재규어도 그 역할을 남달리 수행하는 데 보람을 느꼈다. 


이 차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화끈한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아우디의 콘셉트에 비춰 보더라도 그 간격이 그다지 멀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엄청난 펀치와 아찔한 페이스를 자랑했지만, 북적대는 주차장에서 재규어를 쳐다보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있었다.  

 

 

실내도 마찬가지였다. 재규어는 독일의 라이벌 프리미엄들과는 달리 공산품처럼 표면을 깨끗하게 처리하지 않았다. 한심한 내비게이션과 인포메이션 시스템 때문에 가끔 대시보드를 주먹으로 콱 때리고 싶었던 XJR의 실내가 어른거렸다. 다만 그 외의 실내는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운전감각은 여전히 아주 멋졌다. 더 나아가 이 차의 핵심 라이벌을 모아 면밀하게 비교하더라도 결코 하위권에 머무를 차가 아니었다. 최신 XJ 세대는 정확히 7년 전 처음 시장에 나왔고, 이후 시장에서 펼쳐진 게임의 법칙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를 거듭했다.


그렇지만 재규어는 언제나 차를 어떻게 다뤄야하는가를 잘 알고 있었다. 568마력 엔진으로 무장한 XJ는 항상 싱그러웠고 빨랐다. 게다가 뭔가 다른 특징도 있었다. 그것이 XJR575의 최신 연식 향상(뒷바퀴굴림용 전동 스티어링 포함) 탓인지 XJR575 본연의 특징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지금까지 몰아본 다른 어떤 XJ보다 침착하고 정확했으며 전체적인 통일감이 뛰어났다. 일생의 황혼에 와서야 이 경지에 올랐다니 울화가 치밀었다. 처음부터 이런 식이었다면 재규어는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고 경쟁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1968년 XJ6의 던롭 SP 타이어는 키가 크지 않았다
1968년 XJ6의 던롭 SP 타이어는 키가 크지 않았다
XJR575의 피렐리 P 제로는 승차감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XJR575의 피렐리 P 제로는 승차감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우리가 시승한 XJ의 선배 버전들 역시 오랫동안 봉사한 슈퍼차저 V8을 탑재했다. 때문에 핸들링을 살리기 위해 승차감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시승차는 핸들링이 현란하면서 동시에 코너링이 집요했고, 언더스티어를 재치 있게 요리했다. 저 멀리 보이는 1950년대 재규어에는 전설적 테스트 드라이버와 엔지니어, 차량 개발의 달인 노먼 더위스가 있었다. 거의 모든 재규어가 도달해야 할 핸들링을 규정한 주역들이었다. 시승차 역시 그 수준에 부합하도록 만들어졌다.


더위스의 차 한 대가 우리와 합세했다. 정확히 말해 그의 상전 라이언스가 다루던 차였다. 세이블그린 컬러의 시리즈 1 XJ6 4.2는 실내가 계피색이었고, 제작번호는 370호였다. 재규어의 공동창업자 윌리엄 라이언스(영국 산업에 공헌해 1956년 기사작위를 받았다)가 회사 차량으로 지정하지 않았다면 2258파운드(약 327만 원-당시 기준으로 고가인)에 팔렸을 차였다. 어느 모로나 표준이었고 거의 오리지널에 가까웠다. 지금 보더라도 1960년대의 차로 보이지 않았다. 당시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메이커들도 옆구리를 깎아 각진 머신을 만들었다.

 

메르세데스-AMG S63의 라이벌인 XJR575는 최고시속 300km이고, 가격은 9만3780파운드(약 1억3588만 원)에서 시작했다
메르세데스-AMG S63의 라이벌인 XJR575는 최고시속 300km를 냈다

 

XJ6은 메르세데스 250과 맞섰고, 새 차는 2258파운드(약 327만 원)였다
XJ6은 메르세데스 250과 맞섰다

 

그에 비춰볼 때 XJ6은 가당찮게 우아하고 날씬하며 아름다웠다. 게다가 윌리엄 경이 적극적인 관여를 했던 마지막 차였다. 그 뒤에 나온 차들이 보여줬듯이 제작 환경은 두 번 다시 같은 경우가 없었다. 흥미롭게도 라이언스는 ‘적어도 7년간’ 시장에서 살아남기에 충분히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실제로 그보다 훨씬 수명이 길었다. 본질적으로 같았던 마지막 시리즈 3 버전은 예상보다 24년 더 긴 1992년까지 살아남았다. 승차감은 롤스로이스 실버 섀도우보다 뛰어났고, 핸들링은 E-타입을 앞섰다. 숨소리는 조용했고, 비범하게 빨랐다(무기력한 2.8L 버전을 고르는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시장에 나왔던 가장 아름다운 세단이 분명했다.

 

게다가 당대의 모든 재규어처럼 가격도 아주 예리하게 결정됐다. 이 차의 운전성능은 지금도 나름대로 경이적이었다. 물론 지난 50년간 다방면으로 발전했으나 모두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지는 않았다. 어느 범위의 속도에서는 최신 에어서스펜션 모델과 같았다. 뿐만 아니라 주차장의 과속방지턱을 매끄럽게 타고 넘었고, 고속도로 요철도 차분히 통과했다. 가느다란 스티어링을 손가락 끝으로 조작하자 아주 빠르게 작동했다. 코너에 들어갈 때 뒤뚱거리며 소동을 벌일 듯했으나 스스로 보디동작을 조절했다. XJ6 서스펜션에 맞춰 설계한 던롭 SP 스포츠타이어가 빠르게 반응했다.  


 

 

엔진은 1950년대 르망 24시간 5회 우승의 위업에 빛나는 바로 그 기본형이었으나 약간 실망스러웠다. 무게 1500kg를 살짝 넘는 이 차의 출력은 245마력이었다. 0→ 시속 100km 가속은 6.5초라는 최신 XE와 같은 출력이었다. 어림수로 계산된 출력이라 과장된 것 같았다. 시승차인 XJ가 그렇게 하려면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려야 했다. 그리고 3단 자동박스는 뒷바퀴에 보내기 전에 상당한 파워를 잡아먹었다. 

XJR의 V8에는 그런 문제가 없었고, 0→ 시속 100km 가속을 4.4초로 줄였다. 다만 이 엔진은 머지않아 사라지게 된다는 게 몹시 안타깝다. 메르세데스-AMG의 최신 터보 엔진의 파워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회전대 전역을 통해 지체 없이, 상쾌하고도 난폭하게 펀치를 휘둘렀다. 구형 XJ는 V8(과 V12)을 장착하고 나올 작정이었지만 생산이 늦어져 취소됐다. 그런데 V12는 결국 XJ12에 실려 나왔다. 계획대로 됐다면 V8은 구형 직렬 6기통과 마찬가지로 재규어의 기술적 아이콘으로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XJ6의 4235CC 직렬 6기통은 최고출력이 245마력이었다; XJR575의 슈퍼차저 V8은 568마력을 토했다
XJ6의 4235CC 직렬 6기통은 최고출력이 245마력이었다; XJR575의 슈퍼차저
V8은568마력을 토했다

 

이 둘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각자의 자세, 차별화를 하려는 노력과 비좁은 뒷좌석 공간이다. 유럽계 라이벌에 비해 언제나 단역에 그치는 이유가 현행 모델이 스타일에서 클래스 기준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50년 전 바로 그 개성이 XJ6의 대성공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그렇게 다져진 제품 라인업이 점차 갈라지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사실 지금의 XJ가 시장에서 후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요즘 우리는 차별화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고객들은 4도어 세단을 밀어내고 덩치 큰 SUV를 골라잡는다. 1968년에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지금 XJ의 뚜렷한 외모와 화려한 실내를 그리워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밸런스와 슈퍼차저 엔진도 마찬가지다. XJ의 모든 세대를 통틀어 지금의 XJ를 앞설 모델은 제 1세대밖에 없다. 어쨌든 XJ의 장래가 굳건하다니 반갑다. 그리고 차세대 XJ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야심작이 될 것이다. 스타일과 마찬가지로 성능에서 앞서가지 않는 XJ는 진정한 XJ가 아니다. 

 

1968 XJ6에는 라디오가 없었다. 당시 48파운드(약 6만9000원)의 옵션으로 포함되었다
1968년 XJ6에는 라디오가 없었다. 당시 48파운드(약 6만9000원)의 옵션으로
포함되었다

 

<재규어의 5대 XJ 랜드마크>

 

1972년 XJ12
늦게라도 나와서 다행이었다. XJ는 1968년에 예정했던 5.3L V12를 장착했다. 최고시속 225km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4도어 4인승 모델이었다.


 

 

1975년 XJ 쿠페
윌리엄 라이언스 경이 가장 사랑했다고 전해지는 걸작. 영국 드라마 <전격 제로 작전>에서 브로드스피드 경주차로 주목받은 화려한 쿠페였다.

 

1986년 XJ6(XJ40)
오리지널 이후 최초의 올 뉴 XJ.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였으나 매력은 좀 떨어졌다. 제작품질에 문제가 있었고, 신형 AJ6 엔진은 개성이 모자랐다.


 

 

1997년 XJ8 (X308)
X300에서 진화했다. 30년 전 계획된 최초의 V8 구동의 XJ 모델이었다. 406마력의 힘을 발휘하는 XJR은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저돌적이었다.
 

 

2003년 XJ8(X350)
아마도 가장 급진적인 XJ. 그 디자인 뒤에 완전 알루미늄 모노코크와 보디가 자리잡았다. 오늘날 동급의 XJ에도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XJ 전기차의 미래>

 

재규어 XJ 전기차는 어떤 모양일까
재규어 XJ 전기차는 어떤 모양일까

 

2021년에 나올 신형 재규어 XJ는 역사상 최초의 5도어 양산 XJ가 될 것이다. 포르쉐 파나메라,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와 같은 스타일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 차는 순수 전기차다. 앞으로 나올 재규어 랜드로버의 PLA 모듈구조가 밑받침된다. 굉장한 흥분되는 소식이다. 전기 파워트레인은 오랜 세월에 걸쳐 최고 XJ의 심장을 차지할 펀치와 세련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50년이 흘러도 XJ 서브브랜드는 계속 혁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XJ가 100주년을 맞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재규어 V8의 죽음>

20여 년 전 나는 처음으로 XJR575에 실린 ‘AJ-V8’과 마주했다. 당시 신형 재규어 XK8에 실렸다. 이후 슈퍼차저와 자연흡기형으로 나와 랜드로버 디펜더와 애스턴 마틴 V8 밴티지에 이르는 다양한 차의 보닛 밑에 들어갔다. 재규어, 랜드로버와 애스턴의 숱한 손질을 받았으나 똑같은 기본구조로 4.0, 4.3, 4.7과 5.0L 배기량 모델로도 나왔다. 출력은 286마력(오리지널 XK8)부터 592마력(XE SV 프로젝트 8)으로 올라갔다. 그동안 르망 24시간에서 애스턴 마틴을 앞질러 다양한 클래스에서 우승했다. 그밖에 수많은 V8처럼 더할 수 없이 유연한 실력을 발휘했다.  
 


지금까지 재규어는 4, 6, 8과 12기통을 심장으로 달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점차 확장되고 있는 인제니움 계열의 직렬 6기통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이 브랜드 하면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은 역시 직렬 6기통일 것이다. 1949~1992년에 르망 우승 머신에서 영구차에 이르는 모든 차에 ‘XK’ 6기통 엔진이 실렸다. 덕분에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한 엔진의 왕좌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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