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일 수 없었던 재규어 C-X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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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일 수 없었던 재규어 C-X75
  • 맷 선더스
  • 승인 2013.09.0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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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역사에 ‘하이퍼카의 해‘라는 한 개 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적어도 맥라렌, 포르쉐와 페라리의 3대 메이커가 스피드와 기술발전의 기념비적 모델을 만든다. 이 해가 다가기 전에 양산에 들어간다. 사실 제4호 라이벌이 거의 나올 뻔했다. 한때 세계를 휘어잡은 영국 브랜드가 되찾은 야망을 만천하에 알릴 차였다. 재규어는 프로젝트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C-X75는 그때까지 나온 가장 빠르고 기술적으로 가장 정교한 로드카 재규어였다. 하지만 5대의 러닝 프로토타입은 그대로 살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양산에 들어가지 않은 21세기의 슈퍼 재규어를 몰아본 극소수의 클럽에 끼었다.

막후에서
하이퍼카로서 C-X75는 아주 빨리 콘셉트에서 러닝 프로토타입로 넘어갔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 변화가 있었다. 2010년 파리모터쇼에 데뷔한 이 차에 관한 기사를 마지막으로 읽었다면 한 가지 의문을 떨칠 수 없을 터다. 제트 터빈 발전기는 어디로 갔느냐는 것. 어느 시점에 재규어는 드라이브샤프트를 배제한 하이퍼카를 만들 단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2011년 5월 C-X75를 둘러싼 뜨거운 반응도 무시할 수 없다고 봤다. 이 차의 양산을 추진하되 윌리엄즈 고등기술부와 힘을 합치기로 했다. 그러나 쇼카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슈퍼카에 그칠 수는 없었다. “당시 절대적인 4개 목표가 있었다” 프로그램 매니저 로브 에이트킨의 말. “부가티 베이론보다 빨라야 하고, 토요타 프리우스보다 CO₂배출량이 적어야 했다. 쉐보레 볼트 수준의 배기량 제로여야 했다.

그리고 스타일은 쇼카와 같아야 했다. 디테일을 바꿀 수는 있어도, 주요한 부분이나 라인은 그대로 지켜야 했다” 따라서 C-X75는 성능과 능률 양면에서 기존의 틀을 깨트려야 했다. 야심적이라고? 그렇다. 비현실적이라고? 그럴지 모른다. 불가능하다? 딱히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블래든 제트 터빈 대신 일차적인 파워플랜트가 들어왔다. 재규어 기술진에게 골치 아픈 냉각문제를 안겼지만, 패키지에는 자유재량을 줬다.

사내에서 개발한 C-X75 완전 알루미늄 4기통 1.6L 휘발유는 지금까지 도로용으로 만든 소용량 엔진이 아니었다. 슈퍼차저와 터보를 둘 다 갖췄고, 크기에 비해 믿을 수 없는 파워를 뿜어냈다. 슈퍼차저는 5,500rpm에서 해제되고 터보가 이어받아 2.4바의 부스트압으로 10,000rpm의 경이적인 509마력을 뿜어낸다. 그럼에도 수천 킬로미터의 뉘르부르크링 테스트를 마치고 재규어의 5개 프로토타입에 들어가 제 기능을 할 만큼 신뢰도가 높다. 내구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C-X75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이기 때문에 엔진은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다. 액슬 중간에 자리 잡은 운전석 바로 뒤에 19kWh 리튬이온 배터리팩이 있어 계속해서 300kW를 공급한다. 전기모터는 재규어 사내에서 만들었다. 액슬마다 하나씩 달렸고, 각기 197마력/40·8kg·m를 자랑한다. 무게는 20kg이어서 재규어가 사들일 수 있는 어느 전기모터보다 무게당 출력이 뛰어나다. 앞쪽 모터는 감속기어를 통해 직접 앞바퀴를 돌린다. 뒤쪽 모터는 엔진과 나란히 7단 자동식 수동박스를 통해 뒷바퀴를 굴린다.

통틀어 C-X75는 862마력과 102kg·m가 넘는 파워를 발휘한다. 0→시속 97km 가속 3.0초 미만, 0→시속 160km 가속에 6.0초를 밑돈다. 최고시속은 322km를 넘는다. NEDE 배기 테스트에서 CO₂ 배출량은 89g/km 미만이고, 배터리만의 주행반경은 65km. XJ220이나 XJR-15보다는 맬컨 세이어의 C와 D-타입에 더 가깝다.

이 차의 혁신적 기술은 교과서 한 권을 채울 만하다. 완전 카본파이버 구조는 비틀림 강성 6천118kg·m으로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의 3배에 이른다. 주요 부품은 모두 휠베이스 안에 들어 있다. 예외로 7단 기어박스만 가로놓여 리어 액슬 뒤의 오버행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열관리 시스템은 황당하게 복잡하다. 31℃의 기능이 최고조에 달하는 배터리와 배기온도가 최고 900℃에 달하는 엔진의 구미를 모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둘 다 200℃ 남짓에 변화를 일으키는 카본파이버에 둘러싸였다.

운전대를 잡고
한때 사이먼 뉴턴은 <오토카> 인턴이었다. 오래전 서트클립, 해리스와 위버가 도로시승 데스크로 활약하던 시절이었다. 비가 내리는 게이던의 꼬부랑 핸들링 서킷에서 그는 아찔한 오버스티어를 재치 있게 요리했다. 지금처럼 당시에도 수완이 능란했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해봤다. 뉴턴은 윌리엄즈 고등기술부의 운전성능 총책이고, 재규어의 마이크 크로스에 C-X75에 관해 직접 보고한다.

트랙은 비에 젖었고, 차는 배터리 모드에 들어갔다. 한데 뉴턴은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분명히 까다로운 한계 핸들링에 신경을 쓰지 않았고, 시속 65km의 점잖은 슬라이딩에 들어갈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들이받을 나무, 전신주와 도로 설비가 많은 곳이었다. 그럴 때마다 3시45분 위치에서 두 손을 움직이지 않고 우아하고 본능적으로 차를 다스렸다. 이 862마력 프로토타입을 마치 포르쉐 카이맨처럼 요리했다. 섀시 기술진은 으레 그만한 기량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 차에 재규어 감각을 불어넣기 위해 숱한 고역을 치렀다” 뉴턴의 말이었다. 그 뜻을 알 만했다. 이 차는 멋지게 스키드에 들어갔다. “전기 모드의 정상적인 파워 배분에 따르면 뒷바퀴에 70%를 돌린다. 코너링 시 앞바퀴의 파워를 제한한다. 언더스티어를 일으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드로틀 스티어를 끌어내기 위해 E-디퍼렌셜을 약간 손질했다. 코너 입구에서 ESP가 맥라렌의 ‘브레이크 스티어’와 마찬가지로 노즈를 끌어들였다.”

전기모드에서 강력한 성능이 발동했다. 즉각적이고 토크 집약적이고 약간 터보 핫해치와 같지만 래그가 전혀 없었다. 한데 전기모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정확히 알려줄 수 없다. C-X75의 사운드 신디사이저가 내는 휘파람과 흐느낌의 중간이라고 할 전자음에 삼켜지기 때문이다. 결코 불쾌하지 않았고, 전기모드를 좀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진짜’ 소음과 절대로 헷갈릴 이유가 없다.

뉴턴이 시범을 보인 뒤 우리는 게이던의 고속 서킷으로 갔다. 꼬부랑 오벌로 양쪽 끝에 4단 코너가 있고, 그 사이에 약 1.5km의 직선코스가 있었다. 내가 운전석에 들어갈 때도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뉴턴이 매끈하게 시범을 보여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나로서는 코너링보다는 직진 성능을 시험해볼 좋은 기회였다.

우리는 완전한 하이브리드 모드에 들어가 출발했고, 수평대향 4기통이 용을 쓰기 시작했다. 기어구동식 캠이 요란을 떨고 저음의 성깔 사나운 투덜거림으로 시작했다. 한데 액셀 페달은 고분고분하고 점진적이었다. 그렇다면 콱 밟을 만했다. 3단. 3,500rpm에서 배기음이 들렸다. 6,500rpm에 엔진이 활짝 깨어났다. 8,000rpm에 이르자 화려한 스피드가 폭발했다.

그때 전기모터, 카본파이버와 천재적 기술은 순수한 기계의 상호작용에 완전히 매몰되고 말았다. 이 재규어는 결국 구식 슈퍼카. 그와 같은 감각을 살릴 능력을 갖고 있었다. 속도를 낮추고 숨을 돌렸다. 반복하고 되돌아봤다. 몇 차례 총력공세를 펴자 한 장의 그림이 떠올랐다. 심지어 빗속에서도 C-X75는 그들의 주장과 조금도 어김없이 빨랐다. 어느 단계까지는. 정확히 말해 최고 4단으로 시속 200km까지는 베이론과 대등하게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시속 240km를 넘어서면 C-X75는 그처럼 긴박하게 돌진하지 않았다. 힘들이지 않고 빨랐지만, 세계 최고속 차만큼 계속 달릴 수는 없었다. 전기모터는 고속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아무리 현란하게 손질했어도 509마력은 그 단점을 보완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우리는 속도를 줄이고 트랙을 빠져나와 차를 충전소로 몰고 갔다. 우리 다음에 몰아볼 행운의 시승자에게 넘겨주기 위해서…. 그리고 재규어는 정확히 그래야 할 시점에 이 프로젝트를 접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100만 파운드(약 17억2천400만원)짜리 새차를 제대로 평가하려 한다고 하자. 그러면 멀찌감치 뒤로 물러나 더 큰 그림 속에서 봐야 한다는 걸 하이퍼카 오너들은 이해할까? 아주 철저하게 따진다면 이 차가 궁극적 머신은 아니지만 단순히 스피드 이상의 무엇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베이론 오너들이 자기 차의 CO₂배출량을 알고 있을까?

그냥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포르쉐가 남은 918 스파이더를 팔기 위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럴 수 있다. 이 모두를 해낼 수 있는 하이퍼카를 만들기 위해서 재규어는 이 프로젝트의 방정식에서 고객을 제거해야 했다. 따지고 보면 그게 크게 나쁘다고 할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C-X75 클럽의 일원이 된 나는 말을 아껴야 할 것 같다.

글: 맷 선더스(Matt Saunders)

Jaguar C-X75
0→시속 100km 가속: 3.0초 이내
최고시속: 355km
복합연비: 26.5km/L(추정, 유럽기준)
CO₂ 배출량: 89g/km 이하
무게: 1700kg
엔진: 직렬 4기통, 1600cc, 트윈차져 휘발유, 2개 전기모터
구조: 미드, 세로, 네바퀴굴림
최고출력: 862마력이상/10000rpm
최대토크: 102kg·m
무게당 출력: 507마력/톤
리터당 출력: 317마력/L(IC 엔진)
압축비: na
변속기: 7단 로보타이즈드 수동
길이: 4646mm
너비: 2050mm
높이: 1204mm
휠베이스: 2725mm
연료탱크: 65L
주행가능거리: 64/900km(전기/신장된 거리)
트렁크: na
서스펜션: (앞)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어댑티브 댐퍼, 안티롤바 
             (뒤)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어댑티브 댐퍼, 안티롤바
브레이크: V 카본 세라믹 디스크
휠(앞/뒤): 20in/21in
타이어: 피렐리 P 제로


Porsche 918 Spyder

0→시속 100km 가속: 2.8초
최고시속: 340km
복합연비: 30.3km/L(유럽기준)
CO₂배출량: 79g/km
무게: 1640kg
엔진: V8, 4593cc, 휘발유, 2개 전기모터
구조: 미드, 세로, 네바퀴굴림
최고출력: 887마력/8600rpm
최대토크: 130kg·m
무게당 출력: 541마력/톤
리터당 출력: 132마력/L(IC 엔진)
압축비: 13.5:1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자동
길이: 4643mm
너비: 1940mm
높이: 1167mm
휠베이스: 2730mm
연료탱크: 70L
주행가능거리: 24/na(전기/신장된 거리)
트렁크: 110L
서스펜션: (앞)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어댑티브 댐퍼, 안티롤바
             (뒤)멀티링크, 코일스프링, 어댑티브 댐퍼, 안티롤바
브레이크: V 카본 세라믹 디스크
휠(앞/뒤): 20in/21in
타이어: 미쉐린 파일럿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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