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특집 2 : NEW LAMBO V12 SECRET TEST
상태바
슈퍼카 특집 2 : NEW LAMBO V12 SECRET TEST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5.02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이탈리아 나로도 서킷 비밀 최종 테스트. 어둠 속에서 벌어진 광란의 시속 338km 질주…

차고 문이 열리는 순간 말이 뚝 끊어졌다. 엄청 큰 휠과 타이어 위에 올라앉아 무광택 테이프로 위장한 미래의 람보르기니가 나타났다. 전설적인 무르시엘라고를 대체할 새로운 V12 슈퍼카, 아벤타도르의 첫 번째 프로토타입.

이탈리아 산타가타의 명문 람보르기니의 운명을 가늠할 새 차였다. 2011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뒤 가을에 최종승인 후 시장에 나올 예정. 앞으로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람보르기니가 어떤 존재인가를 알릴 차다.

오전 1시 4분
흥분과 날선 기대가 팽팽했다. 내 가슴속의 소용돌이로도 알 수 있었다. 용솟음치는 아드레날린으로 쿵쾅거리는 내 심장의 고동을 주위의 모두가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바로 그것이 람보르기니의 노림수였다.

나는 이틀 동안의 몹시 고달픈 여행 끝에 여기까지 왔다. ‘여기’란 남부 이탈리아의 나르도 테스트 트랙. 바로 그때 날씨는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내가 신경질적으로 웃을 때 내 숨결이 큼직한 서리 구름이 되어 내 얼굴을 덮었다. 그때 람보르기니의 총지휘자 마우리치오 레지아니가 나를 보고 검은 프로토타입에 타라고 손짓했다. 그는 이미 황홀경을 체험한 사람답게 싱글벙글했다. 내가 무엇을 알 수 있게 될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새로운 람보르기니가 어떤지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단계에서 너무 많이 알려줄수도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터브는 완전히 카본파이버이고, 서스펜션은 1인승 푸시로드 디자인이라는 사실만은 알려졌다. 둘 다 람보르기니로는 처음이다. 아울러 엔진은 여전히 V12. 그러나 700마력을 넘는 완전 신형이었다.

마우리치오가 알려주지 않는 것은 무게였다. 차에 오르기 전 목표 무게가 얼마인지 물어봤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씨익 웃었다. 다만 이번에는 좀 더 진지한 표정이 묻어났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봐, 재래식 백본 섀시를 갖춘 무르시엘라고가 1,700kg이야. 새 차는 카본파이버라고 이미 알려줬어. 그러면 이 차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오전 1시 25분
콘솔에 달린 큼직한 시동 버튼을 눌렀다. 람보르기니가 펄쩍 깨어났다. 다른 모든 람보르기니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곧 몇 가지 새로운 특징을 눈치챘다. 일단 엔진이 요란한 공회전에 들어가자 터브를 흔들던 진동이 사라졌다. 아무튼 엔진 사운드와 배기음은 무르시엘라고보다 더 매끈하고 덜 까칠했다. 액셀을 건드릴 때 크랭크 반응은 훨씬 빨랐다. 마치 본격적인 경주용 엔진처럼 회전대가 오르내렸다.

움직이기도 전에 이 차는 구형보다 더 세련되고 신체에도 덜 위협적임을 느꼈다. 말하자면 옛날의 오랜 원석 다이아몬드보다는 정상적인 슈퍼카에 한층 가까웠다. 폭스바겐 그룹의 틈새에서 나옴직한 차. 실내 또는 운전위치는 무르시엘라고 보다 훨씬 잘 마무리됐다. 운전위치는 큰 발전을 이루었다고 할 만하다. 이번에는 제도실에서 기본 밸런스를 다시 손질했기 때문. 각종 페달, 스티어링과 운전석은 실내의 다른 부분에 비춰 가장 이상적인 위치를 잡고 있었다. 이제 (마침내) 비스듬한 페달은 사라졌고, 머리공간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헬멧을 쓰더라도 마찬가지.

다음으로 대시보드와 신형 TFT 계기 디스플레이를 들여다보자. 둘 다 람보의 기준과는 전혀 달랐다. 계기들 자체도 디지털로 바뀌었고, 그란 투리스모형으로 각종 메뉴를 오갈 수 있다. 그러면 속도계와 회전계는 비너클 안의 중심에 자리 잡는다. 센터콘솔은 각종 버튼을 달고 있다. 따라서 실내는 포르쉐 파나메라와 비슷하다. 잠깐만 둘러보면 쉽게 활용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개선된 점들이 뚜렷이 드러난다. 무르시엘라고의 지체형 스위치기어를 써본 뒤라 어렵지 않았다.

오전 1시 28분
움직이는 순간 신형 람보는 미학적인 실내에 못지않게 뛰어난 역동성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이같은 초기 프로토타입도 승차감이 무르시엘라고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정숙하고 절제돼있었다. 구형은 흔들거리고 덜컥거릴 노면을 조용히 미끄러져 나갔다. 1시간 전 같은 도로에서 내가 무르시엘라고를 몰아봤기 때문에 잘 알았고, 그 차이는 엄청났다.

고속 트랙에서 새 차는 어김없이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대형 람보였다.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마저 공력적인 안정성과 정숙성이 발걸음에 배어 있었다. 노즈에 성난 황소가 달린 다른 어느 차와도 같지 않았다. 스티어링은 전혀 킥백이 없었고, 고속에서도 스티어링 컬럼이 흔들리지 않았다. 둘 다 무르시엘라고의 문제점이었다. 게다가 스티어링은 한결 가볍고 훨씬 정확했다.

무엇보다 구형은 아주 긴 삼각형 기계 앞쪽에 앉아 있는 인상을 받았다. 게다가 그 꼬리는 일정한 문턱을 넘기 전에는 지독한 힘으로 노면을 긁어 잡았다. 이제 그런 인상은 싹 가셨다. 새 차는 근본적으로 훨씬 균형이 잡혔다. 마치 무게중심이 훨씬 낮고 넓은 느낌이 들었다. 드라이버의 팔을 비틀지도 않았고, 코너에서 엉뚱한 순간, 엉뚱하게 액셀을 조작해도 급소를 걷어차지않았다. 이 모두가 원초적인 프로토타입의 반응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내가 첫 시승에서 나올때 마우리치오가 다시 빙그레 웃었다. 그는 아주 좋다고 할 수준 이상의 차를 개발하고 있었으니까.

오전 12시 10분
18개월이 지나 우리는 또 다시 한밤중의 나로드에 나왔다. 이번에는 한 대가 아니라 3대의 서로 다른 프로토타입을 노려봤다. 1호는 내가 지난해 몰아본 바로 그 차였다. 2호는 ‘중간단계’ 프로토타입이었고, 3호는 3월에 나올 차와 거의 비슷했다. 여전히 테이프를 잔뜩 감고 무광택으로 치장했다. 이번에도 마우리치오는 빙글거리고 있었다.

3호의 실내는 전보다 훨씬 세련되었다. 매우 고급스러웠고, 스위치기어, 도어 핸들과 버튼 작동 방식에 고품질 감각이 뚜렷했다. 디지털화한 계기들은 내가 보기에 플레이스테이션을 살짝 닮았다. 물론 선명도가 훨씬 좋아졌지만….시동을 걸자 V12 엔진은 전과 마찬가지로 위력적이고 기세등등했다. 다만 여기서도 정교한 액셀 반응과 기어변환은 이상하게도 람보르기니답지 않았다. 아직 최종 승인이 나지 않았지만, 과거의 어느 무르시엘라고보다 완성도가 높은 머신이었다. 나는 굉음을 울리며 고속 트랙에 뛰어들어 처음으로 액셀을 바닥까지 밟았다. 구형보다 더 빠른, 아니, 훨씬 빠른 느낌이 들었다.

2단의 가속 충격은 실로 파격적이었다. 신형 기어박스가 7단을 자르고 올라갈 때 변속감각은 실로 치열했다. DSG도 재래식 패들시프트 자동도 아니었다. 대신 싱글클러치의 패들작동 수동식. 무르시엘라고 e-기어보다 약 2배의 속도에 사전선택 기어비로 오르내렸다. 게다가 이번에는 메뉴에 수동옵션이 없었다.
나르도의 바깥 차선에서 손을 놓고도 시속 240km를 낼 수 있었다. 따라서 시속 270km쯤은 산들바람이었다. 다만 이 람보가 돌진하자 5차선 고속 서킷이 금방 확 좁아들면서 숨통을 좼다. 시속 320km에 앞머리가 살짝 바운드를 시작했다.

람보는 여전히 힘차게 가속했지만 시속 340km에서 액셀을 늦췄다. 첫 시승에서 시속 320km를 넘자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 알고 보니 푸시로드 서스펜션이 코너링 하중에 못 이겨 범프 스톱을 쓸었다. 때문에 서스펜션의 일부가 되어 반동을 일으켰다. 하지만 내년 시판에 들어가기 전 손질할 것이라고 마우리치오가 귀띔했다.

오전 10시 20분
이처럼 사소한 결함에도 새 차는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전날 밤에 이어 이날 오전 핸들링 서킷에서도 마찬가지. 나는 먼저 무르시엘라고 SV 를 몰았다. 그런 다음 새 차 3개 버전을 차례로 시승했다. 또 다시 밸런스, 감각, 스티어링 정확성과 스피드에서 분명한 차이가 드러나 충격을 줬다.

돌연 SV가 새 차에 비해 너무 투박하고 낡은 느낌이 들었다. 제동을 걸 때나 코너진입에서의 안정성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실제로 새 차의 역동적인 기본실력이 너무나 뛰어났다. 결국 서킷 랩타임에서 몇 초나 앞섰다. 게다가 모든 것이 균등하게 잘 다듬어진 감각이 뚜렷했다.

오전 11시 55분
떠나야 할 때가 됐다.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돌아갔다. 해답을 찾은 의문이 머릿속에 가득했고, 노트북에는 여기 공개할 수 없는 자료가 넘쳤다. 바로 지금 여기서 공개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신형 V12 엔진은 천지를 진동할 만큼 좋다. 전통적인 람보르기니의 심장과 영혼을 품었지만 제작 품질 순수한 역동적 탁월성에서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발전된 슈퍼카였다. 말을 바꿔, 배짱과 돈이 있다면 몰고 달릴 놀라운 걸작. 사업성으로 따질 때 지금까지 그 어느 차보다 잘 만들고, 가볍고 빠르다고 할 수밖에….

글 · 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