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 마틴 비라지, 애스턴의 기준을 세우는 GT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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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턴 마틴 비라지, 애스턴의 기준을 세우는 GT 카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7.0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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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비라지를 첫 눈에 다른 애스턴 마틴과 구분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지만, 그 점이 진화의 묘미다

독자들은 궁금해 할지도 모르겠다. 왜 애스턴 마틴은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새 차의 이름을 짓는데 있어,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천재적인 손길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1980년대 차의 이름을 따를 생각을 했을까? 대답은 이렇다. 사장이 비라지라는 이름을 좋아하고, 애스턴 마틴의 프로젝트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이언 미나즈(Ian Minards)의 말에 따르면 오리지널 버전이 “실제로 우리가 믿어왔을 역사보다 훨씬 더 좋은 차”였기 때문이다.

이 차의 이름 뒤에 숨겨진 진실이나 논리가 어떻든 간에, 그리고 디자인이 언뜻 보기에 친숙해 보이는 것과 관계없이, 비라지는 바로 지금의 애스턴 마틴에 있어 핵심적인 차다. 단지 이 차가 12만5천 파운드(약 2억2천250만원)인 DB9와 17만5천 파운드(약 3억1천150만원)인 DBS 사이의 간격을 채우기 위한 차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애스턴 마틴의 기술적 목표에서 작지만 중요한 철학적 전환을 대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스턴 마틴은 비라지가 순수한 GT 카라고 말한다. 이는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된 차라는 뜻이다. 출력과 성능이 DBS의 것과 극단적으로 비슷하게 느껴질지언정, 실제로는 비라지가 그의 윗급 형제차에 비해 더 부드럽고 더 응집력이 있다. 이 차야말로 앞으로 몇 년 동안 나올 애스턴 마틴의 더욱 대중적인 모델들 대부분의 기준을 세울 차다. 이러한 전환의 영향력은 크게 보면 4도어 모델인 라피드의 개발 과정에서 배운 것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간단히 말해, 애스턴 마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라피드의 섀시, 서스펜션과 마무리에 있어 대단한 일을 해냈다. 사실, 그들은 그 부분에 있어 그 주제를 애스턴 마틴의 더 스포티한 차들로 완벽하게 이어 나가야 한다고 느낄 만큼 대단히 감명을 받았다. 포드의 전임 책임자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지금은 애스턴 마틴의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는 인물은 최근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라피드 이전까지, 그들은 애스턴 마틴에서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그 방법을 터득했으니,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15만 파운드(약 2억6천700만원)짜리 V12 비라지는 차분한 만큼 침착한 전체적인 동적 개성에 있어 높은 수준의 세련미를 보여준다. 이는 차에 올라 운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 차의 높아진 목표는 차에 오르기도 전에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기본적인 형태는 예상대로 다른 모든 VH 플랫폼 바탕의 애스턴 마틴(특히 밴티지, DB9 및 DBS)과 닮은 듯하지만, 세부적인 면에 있어 비라지는 앞서 나온 어느 차들과도 확실히 다르고 더 성숙했다. 본질적인 면에서 보면 공격적이면서도 우아한 모습이다. 새로운 앞 스포일러의 양 측면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선은 차체 아래쪽을 따라 주욱 이어지고, 뒤 범퍼 아래쪽을 가로질러 힘차게 앞으로 전진하려는 형태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이와 함께, 라피드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헤드램프는 한층 원숙한 느낌을 주고 휠 디자인은 비라지를 우월한 존재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특히 스포일러가 더 강조된 DBS와 비교하면 차이는 분명해진다.

그런 주제는 실내에도 이어진다. 대시보드에는 새로운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시트, (좋든 싫든 간에) 새로운 스티어링 휠 뒤에 놓인 한 쌍의 변속 패들, 그리고 전반적으로 조금 더 절제된 감각이 실내에 배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오리지널 DB9의 요소들과 비교하면 다소 움츠러든 느낌인데, 아마도 새로운 앞 시트가 너무 두텁기 때문일 것이다. 비라지에서 성인의 뒤쪽에 성인이 앉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왜 두 개의 전혀 쓸모없는 뒷좌석을 대신해 한결 단순한 짐 공간을 마련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어쨌든, 비라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전히 목적지를 향한 시선에서 사라지는 긴 보닛 너머로 카리스마적으로 뚜렷한 시야를 얻을 수 있는 운전석이다. 역방향으로 회전하는 엔진회전계가 계속 헷갈리기는 하지만, 운전 자세는 근본적인 인간공학 면에서 완벽하다. 계기판도 특정 방향에서의 빛이 이상하게 반사되어 여전히 거슬린다. 어느 쪽 좌석이든, 차에 올라앉으면 위풍당당함을 분명히 느끼게 된다. 고급스럽다 못해 이국적이기까지 한 이 차의 분위기와 향취는 다른 차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마침내 스티어링 휠 뒤편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엔진 시동을 위해서는 공기배출구 아래의 삽입구에 유리로 만든 열쇠를 넣고 잠깐 동안 누르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6.0L V12 엔진이 화답한다. 그 순간, 다시 한 번 특별한 느낌이 살아난다.

엔진에 시동이 걸릴 때 회전수가 쏟아내는 불협화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집중력의 끈을 부여잡도록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극적인 순간이다. 1단 기어를 선택하기 위해 오른쪽 변속 패들을 당기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부드럽게 움직이는 순간, 이 차에 대한 당신의 인식에 모종의 변화가 일어난다. 5m 이상 움직이지 않더라도 비라지는 라피드 이전에 드러나지 않았던 너그럽고 우아한 방식의 반응을 보인다. 승차감은 달콤하리만치 부드럽고, 스티어링은 가볍지만 이전보다 더 확실하며, 브레이크조차도 특히 가볍게 밟았을 때 확인할 수 있는 섬세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이는 카본 세라믹 디스크가 기본으로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그래서 저속에서는 정확한 제동력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

몇 km를 달린 후 이내 깨닫게 되는 것은, 497마력과 58.1kg·m의 토크, 그리고 299km의 최고 시속을 보여주기는 해도 비라지는 그 핵심에 있어 운전하기에 놀라울 정도로 멋진 차라는 점이다. 이 차가 거의 진짜 럭셔리 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6초 만에 가속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때다. 그 점이 이 차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언제든 원하는 때에 스포티함을 펼칠 수 있는 이면 때문이다.

대시보드에 있는 스포트라고 쓰인 버튼을 누르면, 단숨에 훨씬 빠른 액셀러레이터 반응과 함께 6단 변속기의 더 빠르고 조금 더 광적인 변속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스포트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윗단으로 변속되는 모드가 해제되기 때문에, 더 높은 단을 선택하지 않고 V12 엔진을 6,500rpm인 회전한계 가까이까지 회전수를 유지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당신이 원하지 않는 한 코너링 중에 정확히 필요한 순간까지 윗단으로 변속하지 않는다.

만약 비라지가 직선도로에서 DBS만큼 공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 차가 성능을 풀어내는 방법이 DBS와 매우 다르고, 더 낫기 때문일 것이다.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겠지만, 많은 오너들에게 있어서는 변속이 대단히 쉬운 일로 여겨진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더 만족스러운 느낌이다.

또한 비라지는 DBS와 비교하면 개성에 있어 훨씬 더 차분한 느낌이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소음이 적다는 것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보여준다. 세련되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성능을 최대한 발휘할 때 DBS가 내는 소리는 운전에 있어 더욱 기분 좋은 경험이라는 점에서는 나쁘다. 그러나 비라지가 안겨주는 전체적인 주행 느낌은 훨씬 더 매력적임을 입증할 것이며, 그 점은 DBS는 물론 DB9와도 비교할 수 없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무수히 많지만, 최소한 비라지가 VH 플랫폼의 진화에 있어 가장 최신의 단계로서 어느 이전 모델들보다도 훨씬 더 발전되었어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나 동적인 측면에서 이 차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관점에서 돋보이는 요소는 바로 섀시다.

비라지는 예를 들어 탄소섬유가 전혀 쓰이지 않는 등 값비싸고 독특한 소재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DBS보다 무겁기는 하지만, 달리는 동안은 절대로 그런 것을 크게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상쾌한 반응과 승차감 및 핸들링이 다듬어진 수준은 DBS에서 이상하리만치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점은 급한 코너를 돌 때 먼저 느끼게 되고, 안정적이지만 힘차게 중속 코너를 돌아나갈때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섀시의 멋지고 자연스러운 균형감은 특히 어느 누가 운전석에 앉더라도 커다란 신뢰감을 안겨주는 뒤 서스펜션 덕분이다. 스티어링 역시 한편으로는 대단히 세련된 부드러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신속하고 직관적인 반응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비라지는 한계선상이나 그 부근에서 달려본 497마력급 차들 가운데 가장 편안한 느낌을 주는 차들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비라지는 우선 탁월한 세련미를 지닌 GT 카이고 스포츠카라는 느낌은 그보다 덜하다. 처음부터 전혀 스포츠를 위한 차라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최소한 몇 개의 코너를 공략하고 갖고 있는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차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 전까지는 그렇다. 이 차가 과연 이런 차에 15만 파운드(약 2억6천700만원)를 지불할 수 있을 만큼 운 좋은 사람들의 마음과 열정을 애스턴 마틴으로 묶어둘 수 있을까? 그것은 물론 중요한 의문이고, 애스턴 마틴이 ‘그렇다’는 대답을 얻기를 바라는 질문 중 하나다.

경쟁을 위해 페라리 같은 메이커들이 내놓은 더 새롭고 이론적으로 더 신선한 경쟁자들을 놓고 보면, 장기적인 전망으로는 비라지 같은 차나 애스턴 마틴 같은 회사는 걱정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차는 진화의 과정이 얼마나 값진 것이며, 지속적인 라인업의 개선이 어떻게 이처럼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비라지는 이제까지 존재했던 것 중 가장 완벽한 애스턴 마틴이 될 자격이 충분하고, 진보할 수 있는 훌륭한 토대가 없다면 이런 차가 나오는 것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글ㆍ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FACT FILE
ASTON MARTIN VIRAGE
가격 £150,000(약 2억6천700만원)
0→시속 100km 가속 4.6초
최고시속 299.3km
연비 6.7km/L
CO₂ 배출량 348g/km
무게 1790kg

엔진 V12, 5935cc, 휘발유
구조 프론트, 세로, 뒷바퀴굴림
최고출력 497마력/6500rpm
최대토크 58.1kg·m/5750rpm
무게당 출력 278마력/톤
리터당 출력 84마력/L
압축비 11:1
변속기 6단 자동

길이 4703mm
너비 2061mm
높이 1282mm
휠베이스 2740mm
연료탱크 80L
주행가능거리 483km
트렁크 용량 184L

앞 서스펜션 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 서스펜션 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398mm V디스크(앞), 360mm V디스크(뒤)
휠 8.5J×20인치(앞), 11J×20인치(뒤)
타이어 245/35(앞), 295/30(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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