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아발론, 낙원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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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아발론, 낙원을 꿈꾸다
  • 고영
  • 승인 2013.11.21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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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에 첫눈이 내렸단다. 뉴스를 접하고 차창 밖을 보니 길거리 사람들의 옷차림이 어느새 두터워져 있다. 가을빛이 물들기도 전에 첫눈이라니…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기도 버거워질 만큼 나의 연식도 이제 제법 오래 되어간다. 20세기 중반에 나온 올드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아니, 거부해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나는 나의 生이 클래식카처럼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기억되기를 바랐다. 명차는 아니더라도 한때 그런 차가 있었지 하는, 추억 속에서나마 회자될 수 있는 그런 生이고 싶었다. 몹쓸 주인의 등쌀에 못 이겨 궤도를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 소박한 꿈을 위해 나는 얼마나 나를 채근하며 살았던가. 내 몸은 바퀴 위에 실린 화물처럼, 신발 위에 실린 화물이었다.
 

그런데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을 보면서 나의 그 소박한 꿈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 시절을 되돌아볼 여유는커녕 쏟아져 나오는 신차들의 이름을 기억하기에도 내 머리는 바쁘고 복잡하다. 저마다 테크놀러지라는 신기술로 무장한 이 낯선 이방인들의 출현으로 눈은 즐겁고, 어느새 올드카의 개념조차 희미해진다.

렉서스, 캠리, 프리우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설레게 했던 토요타의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링 카들이다. 이들은 이미 우리 도로를 활주하며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아발론이다. 그것도 ‘더 올 뉴 아발론’이란다. 토요타의 기함이라니 어떨까 하는 기대를 안고 차에 오른다.
 

차체 외관 디자인은 뭐랄까 심플하면서 우아하지만 개성이 부족해 보인다. 솔직히 렉서스나 캠리와 비교가 잘 되지 않는다. 볼륨감이 좀 더 크다는 게 차이점일 뿐. 같은 집 자식이라 그런가? 아님 나의 전문적인 자동차 디자인 지식이 부족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문가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자동차 지론이다. 자기 복제에 따른 후유증은 아닌지.

실내 디자인은 역시 토요타답게 잘 정돈된 느낌. 큼지막하면서도 한눈에 쏙쏙 들어오도록 배치된 센터페시아가 눈길을 끈다. 편안해 보인다. 넉넉한 공간에다 앞뒤 좌석 모두 개별적으로 냉난방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자동시트까지… 토요타의 차를 처음 접해본 사람이라면 금방 마음이 끌릴 듯하다. 특히 여성운전자에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계기판은 보수정인 방식이면서 모던한 감각을 더했다.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라는 각종 주행정보를 팝업 이미지로 띄워 현재 내가 어떤 상태에서 운전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오디오 디스플레이도 손끝으로 터치해 작동할 수 있다. 둥근 두 개의 컵홀더에는 은근하게 푸른 조명이 들어온다. 늦은 밤 홀로 고속도를 달리는 조용한 시간, 혼자라는 생각을 잠시 잊게 하는 따뜻한 느낌이다.

착 가라앉은 느낌의 차가 나는 좋다. 진중한 사람이 좋은 것처럼. 그런 면에서 아발론은 내 맘에 쏙 든다. 소문만 요란하고 방정맞은 차들이 어디 한둘인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크게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별다른 충격을 느끼지 못해서 더 좋았다. 승차감은 국내 경쟁 모델이 될 그랜저나 제네시스보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속도, 잘 나간다. 밟는 대로 나간다. 180km를 넘나드는데도 결코 가볍지 않다. 소음도 비교적 잘 통제되어 있다. 더 밟아보고 싶었지만 우리네 현실에선 쉽지 않은 일임을 어이할 것인가. 승차감은 편안하고 안락하다. 에코, 노멀, 스포트라는 세 개의 주행 모드를 바꿔 써본다. 사실 잘 모르겠다.

에코에서는 엑셀을 밟은 만큼 잘 안나가고 스포트에서는 그 억제된 감각을 맘껏 풀어 놓았다는 차이. 노멀은 그 중간쯤일 것이다. 3.5L 277마력의 힘은 과시하지 않는다. 때때로 과시를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아무튼 요즘 나오는 웬만한 중대형 승용차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연비는 사실 기대에 조금 못 미친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에 대한 눈높이는 상당히 많이 올라갔다. 그 눈높이에 맞추려면 머리를 좀 더 싸매야겠다는 생각이다. 아발론의 고민도 간단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수입차라면 무조건 지갑을 여는 시대는 지났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한국토요타의 판매목표는 좀 소박하다고도 할 수준이다. 차분하게 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아발론을 경험해보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아발론’은 고대 켈트 신화의 아더 왕이 전투를 치른 후 상처를 치유하러 갔던 낙원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 이 지구상에는 낙원은 없다. 단지 낙원을 꿈꿀 뿐. 토요타 ‘더 올 뉴 아발론’이 우리를 낙원으로 인도하는 중책을 충실히 수행할지 지켜볼 일이다.

글: 고영(시인), 사진: 김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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