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디자인 비평 : 토요타 코롤라, 쉐보레 캡티바, 인피니티 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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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디자인 비평 : 토요타 코롤라, 쉐보레 캡티바, 인피니티 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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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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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카디자인 담론

토요타 코롤라
토요타의 준중형 승용차 코롤라가 국내에 들어왔다. 코롤라의 등장은 이제 국내시장에서 수입차가 더 이상 ‘럭셔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같다. 이미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토요타 캠리도 사실은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쏘나타나 K5와 경쟁하고 있지만, 국내시장에서의 판매 가격은 준대형급이었다. 물론 새로 들어오는 코롤라의 가격도 국산 준중형보다는 비싸겠지만, 그것이 준중형 소비자의 기대 범위를 뛰어 넘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이제 결국 수입차도 럭셔리의 의미보다는 브랜드 특징이나, 차종의 특징으로 선택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코롤라의 내·외장 디자인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실용주의’라고 할 수 있다. 차의 내부와 외부의 여러 부분에서 구조의 복잡함을 줄여서 신뢰성을 높이면서도, 가장 무난하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코롤라가 가장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승용차로 팔리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일본의 내수시장은 경승용차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준중형 승용차로써 코롤라의 의미는 우리나라나 미국과는 약간 다를 것이다. 아무튼 코롤라가 지향하는 것은 특별한 개성보다는 합리적인 실용성이다. 그래서 코롤라의 차체 디자인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최첨단의 이미지는 없다. 그 대신 요즈음의 추세에 그다지 뒤처지지 않고 따라가는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 튀지 않으면서도 유행에 뒤지지 않는 디자인, 이런 디자인을 하기는 의외로 어렵다. 아울러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이미지는 역설적으로 코롤라의 가장 큰 무기(?)일지도 모른다.

앞뒤가 안 맞는 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점이 미국 시장에서 코롤라가 큰 망설임 없이 선택되는 실용적인 차로 받아들여지는 요인일지도 모른다. 가령 며칠 동안 세차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차, 혹은 어느 장소에 주차를 하더라도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 차, 마치 어디든지 부담 없이 신고 갈 수 있는 실용적인 중저가 운동화 같은 그런 느낌의 차다.

물론 필자의 이 말이 코롤라가 대충 만들어진 차라는 의미는 아니다. 무난한 디자인과 기능적으로 높은 신뢰성을 가져서 사용자에게 긴장감을 주지 않는 차를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코롤라는 가장 토요타 다운 차일지도 모른다.

쉐보레 캡티바
GM대우의 윈스톰이 쉐보레 브랜드의 캡티바로 다시 탄생했다. 캡티바라는 차 이름은 아마도 마음을 사로잡는(captivate) 차(automobile)라는 뜻으로 지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보였던 흥미로운 현상은 과거에 GM대우에서 쉐보레로 브랜드가 바뀌고 나서 사람들의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사실 ‘브랜드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그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GM대우’라는 브랜드 때문에 손해를 본 것도 많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무튼 이것은 오늘날의 자동차산업에서 브랜드의 위력을 실감케 해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브랜드는 자동차에게는 시작인 동시에 끝인지도 모른다. 브랜드가 자동차의 모든 것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자동차의 디자인 이미지는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오늘날의 자동차에서 디자인 이미지는 물리적인 성능 이상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캡티바의 앞모습은 쉐보레의 분리형 라디에이터 그릴의 가장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쉐보레는 거의 모든 차종의 앞모습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로지르는 수평 바가 있고, 그 중앙에 금빛 나비넥타이의 쉐보레 엠블럼이 붙어있는 모습이다. 필자가 ‘거의 모든’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카마로 같은 스포츠카는 일견 그런 ‘룰’에서 벗어난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카마로 역시 앞 범퍼를 기준으로 아래 위로 각각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만들어져 있어서, 세부 형태가 조금 다를 뿐 규칙을 벗어나지는 않은 모습이다. 어쨌든 캡티바는 마치 보닛이 튀어나온 구조를 가진 미국의 대형 트럭 같은 튼튼하고 육중한 이미지의 앞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쉐보레 브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역동적인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고, 또 가장 많은 젊은 소비자를 가진 브랜드이기도 하다.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나온 카마로 또한 쉐보레의 아이콘인 동시에, 가장 미국적인 젊은이의 아이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실용적이고 튼튼함이 가장 큰 장점이 되는 브랜드 쉐보레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갖춘 캡티바가 이전의 윈스톰과는 다른 가치를 제공해주기를 바란다.

인피니티 EX
인피니티 EX는 미국 시장에서는 2009년형 모델로 먼저 등장했었다. 사실 지금부터 20년 전인 1989년도에 인피니티 브랜드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그랬지만, 인피니티는 차체 디자인에서 매우 강한 일본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고, 또 지금도 그런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일본적인 성향이 있겠지만, 디테일을 중시하고 매우 많은 시간 동안 다듬은 형태를 가진 것이 공통적인 일본 자동차들의 디자인 성향이다.

인피니티는 특히 일본의 디자인, 소위 젠(禪)스타일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전통양식에 바탕을 둔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 스타일에 고성능을 더해서 좀 더 직관적인 특징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의 인피니티의 디자인 언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컨셉트카 ‘에센스’는 유연한 선과 미묘한 곡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이 컨셉트 카는 지난달에 열렸던 서울모터쇼에 전시되기도 했었다.

아무튼 인피니티의 조형 언어(디자인)는 확실히 대중적인 성향은 아니다. 렉서스의 그것이 보편적이고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면, 인피니티의 디자인은 다분히 사색적이고, 매우 높은 추상성을 가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 는 ‘읽기 어려운’ 디자인으로 인식되기도 하겠다.

그렇지만, 최근 인피니티는 형태에 고성능을 더해서 마치 3차원적인 추상성을 어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젠 스타일’의 디자인이 주로 시각적인 요소에 의한 2차원적인 것이었다면, 여기에 실질적인 물리적 고성능과 그러한 고성능을 시각적으로 확인시켜주는 장치로써의 커다란 휠이나 긴 비례의 후드, 그리고 테일 파이프의 이미지가 어우러져서 마치 3차원의 입체 음향과도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피니티 브랜드가 이제 20년이 넘었다고 해도,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의 시간적 축적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의 축적과는 다른 패러다임으로써 직관과 감성의 디자인이 후발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의 강점이라면, 전통에 의존하지 않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자인은 결국 철학적 조형에 귀착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글ㆍ구상(국립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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