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시승기] 재규어 프로젝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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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시승기] 재규어 프로젝트 7
  • 맷 프라이어
  • 승인 2013.10.0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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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나에게는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 기간이다. 그러나 재규어의 프로젝트 7는 첫선을 보인 7월의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가 열리기 불과 4개월 전까지 백지 위에 선 하나 그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디자이너의 머릿속에서 상상조차 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재규어 디자인 책임자인 알리스터 휄런(Alister Whelan)이 프로젝트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살수록, 4개월이라는 시간이 결코 길지 않다는 생각은 짙어졌다.

이쯤 되면 여러분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만하다. ‘4개월 동안 F 타입에 파란 페인트를 칠하고 뒤쪽에 커버를 씌운 뒤에 굿우드의 언덕으로 밀어낸 것 아니야?’ ‘남는 시간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아니야?’ 글쎄올시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나는 상당히 놀라운 성과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입사한 지 겨우 1년 남짓한, 휄런이 ‘진짜 자동차광’이라고 표현하는 재규어 디자이너 시저 피에리(Cesar Pieri)가 재규어의 유산에 경의를 표하는 현대적인 차 몇 가지의 스케치를 한 것은 3월의 일이었다.

그의 동료들은 그의 스케치를 좋아했고, 그들은 몇 가지를 더 스케치했다. 며칠 후, 그들은 디자인 담당 이사인 이안 칼럼(Ian Callum)의 책상 위에 스케치를 들이밀었고 그 또한 스케치를 좋아했다. 그들이 스케치를 보여준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랬다. 그래서 그들은 그 차를 만들어 굿우드에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그 후로 3~4주 정도 스케치를 진전시키는 한편 컴퓨터 모델 작업이 이어졌고, 실물 크기 클레이 모형을 CNC 밀링으로 만드는 데 걸린 1주일을 포함해 3~4주의 실물 모델링 작업이 재규어 본사가 있는 게이던에서 이루어졌다.

D-타입에서 영감을 얻은 차체 뒷부분을 다듬는 데에는 정확히 2주가 걸렸다. 그동안 클레이 모형에 은색 필름을 입히고 그림자와 하이라이트, 반사가 완벽해지도록 소재를 다듬었다. 그리고 나서 탄소섬유 앞 스포일러, 사이드 스커트, 뒤 디퓨저 작업이 이어졌다. 각 부분마다 과제가 생겼다. 앞 스포일러를 달려면 앞쪽 탄소섬유 부품이 전후 양력 균형을 흐트러뜨리기 때문에 공기역학 팀이 개입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뒤 디퓨저는 공기역학적인 측면보다 미적 측면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디퓨저가 그을리지 않도록 배기구에 세라믹 코팅 처리를 해야 했다. 앞 유리는 잘라내야 했지만 이 차는 실제 주행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전복 시 강도는 유지되어야 했다. 그리고 모든 작업이 끝난 후, 실제 움직이는 차라는 점 때문에 섀시 기술자들은 서스펜션 조율을 위해 게이던의 테스트 트랙을 1주일 동안 쓰기를 원했다.

그러면 타이어의 그래픽은 어떻게 했을까? 영국에서는 손댈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래서 팀원들은 사이드월에서 몰딩을 벗겨내어 비닐 틀을 직접 만들었다. 그 작업에도 시간이 좀 걸렸다. 머릿속으로 휄런이 진행한 순서에 따라 시간을 더해보고 그 시간에 맞춰 작업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감안하더라도 (이 프로젝트는 초과근무 덕분에 끝났다) 나라면 4개월은 더 걸릴 것 같다.

바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 모든 일들이 프로젝트 7을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의 언덕에 올려놓았다. 한 번에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사흘 동안 있었던 다섯 차례의 주행은 재규어 디자인 팀뿐 아니라 회사 내의 다른 모든 사람들도 압도하는 충격을 던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에게 MIRA 프루빙 그라운드에 와서 몰아보기를 청했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것이다. 그리고 7월의 이곳 MIRA에 비가 내리지만 우리는 늘 하는 모든 종류의 테스트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틀 뒤면 프로젝트 7이 다른 장소로 옮겨질 예정이기 때문에 지금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다. 그리고 휄런은 사람들이 실내가 비에 젖지 않도록 덮고 있는 동안 차를 둘러보도록 했다.

기계적으로 프로젝트 7은 F-타입 V8 S 모델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 휄런의 설명이다. 적어도 그들이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그랬고, 차에 쓰인 기계적인 것들이 기본형 F-타입의 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재규어 라인업 어딘가에서 가져왔다. 그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V8 S의 496마력 5.0L 슈퍼차저 엔진 대신 프로젝트 7의 앞부분에 놓인 엔진이 반갑게도 550마력을 내도록 재규어 XKR-S를 위해 준비된 것이라는 점이다.

접이식 지붕 구조가 빠진 덕분에 차체 뒤쪽에서 20kg이 가벼워진 것을 빼면 무게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로드 테스트를 했을 때 측정한 무게가 1,810kg이었던 차에서 20kg은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조율 작업 때에는 그 점을 고려사항에 포함했다. 정밀한 조율 덕분에, 재규어 차 완성도 담당 책임 엔지니어인 마이크 크로스(Mike Cross)가 차를 굿우드 언덕에 올려놓았을 때 그가 좋아하는 핸들링과 알맞은 수준의 오버스티어가 표현되었다.

더도 덜도 아닌 딱 알맞은 수준이었다. ‘더도 아닌’이라는 표현을 했지만, 그는 무척 좋아했다. 서스펜션은 기본형 F-타입(선택사항인 20인치 ‘블레이드’ 알로이 휠을 끼운)보다 10mm 낮아졌다. 그러나 엔지니어들의 말로는 프로젝트 7을 느끼는 방법에 있어서 가장 뚜렷한 변화는 고정식(스패너를 쓰지 않는 이상) 버킷 시트를 장착한 덕분에 시트 위치가 일반 F-타입의 것보다 약간 놀랄 만한 수준인 50mm 더 낮아졌다는 것이다.

실내는 F-타입과 비슷하게 꾸몄지만, 도어 카드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차체 앞쪽 그물모양 그릴처럼 재규어 헤리티지 로고의 직사각 모양을 닮은 패턴으로 누빔이 더해진 부분이 눈길을 끈다. 매력적인 손질이다. 그리고 아마 시간도 많이 걸렸을 것이다. 과거에 경의를 표하는 다른 요소들도 있는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에큐리 에코스(Ecurie Ecosse) 스타일의 색상과 유선형 커버로, 이들이 D-타입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라는 것은 여러분도 알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름과 원형 번호표를 눈여겨보게 된다.

여러분이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듯, 그것들은 모두 르망 경주차를 참고한 것이다. 1950년대에 D-타입으로 거둔 유명한 것을 비롯해(사이드바 참조), 재규어는 24시간 레이스에서 7차례 우승했다. 이것이 모터스포츠로의 복귀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은 여러분도 이해할 것이다. 아주 현대적인 차를 고전적으로 해석한 멋진 일일 뿐이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모터스포츠와의 연관성이 아니라 (재규어는 부활하고 있는 회사이지만 아직까지는 레이스 트랙으로 복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보닛 아래에 담긴 강력한 엔진이다. 쿠페 모델이 나오게 되면 훨씬 더 빠른 차가 되리라는 것을 우리는 확신할 수 있다. 차체 색과 맞춘 독특한 재봉선을 빼면 F-타입과 아주 흡사한 느낌의 운전석에 올라 낮은 좌석에 앉아본다.

앞 유리는 아주 많이 줄어들어, 차를 측면(이 차의 진정한 특징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에서 보면 앞 유리 꼭대기와 뒤쪽 차체 커버의 높이가 정확히 같다. 기본사항인 금도금 부품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마그네슘 변속 패들처럼 실내를 돋보이게 하는 나머지 것들과 센터콘솔의 탄소섬유 장식은 모두 F-타입 선택사항 목록에서 지정할 수 있다. 심지어 소리조차 친숙하다.

V8 5.0L 슈퍼차저 엔진의 시동을 걸면 매혹적인 소리를 내뱉는다. 그리고 30여 초가 지나기 전에 기어를 S 위치로 넣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더 높아진 출력과 함께 빗속을 달리는 것이 차체 뒤쪽에서 20kg이 감량된 것이나 최저 지상고가 10mm 낮아진 것보다 달리는 느낌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확신하게 된다.

이제 여러분에게 솔직히 털어놓아 본다. 나는 실내를 보호하려는 재규어를 생각해 비가 막 퍼붓기 전에 차를 몰고 세 바퀴를 달렸다. 하지만 그 정도면 족하다. 나는 매주 MIRA 서킷을 달리고, 대개 재규어가 주는 느낌을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차를 다루는 데 익숙하다. 몇몇 콘셉트카에서 여러분에게 주어질지도 모를 몇 미터 정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보다 5분 동안 전속력으로 달려보는 것이 훨씬 더 낫다.
그리고 이 차가 광적으로 빠르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기에도 충분하다. 1,790kg이라는 무게와 550마력이라는 출력을 떠올려보자. 약간 더 무겁고 출력이 상당히 낮은 V8 S는 우리가 바로 이 서킷에서 몰았을 때 시속 97km까지 4.0초 만에 가속했다.

거기에 55마력이 더 높아졌다면, 현실적으로 0→시속 97km 가속시간이 3초대(4.1초라는 것이 재규어의 주장)에 최고시속은 290km를 넘길 것(재규어는 시속 299km라고 한다)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2단 기어로 달려야 하는 헤어핀 코너를 빠져 나오며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순간, 프로젝트 7은 뒤 타이어를 가볍게 띄우려고 한다. 이상적인 반응이다. 스티어링은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좀 더 가벼운 느낌이지만, 내가 한동안 이 차를 몰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차체는 서킷 위에 기분 좋게 뿌리를 내려, 아주 믿음직스러운 느낌이 들고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달리는 내내 콘셉트카에 어울리는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중요한 것일까? 이 차가 재규어의 철학이나 디자인의 새로운 방향, 모델 계획의 재정비에 있어 대대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지만, 그런 역할을 하는 차들이 언제나 아주 재미있지는 않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재규어에게 전혀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는 새 콘셉트카는 위원회에서 디자인을 결정하고, 여러 서로 다른 이사회에서 승인을 하고, 확정을 위해 30여명의 중요한(나는 이런 방식이 싫다) ‘주주’들 앞에 전시된다. 그런 것은 잊어버리자.

프로젝트 7 같은 차들이나 2005년의 홀덴 에피지, 람보르기니 세스토 엘레멘토, 2010년의 아우디 콰트로 콘셉트 같은 다른 위대한 콘셉트카들을 흥미롭고 주목하게 만드는 것은 대단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것을 발전시켜 경영진에게 ‘마음에 드니까 한 번 해보자’고 힘주어 말하는 소수의 자동차광 그룹이 지닌 열정이다.

그 점이 프로젝트 7의 위대한 부분이고, 모든 최고의 제품에서 볼 수 있는 위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에리얼 아톰을 메르세데스-벤츠 SLK보다 더 돋보이게 만드는 일관된 접근의 일종이다. 또한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폐막식보다 더 나아 보이게 만든 노력이다.

그것은 일관된 목표로 사물을 꿰뚫어 보고, 타협을 배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집착하려는 사람들에 저항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지닌 탁월함을 대변한다. 프로젝트 7은 자동차 그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크지 않다. 스튜디오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며 “F-타입을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물은 사람들이 있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좋은 느낌을 주는 차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보다 훨씬 더 나은 것을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글: 맷 프라이어(Matt Prior)

Jaguar Project 7
0→시속 97km 가속: 4.1초
최고시속: 300km
복합연비: 8.1km/L(추정, 유럽기준)
CO₂ 배출량: 290g/km(추정)
무게: 1790kg(추정)
엔진: V8, 5000cc, 슈퍼차저, 휘발유
구조: 프론트, 세로, RWD
최고출력: 550마력/6000rpm
최대토크: 69.3kg·m/2500~5500rpm
무게당 출력: 307마력/톤
리터당 출력: 109마력/L
압축비: 9.5:1
변속기: 8단 자동
길이: 4480mm(추정)
너비: 1923mm
높이: 1270mm(추정)
휠베이스: 2622mm
연료탱크: 72L
주행가능거리: 586km(추정)
트렁크: 196L
서스펜션: (앞)더블 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서스펜션 더블 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앞/뒤): 380mm V 디스크/376mm V 디스크
휠(앞/뒤): 9J×20in/10.5J×20in
타이어(앞,뒤): 255/35 R20, 295/30 R20 피렐리 P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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