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쥬크, 작지만 화끈한 몬스터
상태바
닛산 쥬크, 작지만 화끈한 몬스터
  • 이경섭
  • 승인 2013.11.11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쥬크는 이름값을 제대로 한다. 미식축구의 현란한 몸놀림이라는 뜻 그대로 화끈한 주행성능을 뽐낸다. 생김새만큼이나 성격도 짜릿하다

신기하게도 사람이나 자동차나 이름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닛산의 소형 크로스오버 쥬크(Juke)는 무슨 뜻일까? 당연하게 주크 박스(Juke Box)에서 따온 것인 줄로 생각했다. 주크 박스의 신나고 강렬한 비트처럼 즐거움을 주는 차. 이런 바람직한 해석이 가능하다. 틀린 건 아니지만 닛산의 설명에 따르면 조금 더 직설적인 뜻을 가졌다. 어학사전의 첫 번째 설명에 나오는 쥬크의 뜻 그대로다.

미식축구에서 상대를 속이기 위한 현란한 몸놀림이란 뜻이다. 터프한 미식축구 선수의 몸놀림이라니. 느낌이 확연하다. 그러니까 엔터테인먼트보다는 스포츠성에 좀 더 비중을 둔 차란 얘기가 되겠다. 5미터 전방에서 쥬크를 감상한다. 양산차 중에 이렇게 과감한 디자인을 본 적이 있던가 아마 쥬크가 처음인 듯하다. 포켓 몬스터에서 튀어나온 캐릭터 같다.

시승을 위해 집에 가져갔을 때 아내는 “어머낫. 개구리 왕눈이에 나오는 아로미 아빠 투투 같네”라고 말했다. 어느 쪽이든 극진한 칭찬처럼 들리진 않겠지만 완곡한 표현으로 말해보자면 유니크한 디자인, 독보적인 외모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 받으라고 하는 것 같다. 별스런 자신감이다. 그런데 이런 자신감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꽤 먹혔다.

쥬크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23만8천866대가 팔렸다. 2010 6월 첫 출시 이후 올해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65만8천881대에 이른다. 이중 37만대가 유럽시장에 팔렸고 미국 12만대, 일본 10만대 순으로 소형차를 선호하는 유럽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다. 외모를 좀 더 뜯어보면 어디선가 뚝 떨어진 게 아니고 군데군데 요즘 닛산의 캐릭터가 반영돼 있다.

전반적으로 근육질이 강조된 차체 라인도 그렇고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부메랑’ 형상이라고 자처하는 테일램프도 370Z나 알티마의 것과 맥락이 같다. 이쯤에서 퀴즈를 내볼까. 앞에 툭 튀어나온 네 개의 눈 중 어느 것이 전조등일까 일반적 선입견으로는 날카롭게 찢어진 위쪽이 전조등이고 부릅뜬 아래쪽 눈은 안개등일 것 같은데 정답은 아래쪽이다. 위쪽은 방향지시등과 미등 역할이다. 이런 파격은 유머러스하다.

단순히 재치가 넘칠 뿐 아니라 얘깃거리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나쁠 것이 없다. 과도한 안개등처럼 보이는 전조등은 랠리카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라고 한다. WRC 같은 터프한 랠리를 누비는 경주차의 모습이 어떤지를 떠올려보면 수긍이 간다. 차의 성격은 CUV 즉 크로스오버 자동차다. 소형 SUV로 봐도 되지만 닛산에서는 소비자들이 쥬크를 SUV와 스포츠카의 결합으로 받아들이길 원한다.

일반적인 크로스오버는 대개 SUV와 세단의 장점을 겸한 차, 그러니까 편의성과 실용성의 조합이라면 쥬크의 경우는 실용성에 경쾌함을 더했다는 뜻이겠다. 쥬크의 차체를 샌드위치처럼 절반씩 아래위로 잘라보자. 위쪽은 스포츠 쿠페, 아래쪽은 SUV 형상이다. 이런 조합을 진지하게 그려보자면 웃음이 터진다. 참으로 재미있고 독특한 발상이다.

소형 스포츠카처럼 직관적이고 재미있는 드라이빙 감각을 누리면서 이를 떠받치는 단단한 하체는 강인하고 실용적인 SUV 영역 그대로라는 게 쥬크의 개발 콘셉트다. 파격이 아닌 장르의 창조인 셈인데 이런 조합은 흔하지 않다. 떡 벌어진 어깨와 강조된 엉덩이 라인, 커다란 휠 아치에서 풍겨나는 당당한 이미지는 매우 남성적인 인상이다. 뒤쪽으로 가면서 낮아지는 지붕선은 날렵한 쿠페 형상이다.

여기에 뒷문 손잡이도 C필러에 슬쩍 숨겨놔서 얼핏 보면 문 두 개짜리 쿠페 느낌이다. 독특하고 남성적이며 젊고 역동적인 요소를 버무려 완성한 디자인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면 첫눈에 가졌던 기이한 느낌은 이제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근거를 갖게 된다. 외관에 비해 실내는 심플한 편이라 놀랍다. 모터사이클 연료통에서 디자인을 차용했다는 고광택 센터콘솔 정도가 눈에 띌까.

전체적으로는 간결하고 무난한 분위기다. 계기판 위쪽 패널은 흡사 초가집 지붕 모양인데 운전자에겐 스티어링 휠에 가려져서 독특함이 옅어진다. 큼직한 화면의 최신 내비게이션은 후한 점수를 줄 만하지만 이런저런 조작 버튼들은 직관적으로 사용하기에 아쉬움이 없지 않다. 스티어링 휠의 스위치는 터치감이 거칠고 사용법도 용이하지 않다. 사이드미러 조작 버튼도 무릎 공간 깊숙이 있어서 더듬거리며 찾아야 한다.

이런 디테일은 적응에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 트렁크는 넓지 않지만 바닥 아래 차량용품을 넣어둘 만한 공간을 마련해뒀다. 뒷좌석 시트를 앞으로 눕히면 트렁크 바닥면에 연이은 편평한 짐 공간이 꽤나 크게 만들어진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가 좋고 개방감도 크다. 시동은 버튼식이다. 쥬크에는 1.6L 4기통 직분사 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5,600rpm에서 190마력의 최고출력과 2,000~5,200rpm에서 24.5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닛산이 오랜 시간 다듬은 엔진에 엑스트로닉 CVT 무단변속기를 결합했다. CVT 변속기는 이전에도 여러 번 경험한 것으로 개인적으로는 주행 느낌이 대체로 좋지 않았던 기억이다. 연비에 유리하고 변속과 주행이 부드럽다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답답하고 밋밋해서 다이내믹함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계속해서 보완이 이뤄져 요즘 CVT는 이질감을 상당히 개선하긴 했다.

우수한 연비 등 장점이 많은 CVT지만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닛산은 영리하게도 보완 장치를 준비했다. 수동 모드를 더하고 rpm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운전자가 리듬감 있는 변속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실제는 무단변속기지만 자동변속기 같은 ‘느낌’을 추가한 것으로 통합제어시스템 ‘I-CON’에서 선택할 수 있는 스포츠 모드에서 실현된다.

드라이브 모드는 운전자 의도에 따라 버튼 하나로 노멀, 스포츠, 에코의 세 가지로 선택할 수 있는데 어떤 모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드로틀, 트랜스미션 변속 로직, 스티어링 휠 반응이 달라진다. 그런데 드라이브 모드와 상관없이 쥬크의 몸놀림은 전반적으로 경쾌하다. 밟는 대로 쭉쭉 나가는 느낌이랄까. 190마력은 쉽게 체감된다. 터보답게 출발부터 최고속까지 쭉쭉 밀어주는 힘이 거침이 없다.

변속 ‘느낌’도 즉각적이라 마치 듀얼클러치 변속기처럼 빠르게 반응한다. 시트 포지션이 높지만 굽은 길에서의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스티어링은 묵직하지만 위화감 없이 정확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서스펜션은 단단하게 세팅됐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어보면 의외로 나긋한 반응을 보인다. 전반적인 승차감은 용감한 외모만큼이나 직설적이고 터프한 편인데 스포츠 주행에서는 유리한 면이기도 하다.

쥬크는 기본형인 쥬크 S에 선루프, 8인치 내비게이션, 리어뷰 모니터, I-CON 시스템이 추가된 쥬크 SV 두 가지 트림으로 선보인다. 가격은 각각 2천690만원과 2천890만원. 가격 설정은 적절해 보이는데 경쟁자들이 만만찮다. 타케히코 키쿠치 한국닛산 대표는 쥬크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쥬크의 경쟁자는 미니 컨트리맨”이라고 대담하게 선언했다. 미니로선 콧방귀를 뀔지 모르지만 사양으로 본다면 충분히 도발해볼 만하다.

값도 1천만원 이상 싸니까. 미니가 상대를 해주면 좋은 일이지만 현실은 기아 쏘울과 비교된다. 조만간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선보일 쏘울은 비슷한 배기량에 즐거움(Fun)을 추구한다는 지향점도 같고 미국 시장에서는 사회 초년병들을 두고 쥬크와 경쟁하고 있기도 하다. 이 비교에서는 쥬크가 쏘울에게 “어딜 감히!”라고 눈을 부라릴 수 있겠지만 쥬크는 자신이 미니에게 들이대는 만큼의 가격적 이점을 쏘울이 가졌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쉐보레 트랙스도 만만찮은 경쟁자이고 출시를 앞둔 르노삼성 QM3은 무엇보다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될 전망이다. 플랫폼을 공유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패밀리로 여러 모로 흥미롭게 견줘볼 상대다. 이런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세그먼트에서 쥬크의 등장은 충분한 이슈거리다. 쥬크는 한국닛산의 설립 5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소형 크로스오버 쥬크를 추가함으로써 닛산은 중형 세단 알티마와 박스카 큐브, 크로스오버 무라노와 로그, 스포츠카 370Z와 슈퍼카 GT-R 등 패션카에서부터 슈퍼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층에 어필할 수 있는 탄탄한 풀 라인업을 갖췄다. 쥬크의 판매 목표는 월 200대. 지난달 23일 사전예약 10일 만에 120대가 계약됐다. 쥬크는 한국닛산 판매량의 절반이라는 막중한 짐을 떠안았다. 쥬크를 내세운 닛산이 국내시장에서 도약을 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글: 이경섭(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이근영(프리랜서)

NISSAN JUKE SV
가격: 2천890만원
크기: 4135×1765×1570mm
휠베이스: 2530mm
엔진: 4기통, 1618cc, 직분사 터보차저, 휘발유
무게: 1,345kg
최고출력: 190마력/5600rpm
최대토크: 24.5kg·m/2000~5200rpm
복합연비: 12.1km/L
CO₂ 배출량: 144g/km
변속기: 엑스트로닉 CVT
서스펜션(앞/뒤): 독립식 스트럿/토션 빔
브레이크(앞/뒤): V 디스크/디스크
타이어: 215/55 R1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