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디자인 주지아로 파르쿠르, SUV 슈퍼카의 신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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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디자인 주지아로 파르쿠르, SUV 슈퍼카의 신기원
  • 힐튼 홀로웨이
  • 승인 2013.09.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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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슈퍼카를 보라. 과연 그 차가 네바퀴굴림의 궁극적인 표현일까? 파브리치오 주지아로의 미래에 대한 최신 비전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아주 공교롭게도 주지아로의 지극히 비범한 4×4 파르쿠르 콘셉트를 이탈리아 사르데냐에서 시승하기 이틀 전이었다.

나는 맥라렌 12C를 몰고 영국 시골을 둘러봤다. 결국 이보다 더 좋은 사전준비가 있을 수 없었다. “모든 트랙 드라이빙에 이상적인 미드십 V10 스포츠카”를 뒷받침하는 뜻 깊은 콘셉트를 가늠할 잣대를 마련한 것이다.

올해 초 처음으로 파르쿠르를 봤다. 제네바모터쇼를 앞두고 폭스바겐이 마련한 전시장에서 첫선을 보였을 때였다. 관중에 섞여 트위터로 사진을 보내면서 란치아 스트라토스 올로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밖에도 몇몇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 한데 스트라토스와 비교하자 디자이너 주지아로가 펄펄 뛰었다(아마도 아이콘인 스트라토스는 라이벌인 베르토네의 작품이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튼 과녁을 크게 빗나간 말은 아니었다.

‘파르쿠르’(Parcour)라는 이름은 프랑스의 파르쿠르(Parkour)에서 나왔다. 원래 프랑스군의 장애물 훈련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한데 최근 산과 들만이 아니라 도시의 복잡한 건물과 지형을 달리고, 뛰어넘는 고난도 훈련코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마디로 이게 파르쿠르의 매력 포인트다. 이 차는 가장 험악한 지형을 제외하고 어떤 곳도 관통할 수 있다. 게다가 메이커의 스펙에 따르면 최고시속 320km, 0→시속 100km 가속에 3.6초.

끝없이 푸른 하늘 아래 사르데냐에 도착한 우리는 아우디 A5에 실려 섬 반대쪽으로 달려갔다. 한 언덕을 오르자 파르쿠르가 걸윙도어를 열고 그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피트레인 스타트에 조바심치는 모습을 온 세상에 알리고, 내가 늦게 왔다고 다그치는 듯했다.

이탈디자인 관계자들이 나를 곧바로 파르쿠르에 데려가 걸윙도어 안으로 밀어 넣었다. 미처 4점 벨트를 매기도 전에 시작된 브리핑은 이 한 대밖에 없는 슈퍼카를 소개하는 브리핑 치고는 너무 짧았다.

눈에 확 들어오는 콘솔이 센터터널 위에 높이 자리 잡았고, 그 모습은 단순 그 자체였다. 그 위의 배경 조명된 4개 퍼펙스 패들은 자동박스의 운전 모드를 조절했다. 이들과 함께 랜드로버형 노브로 다양한 지형에 따라 섀시 세팅을 선택했다. 이날 오후 포장도로를 떠날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4개 세팅이 있었다. 로드, 레이스, 오프로드와 스노/아이스. 그 뒤 주지아로는 파르쿠르의 특성을 설명했다. “최저 세팅으로도 아우디 Q7보다 지상고가 높고, 뛰어난 등판각을 확보했다. 나아가 랜드로버 디펜더 110만큼 높다”

스펙에 따르면 파르쿠르는 시가지 지상고가 210mm다. 다시 250mm, 그리고 놀랍게도 최고 330mm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파르쿠르는 상당히 넓은 콘셉트카 노즈와 984mm 오버행(디펜더의 뭉툭코보다는 작지만)을 갖췄다, 아울러 836mm의 뒤 오버행은 디펜더 90 SW(913mm)와 110 SW(1196mm)보다 짧다.

이런 숫자를 좀 더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 이 기술 패키지를 정확히 얼마나 영리하게 처리했느냐를 밝혀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 다만 이탈디자인이 털어놓지 않아 내가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속살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를 상당히 많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파르쿠르는 람보의 550마력 V10 5.2L와 네바퀴굴림을 받아들였다.

한편 독자적인 2단 푸시로드 서스펜션을 깔았다. 이 차의 기본 구조 중 상당 부분이 가야르도의 알루미늄 스페이스프레임의 개량형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탈디자인은 이 같은 패키지를 담아내고, 그처럼 탁월한 물 건너기 능력을 갖춘 슈퍼카를 만들어냈다. 파르쿠르의 실내는 인상적으로 미래주의적이고 놀랄 만큼 선명했다. 일단 비행 전 점검을 마치고 안전벨트를 굳게 매고 시동을 걸었다. 단 한 대뿐인 이 차는 아주 매끈한 느낌이 들었다.

에어컨은 속삭이듯 냉기를 뿜어냈고, 7단 듀얼 클러치 자동박스는 거의 구김살 없이 올라가며 사르데냐의 고속도로를 달렸다. 불과 처음 몇 백 미터에서 안정되고 롤링 없는 코너링을 선보였다. 최근 주말에 몰아본 맥라렌 12C가 아주 유용한 비교의 기준이 됐다. 먼저 파르쿠르에 들어가기가 한결 쉬웠다. 도어가 좀 더 넓게 열리고 시트는 더 컸다.

파르쿠르의 전방시야 역시 뛰어났다. 전형적인 슈퍼카보다 승차고가 훨씬 높기 때문이었다. 드라이버는 좌석에 나직이 앉고 다리를 앞으로 쭉 뻗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시점이 상당히 높았다. 패키지를 재치 있게 다듬어 너비 2,070mm에 길이 4,530mm. 자신 있게 몰고 다니기가 훨씬 쉬웠다. 아울러 상당히 깔끔한 중앙 유리루프 패널을 갖췄다. 실내 승객을 구워삶을 만큼 넓지는 않지만 실내를 밝고 시원하게 할 만했다. 다만 패키지는 슈퍼카 수준으로 아늑했다. 

비록 쇼카지만, 파르쿠르는 본격적인 파워와 스피드를 자랑했지만 카본 세라믹 디스크에는 서보지원이 없었다. 때문에 그 뒤 3시간 동안 제법 아름다운 알루미늄 브레이크 페달에 줄곧 오른발을 갖다 대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밖의 운전경험은 원오프치고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조향감각은 실로 정확했고, 사르데냐 도로에서 승차감은 비상했다. 대형 타이어가 도움이 됐다. 쉽게 스피드를 올렸고, 푸시로드 서스펜션은 험한 도로의 급커브에 몰아넣어도 전혀 기울지 않았다.

대형 22인치 휠로 지상고가 210mm. 그럼에도 급회전을 하며 늦게 코너에 들어가도 끄떡없었다. 다시 한 번 물아붙이고 싶었지만 참았다. 급커브 저쪽에 트럭이 달려온다면 피할 만큼 빨리 감속할 수 없었기 때문. 내가 차를 몰아보고 나자 주지아로가 말했다. 이탈디자인은 파르쿠르의 서스펜션에 엄청난 노력을 들였고, ‘푸시로드 2.0’이라 부른다고 했다. 메인 스프링을 작동하는 재래식 대신 코일오버 스프링과 댐퍼를 썼다.

따라서 바퀴마다 코일오버 2개씩 통틀어 8개가 달렸다. 정상적인 도로 드라이빙에는 이들 2차 코일오버가 단단히 잠겨 푸시로드의 역할을 할 뿐이었다. 그러나 오프로드 모드에 들어가면 4개의 2차 코일오버가 풀려 서스펜션의 일부로 작용했다. 이들 둘이 서스펜션 유격을 크게 늘렸고 서스펜션 강성을 줄였다. 파르쿠르 이중성격의 핵심이었다.

주지아로가 지적했듯이 가야르도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점차 SUV의 팬이 되었다. 실용성과 지형 돌파력이 한층 크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회의적이었던 파브리치오의 아버지는 이제 열렬한 SUV 드라이버가 됐고, 그의 어머니도 요즘 SUV를 몰고 다닌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세상이 또 다른 슈퍼카를 필요로 한다면 무엇이겠느냐를 자신에게 물어봤다” 파브리치오의 말. “나는 주말에 가야르도를 몰고 다니지만 실제로 제약이 너무 크다. 언제나 자유롭기에 SUV를 아주 좋아한다. 미드십을 몰고 다니는 즐거움이 크지만, 어디에나 갈 수 있어야 한다”

그 콘셉트는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한데 파르쿠르는 전형적인 슈퍼카보다 이점이 많았다. 심지어 로드 세팅으로도 연석과 과속방지턱을 매끈하게 넘어갔다. 그리고 사르데냐 앞바다 모래밭을 달리기도 쉬웠다.

요즘 SUV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시장의 틈새를 파고든다. 하지만 크로스오버 슈퍼카가 쇼룸에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쨌든 슈퍼카를 몰고 다닌 주말에 파르쿠르는 어떤 지형과 조건에서도 맥라렌을 앞섰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글: 힐튼 할로웨이(Hilton Holloway)

ItalDesign Giugiaro Parcour
0→시속 100km 가속: 3.6초
최고시속: 320km
복합연비: na
CO₂ 배출량: na
무게: 1500kg
엔진: V10, 5204cc, 휘발유
구조: 미드, 세로, 4WD
최고출력: 550마력/8000rpm
최대토크: 55kg·m/6500rpm
무게당 출력: 365마력/톤
리터당 출력: 105마력/L
압축비: na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자동
길이: 4530mm
너비: 2070mm
높이: 1335mm(컴포트 모드)
휠베이스: 271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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