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로마 위드 러브 - 란치아 델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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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로마 위드 러브 - 란치아 델타
  • 아이오토카
  • 승인 2013.07.2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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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자체가 유적지인 로마. 유럽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로망. 긴긴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곳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피어오른다. 성공한 건축가 존은 휴가의 마지막을 로마에서 보내는 중이다. 감회에 젖어 자신의 젊은 시절, 고뇌와 꿈이 잔뜩 서려 있는 로마의 골목을 걷던 그는 열정으로 가득 찬 젊은 건축학도 잭을 만나 그의 사생활에 간섭하게 된다.

로마에서의 성공을 꿈꾸며 이제 막 입성한 젊은 부부 밀리와 안토니오. 밀리가 헤어샵을 찾아 헤매는 동안 방을 잘못 찾아 들어온 매력 넘치는 콜걸 안나 때문에 안토니오는 곤경에 빠진다. 그리고 임시방편으로 안나를 밀리라 소개하고 삼촌, 숙모들과 저명인사들을 만나러 다닌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레오폴도는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된다. 앞뒤 맥락 없이 유명인이 되었지만 점차 그 생활에 익숙해지는 레오폴도. 하지만 느닷없이 찾아온 유명세처럼 느닷없이 사람들과 미디어는 그를 떠나 새로운 인물에게 달려간다.

로마 여행 중에 멋진 이탈리아 남자 미켈란젤로를 만나 결혼하게 된 헤일리. 은퇴한 오페라 감독 제리는 딸의 결혼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오지만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우연히 미켈란젤로의 아버지가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를 듣고 감동하고야 만다. 세상에, 이런 기가 막힌 목소리를 썩힐 수는 없지. 이제 제리는 미켈란젤로의 아버지를 오페라 무대에 데뷔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비행 공포증이 있다고 했던가. 우디 알렌은 이제 공포를 딛고 유럽으로 날아가 유럽찬미가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매치 포인트>의 런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의 바르셀로나, <미드나잇 인 파리>의 파리에 이어서 이제는 로마다. 이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도 물론 재미있지만) 도시들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다.

작정하고 도시들의 예쁜 모습, 사랑스런 모습, 매력적인 모습들을 골라 담으며 다양한 빛깔과 모양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뿌려댄다. 기분이 좋아진다. 마음이 뿌듯해진다. 볼은 상기되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로마 위드 러브>는 백일몽이다. 존이 만난 잭은 젊은 시절 환영 같은 자신의 모습이며, 안나는 남성들의 로망이고 평생 오페라 무대에 서보기를 꿈꾸던 미켈란젤로의 아버지는 제리를 만나 꿈을 이루고 레오폴도의 모습은 유명해지고 싶은,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과 다름 아니다.

레오폴도는 피아트 1세대 크로마를 탄다. 이제는 낡아버린 구식 자동차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레오폴도와 꼭 닮아 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든 미디어는 그를 란치아 테마에 태워 유명인으로 만들고 란치아 델타에 태워 VIP 시사회에 데려간다. 낡은 크로마에서 최고급 사양인 란치아 테마, 란체아 델타까지의 거리만큼이나 레오폴도는 크나큰 마음의 폭을 여행하고 마침내 제자리를 찾는다.

그 거리는 아마도 우리가 꿈꾸는 백일몽과 현실의 차이와 같은 폭이 아닐까. 백일몽은 아름답지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것. 하지만 또한 백일몽은 잠시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손해나지 않는 상상. 레오폴도가 탔던 자동차는 바로 그렇게 로마에서의 백일몽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글: 신지혜(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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