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링 슈퍼레제라 디스코 볼란테, DISCO F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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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링 슈퍼레제라 디스코 볼란테, DISCO FEVER
  • 마크 티쇼
  • 승인 2013.10.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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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서 가장 뛰어나고 값비싼 것을 사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부류의 자동차 소비자들이 있다. 재규어, 페라리, 벤틀리, 맥라렌 같은 자동차 회사들이 판매 가격표에서 찾을 수 없는 가장 특별한 모델들을 만들기 위해 비밀스러운 기술 부서를 만들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또 다른 부류의 자동차 소비자들도 있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동원해 셀 수 있는 것보다 더 적은 수의 사람들의 집단인 이들은 심지어 이런 창조물들조차도 콧방귀를 뀌고(결국에는 페라리뿐이다), 훨씬 더 특별하고 정성들여 손으로 만들며 정말 돈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원한다.

코치빌더라는 개념은 그래서 등장했고, 베르토네, 피닌파리나, 투어링 슈퍼레제라와 같은 회사들을 포함하는 자동차 산업의 이 작은 분야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밀라노의 코치빌더인 투어링 슈퍼레제라의 최고경영자 피에로 망카르디(Piero Mancardi)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양산 차에 질려가고 있기 때문에, 부유한 사람들은 무언가 다른 것을 시도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흐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된 거의 유일무이한 존재지요.” 지갑이 충분히 두둑하다면, 투어링 슈퍼레제라는 아름다운 디자인과 기술, 뛰어난 품질을 지닌 초고가의 맞춤형 럭셔리 카를 당신에게 만들어줄 수 있다.

가장 최근에 그렇게 만들어진 차의 이름은 디스코 볼란테(Disco Volante)로, 알파 로메오 8C를 바탕으로 만든 놀라운 신형 슈퍼카다. 단 8대만 만들어질 예정인 이 차의 가격은? 미안하지만 직접 주문하면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8C의 구조적인 ‘하드 포인트’는 V8 4.7L 450마력 엔진과 마찬가지로 안팎으로 손대지 않은 상태로 유지했지만, 보디는 손으로 두드려 성형한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패널이 혼합된 투어링 디자인의 것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해서 적합하게 만들어진 알파 로메오 부품들은 전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투어링 슈퍼레제라가 4,000시간의 맨아워를 정성들여 손수 작업한 모든 것을 만지고, 느끼고, 보고, 감탄하게 되는 차가 나왔다.

이제 자세히 들여다볼 이 차는 사실 아주 특별하지만, 투어링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놀랄 만한 것은 아니다. 코치빌더로 1926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작은 파이프들로 차체 형태를 만들고 거기에 합금 판을 붙여 강화하고 모습을 갖추는 슈퍼레제라 차체 구조의 특허를 얻어 틈새시장을 공략할 기틀을 마련했다. 그 구조는 가볍고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었고 역사상 가장 멋진 모습으로 기억되는 차들의 밑바탕이 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애스턴 마틴 DB5다. 그 상징적인 영국 차에는 생산 승인을 얻어 뉴포트 파그넬(Newport Pagnell)에서 만들어진 투링의 차체가 쓰였다. DB5는 물론 그전에 나온 DB4와 나중에 나온 DB6의 보넷을 자세히 살피면 투링 로고를 확인할 수 있다.

1963년에 만들어진 첫 람보르기니인 350GT 역시 투어링의 작품이었다. 엔초 페라리는 투어링에게 166, 195, 212 GT와 같은 여러 초기 페라리 승용차를 디자인해달라고 주문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여러 전설적인 마세라티, 란치아, 그리고 특히 알파 로메오 차들에도 투어링 로고가 달렸고, 젠센 인터셉터도 마찬가지였다.

흠잡을 데 없는 과거의 기록을 갖췄으면서도 투어링은 업계의 흐름이 외주 소량생산 차체 제작 상품에서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양산 모델로 변화함에 따라 1966년에 해산했다. 널리 알려진 이름은 40년 뒤에 조용히 부활할 때까지 잠들어 있었다.

그 뒤로, 투어링은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벨라지오(Bellagio)라는 이름의 패스트백으로 바꾸고 그보다 더 큰 벤틀리 컨티넨탈을 가지고 플라잉 스타(Flying Star) 왜건을 만들면서 작은 바람을 일으켰다. 섬세한 수공 코치빌드 자동차의 창조자로서 복귀했다는 사실은 디스코 볼란테를 통해 완벽하게 알려졌다.

더 많은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밀라노 변두리의 수수한 투어링 본사 건물에 도착했을 때, 심지어 잠깐 차에 태워주면서도 차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야기하지 않도록 약속하는 조건으로 내어준 것이 바로 이 차다. 실제 만들어진 이 디스코 볼란테는 같은 이름으로 2012년 제네바모터쇼에 나왔던 콘셉트 카와 매우 비슷하다.

8대 가운데 2대가 이미 만들어졌고, 다른 한 대가 지금 만들어지고 있으며 네 번째 차의 판매는 거의 성사되어가고 있다. 이 지면에 소개되는 차는 9월 5일에 런던 세인트 제임스 궁전(St. James's Palace)에서 공개하는 것을 비롯해 여러 여름철 콩쿠르 행사를 거치고 나서 다음 달에 싱가포르에 있는 구매자에게 인도된다.

디스코 볼란테는 역사를 활용해 미래를 홍보하는 투링 나름의 방식이다. “많은 사람이 투어링이 어떤 회사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해온 것들을 알고 나면 무척 놀랄 겁니다” 망카르디의 말이다. 투어링은 알파 로메오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재현할 차로 1952년에 나온 C52 디스코 볼란테를 선택했다. 현재 디자인 책임자로 일하면서 2013 디스코 볼란테를 창조한 인물인 루이 드 파브리베케(Louis de Fabribeckers)는 “알파 로메오 박물관에 가보면, 전시된 차의 절반은 투어링이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오리지널 디스코 볼란테는 스포츠카(재규어 E-타입을 떠올려 보면)의 한 세대에 영향을 준 비례를 지닌 아주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차여서, 자연스럽게 참고하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8대만 생산하기로 정한 이유에 관해 망카르디는 “8대가 만들어진 차는 원오프 모델만큼 희소성을 지닐 수 있으면서도 그 열정은 사람들 사이에 공유될 수 있고 가치는 높아지면서 잘 선택했다고 인정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하지만, 8대가 모두 팔리는 여부에 관해서는 내색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팔 수 있고 한 대라도 충실히 완성할 수 있는 차만 만든다”고 그는 덧붙였다. 처음으로 차를 가까이 둘러보면 그 속에 담긴 8C의 변함없는 비례는 뚜렷하게 남아 있지만, 차체는 과거에도 그랬듯 대단히 미래지향적이다. ‘디스코 볼란테’는 비행접시라는 뜻이어서, 드 파브리베케와 그의 팀들이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일부 디자인의 영감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

이런 부분은 문을 열 때 맞아주는 좌석 등받이의 빛나는 디스코 볼란테 로고, 유리 지붕이 자아내는 밝은 우주선 느낌의 실내, 금빛 바탕색 위에 빨간색을 입혀서 완성한 우아한 페인트 마무리 등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시동을 걸 때 차가 만들어내는 소리도 그렇다. 8C와 마찬가지로, 디스코 볼란테의 고회전형 V8엔진 소리는 이 세상 어느 것과도 다르다.

차의 시동을 거는 것은 내 몫이 아니다. 운전석에 앉은 이태리 도우미의 몫이다. 내가 이태리어에 서투른 것처럼 영어가 서투른 그는 친절한 사람이어서,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완전히 알지 못했다. 기본형 8C가 90% 스포티하고 10%를 편안하게 조율한 것과 대조적으로, 디스코 볼란테는 그 반대로 조율되었다. 놀랄 만큼 편안한 이 차는 8C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에서 승차감이 더 나긋나긋하다.

실제로 모든 면이 좀 더 세련되어졌다. 우리가 터널에 이르러 운전하는 사람이 좌석에 등을 기대고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변속기 터널에 있는 스포트 버튼을 누르고 액셀러레이터를 아주 거칠게 끝까지 밟기 전까지는 그랬다. 엔진이 4,000rpm을 넘겨 포효하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내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내가 몰아볼 차례가 되어, 걱정하는 도우미에게서 열쇠를 넘겨받았다. 투어링 밖에서 이 차를 몰아본 사람은 없었고, 오너조차도 몰지 못했다. 세금을 제하더라도 가격이 수십억 원을 호가할 테니, 조금은 망설여져도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있는 밀라노 외곽 도로에서 시속 100km를 훌쩍 넘겨 달릴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이 차가 아주 활기차고 코너를 누비기에 좋으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바퀴가 헛돈다는 사실을 알기에는 충분하다고 느꼈다.

항상 최고의 경의로 주의를 기울이면 매 순간마다 모습만큼 흥미진진한 즐거운 달리기를 경험할 수 있다.이어지는 코너들을 미끄러지듯 달린 후, 너무 멀리 달려가 싱가포르에 있는 오너에게 당황스러운 전화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열쇠를 돌려줘야 할 시간이 되었다. 한 가지 뚜렷한 점은 디스코 볼란테를 페라리 458 이탈리아와 비교하면 최종적인 마무리가 부족하다는 것이지만, 그것은 이 차의 정확한 핵심은 아니다.

이 차는 절대로 주류 슈퍼카가 아닌 차를 원하는 초부유층을 위한 차다. 페라리가 포드 피에스타만큼이나 평범하게 여겨지는 아주 희귀한 세상에서는 이렇게 놀랄 만큼 독특한 차만이 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글: 마크 티쇼(Mark Tissh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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