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맥라렌 12C를 몰고 영국 시골을 둘러봤다. 결국 이보다 더 좋은 사전준비가 있을 수 없었다. “모든 트랙 드라이빙에 이상적인 미드십 V10 스포츠카”를 뒷받침하는 뜻 깊은 콘셉트를 가늠할 잣대를 마련한 것이다.
‘파르쿠르’(Parcour)라는 이름은 프랑스의 파르쿠르(Parkour)에서 나왔다. 원래 프랑스군의 장애물 훈련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한데 최근 산과 들만이 아니라 도시의 복잡한 건물과 지형을 달리고, 뛰어넘는 고난도 훈련코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마디로 이게 파르쿠르의 매력 포인트다. 이 차는 가장 험악한 지형을 제외하고 어떤 곳도 관통할 수 있다. 게다가 메이커의 스펙에 따르면 최고시속 320km, 0→시속 100km 가속에 3.6초.
이탈디자인 관계자들이 나를 곧바로 파르쿠르에 데려가 걸윙도어 안으로 밀어 넣었다. 미처 4점 벨트를 매기도 전에 시작된 브리핑은 이 한 대밖에 없는 슈퍼카를 소개하는 브리핑 치고는 너무 짧았다.
그런데 4개 세팅이 있었다. 로드, 레이스, 오프로드와 스노/아이스. 그 뒤 주지아로는 파르쿠르의 특성을 설명했다. “최저 세팅으로도 아우디 Q7보다 지상고가 높고, 뛰어난 등판각을 확보했다. 나아가 랜드로버 디펜더 110만큼 높다”
이런 숫자를 좀 더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 이 기술 패키지를 정확히 얼마나 영리하게 처리했느냐를 밝혀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 다만 이탈디자인이 털어놓지 않아 내가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속살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를 상당히 많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파르쿠르는 람보의 550마력 V10 5.2L와 네바퀴굴림을 받아들였다.
에어컨은 속삭이듯 냉기를 뿜어냈고, 7단 듀얼 클러치 자동박스는 거의 구김살 없이 올라가며 사르데냐의 고속도로를 달렸다. 불과 처음 몇 백 미터에서 안정되고 롤링 없는 코너링을 선보였다. 최근 주말에 몰아본 맥라렌 12C가 아주 유용한 비교의 기준이 됐다. 먼저 파르쿠르에 들어가기가 한결 쉬웠다. 도어가 좀 더 넓게 열리고 시트는 더 컸다.
비록 쇼카지만, 파르쿠르는 본격적인 파워와 스피드를 자랑했지만 카본 세라믹 디스크에는 서보지원이 없었다. 때문에 그 뒤 3시간 동안 제법 아름다운 알루미늄 브레이크 페달에 줄곧 오른발을 갖다 대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밖의 운전경험은 원오프치고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조향감각은 실로 정확했고, 사르데냐 도로에서 승차감은 비상했다. 대형 타이어가 도움이 됐다. 쉽게 스피드를 올렸고, 푸시로드 서스펜션은 험한 도로의 급커브에 몰아넣어도 전혀 기울지 않았다.
따라서 바퀴마다 코일오버 2개씩 통틀어 8개가 달렸다. 정상적인 도로 드라이빙에는 이들 2차 코일오버가 단단히 잠겨 푸시로드의 역할을 할 뿐이었다. 그러나 오프로드 모드에 들어가면 4개의 2차 코일오버가 풀려 서스펜션의 일부로 작용했다. 이들 둘이 서스펜션 유격을 크게 늘렸고 서스펜션 강성을 줄였다. 파르쿠르 이중성격의 핵심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세상이 또 다른 슈퍼카를 필요로 한다면 무엇이겠느냐를 자신에게 물어봤다” 파브리치오의 말. “나는 주말에 가야르도를 몰고 다니지만 실제로 제약이 너무 크다. 언제나 자유롭기에 SUV를 아주 좋아한다. 미드십을 몰고 다니는 즐거움이 크지만, 어디에나 갈 수 있어야 한다”
요즘 SUV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시장의 틈새를 파고든다. 하지만 크로스오버 슈퍼카가 쇼룸에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쨌든 슈퍼카를 몰고 다닌 주말에 파르쿠르는 어떤 지형과 조건에서도 맥라렌을 앞섰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글: 힐튼 할로웨이(Hilton Holloway)
ItalDesign Giugiaro Parcour
0→시속 100km 가속: 3.6초
최고시속: 320km
복합연비: na
CO₂ 배출량: na
무게: 1500kg
엔진: V10, 5204cc, 휘발유
구조: 미드, 세로, 4WD
최고출력: 550마력/8000rpm
최대토크: 55kg·m/6500rpm
무게당 출력: 365마력/톤
리터당 출력: 105마력/L
압축비: na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자동
길이: 4530mm
너비: 2070mm
높이: 1335mm(컴포트 모드)
휠베이스: 271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