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특집 1 : CUT AND THR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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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 특집 1 : CUT AND THRUST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5.0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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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치아 스트라토스가 돌아왔다. 페라리 430 스쿠데리아의 뼈와 살과 끈질긴 10년 계획 덕택이다

모든 옵션을 갖춘 최신형 페라리 430 스쿠데리아가 해체되었다. 단 한 대의 스페셜카를 위해 이렇게 할 수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 특별한 변신을 위해 몸 바친 페라리의 보디패널은 모두 버렸고, 그밖에도 상당 부분을 덜어냈다. 따라서 이 단 한 대의 창작품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호화스러운 모델. 탐스러운 페라리의 뼈와 살을 발라내는 것도 전설적인 1974 란치아 스트라토스의 21세기 버전을 만드는 작업의 일부다. 그리고 다행히 재창작품과 오리지널은 모두 페라리 엔진을 얹었다.

이 차는 스트라토스에 집착하는 자동차 디자인 공급업자 크리스 흐라발렉이 키워온 10년 꿈의 꼭대기이다. 그리고 동료 스트라토스 마니아 마이클 스토섹과 그의 아들 맥스가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명문 피닌파리나를 통해 만들어냈다. 실내에 들어가기도 전에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걸작 머신. 밖으로 드러난 카본파이버의 완벽한 주름, 치밀하게 절제된 균형미와 현대화에 성공한 화려한 디자인의 스트라토스. 그 강렬한 개성이 심금을 울린다. 숲속 스테이지와 동아프리카 대평원을 휩쓸던 강력한 랠리카는 바이저처럼 생긴 윈드실드, 앙팡진 자세, 짧은 오버행과 극적인 루프스포일러가 런던의 템즈강을 거슬러 올라오는빙산처럼 눈길을 잡아끈다.

여기 보이는 이 차는 첫 번째 스트라토스 재창작품이 결코 아니다. 벌써 오래전부터 극찬을 받아온 키트를 살 수 있었다. 따라서 어느 집 뒷마당에서도 쟁쟁한 란치아를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흐라발렉은 완전한 스트라토스 컨셉트로 경탄을 자아냈다. 지난 2005년 제네바에서 첫선을 보인 쇼카가 바로 그것. 당시 우리 <오토카>는 이 차를 자세히 소개했다. 스트라토스는 대량생산차와 같은 수많은 개발 단계를 거쳐 태어났다. 하지만 이 차가 태어난 배경은 주류차와는 전혀 달랐다.

흐라발렉은 세계에서 가장 치밀한 작전을 통해 스트라토스 자산을 손에 넣었다. 당시 10대에 불과했던 흐라발렉은 이미 스트라토스에 관한 한 절대적 권위자였다. 때문에 이탈리아의 디자인 명문 베르토네마저 그에게 명칭을 둘러싼 지적재산권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를 물었을 정도였다. 베르토네는 오리지널 스트라토스를 만든 카로체리아. 흐라발렉은 전화를 끝내자 바지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설쳐댔다. 아버지를 졸라 변호사를 선임해 지재권을 사들였다. 놀랍게도 당시 그는 16세 소년에 불과했다.

흐라발렉은 한 번에 지재권의 10%를 10만 유로(약 1억5천500만원)에 팔았다. 그 돈으로 프로토타입 제작에 들어갔다. 주식 매입자들은 패션 디자이너, 시계제작자, 음악가와 A급 배우들. 모두 스트라토스 오너였다. 그보다 몇 년 전 흐라발렉이 어린 시절에 만났던 스토섹이 마지막으로 주식 매입에 끼어들었다. 제네바모터쇼의 컨셉트는 선풍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이 차를 소량생산할 메이커를 찾아 나섰다. 프로드라이브, 코닉세그, 굴페르트와 파가니가 그 안에 들었다. 하지만 협상은 잇따라 깨졌다. 할 수 없이 기능이 완전한 신형 스트로토스 한 대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그 계획마저 별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가 집념의 사나이 흐라발렉은 어느 스트라토스 랠리에서 스토섹의 옷깃을 잡고 늘어졌다. 몇 대를 만들지 말고 피닌파리나를 찾아가 딱 한 대만 만들자고 설득했다.

스토섹도 그에 못지않은 열의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때 자그마치 3대의 완형 클레이 모델이 나왔다. 그 과정은 대량생산 시리즈 개발과정을 요상할 만큼 닮았다. 다만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었다. 디자인계를 통틀어 수많은 대표적(실명을 밝힐 수 없는) 카디자이너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스토섹은 그들을 ‘스트라토스의 친구들’이라 부른다.

알고 보면 스토섹 자신이 이 차를 빚어내는데 대단한 창의력을 발휘했다. “이 차에서 내가 깐깐히 살펴보지 않은 구석은 단 1cm도 없다” 그는 완벽주의자로 이 차를 빈틈없이 살펴 그 흔적을 남겼다. 어디를 봐도 마찬가지. 풋웰 깊은 곳, 시트 뒤, 앞 크램셸 밑 등 어디를 뒤져봐도 이 차는 끝마무리가 단정하고 완벽하다. 스트라토스는 스타일에 그다지 힘을 들이지 않았다. 독립 엔지니어 파올로 가렐로는 무게를 줄이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스쿠데리아와 스트라토스의 공식적인 차이는 80kg. 세계투어링카선수권(WTCC) 레이서이면서 개발전문 드라이버 티아고 몬테이로는 그만하면 큰 격차라고 설명했다.

지금 당장은 이 카본파이버 머신을 시험할 때다. 먼저 조수석에 앉고, 그 다음에 운전대를 잡고서. 시승무대는 프랑스의 폴 리카르 F1 서킷. 찬바람은 살을 파고들었고, 스트라토스의 굽이지고 각진 보디에 겨울햇살이 눈부셨다. 나는 정교하게 다듬은 카본 시트에 엉덩이를 실었다. 마이클 스토섹이 도어에 달린 큼직한 수 납공간에서 헤드폰을 꺼내 줬다. 도어 수납공간은 오리지널의 실내에서 가장 유명한 특징의 하나였고, 실은 랠리 드라이버의 헬멧을 넣어두던 자리였다. 스트라토스는 귀가 먹먹할 만큼 시끄럽지는 않았다. 우리는 헤드폰을 끼고 마이크를 입에 대고 말을 주고받았다.

스토섹이 패들을 당겼다. 그러자 스트라토스는 뒤에서 걷어차인 것처럼 피트 밖으로 튕겨나갔다. 첫 코너에 들어가는 순간 조수석에서도 스트라토스의 날카로운 반응이 짜릿하게 다가왔다. 스티어링은 즉각 반응했고, 차체는 스프링을 무시하고 바퀴를 따라 돌아갔다. 이곳은 급커브가 많은 소형 서킷. 제4 코너에서 스토섹이 3단에 들어가자 훨씬 긴 좌회전 코너가 스트라토스의 역동적 성격을 뚜렷이 드러냈다. 실로 발랄했다. 등 뒤의 파워트레인 무게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짧은 휠베이스 때문에 가볍게 좌우로 흔들렸다.

이때 오리지널 스트라토스를 그토록 유명하게 만든 버릇이 고개를 들었다. 꼬리가 가벼운 이 표독한 쐐기는 꼬리를 흔들지 않고는 자갈길을 달릴 수 없었다. 스테이지 타임 몇 초차로 랠리의 달인 산드로 무나리와 베르나르 다르디쉬에게 승리를 안겨준 바로 그 버릇. 다만 스트라토스는 삐끗하면 드라이버를 물어뜯었다.

스토섹에 따르면 이 트랙의 급커브에서는 언더스티어가 너무 심했다. 그래서 세팅을 바로잡기로 했다. 몬테이로와 함께한 오랜 개발작업에서 거둔 성과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스토섹은 역동적 성능에 노력을 집중했다. “시속 300km로 달리고 싶다면 TGV로 가야지” 그는 스피드보다 핸들링에 이차의 매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이 차는 시속 300km를 거뜬히 넘어선다. 하지만 스토섹과 나는 최고시속에 도전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카본 스웨이드에 아래쪽이 평평한 스티어링. 250만 파운드(약45억원)가 넘게 들어간 차를 몰고 폴 리카르 서킷을 누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오른쪽 패들을 당기자 스트라토스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쭉 뻗어나갔다. 페라리 V8의 포효에 뒤이어 격렬한 꼬리치기가 일어났다. 첫 코너에서 잽싸게 2단으로. 예상보다 좀 더 가볍게 스티어링이 돌아갔다. 전혀 빈틈없이 기름처럼 매끈했다.

차체는 스티어링의 의도를 그대로 따랐다. 카본제노즈가 훈련된 조수처럼 고분고분했다. 마찬가지로 빈틈없이 다듬은 차체는 노면을 힘차게 움켜쥐었다. 운전재미를 반감시킬 삐그덕, 덜덜, 찍찍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잠시 속도가 올라가자 3단의 다음 코너가 닥쳤다. 이번에는 좀 더 긴 커브로 한층 강력한 파워를 시험할 기회였다. 스트라토스가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뒤 타이어가 트랙을 움켜쥐자 흑색 스텔스 병기는 에누리 없이 화끈한 민첩성을 과시했다. 참신한 컴팩트 스타일이 배짱을 키웠다. 짧은 휠베이스에 실린 파워트레인 효과가 즉시 드러났다. 중립적 핸들링이 가벼운 오버스티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70년대의 스트라토스처럼 이 차도 무게배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잘 알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되지만 삐끗하면 격렬한 스핀. 혹은 페라리식 마네티노로 ESP를 해제한다. 그러면 스위치를 시계방향으로 돌림에 따라 전자지원 기능이 점차 사라진다. 한편 430의 E-디퍼렌셜은 기계식 LSD로 돌아간다. 레이서 몬테이로는 각 단계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모든 장치를 해제하면 짐승이 된다”

그리고 힘껏 몰아붙이려면 최고의 코너링 기법과 풀드로틀 타이밍을 익혀야 한다. 무게가 줄어 430보다 훨씬 민첩했다. 완벽한 도전을 요구하는 슈퍼카? 바로 이런 능력과 가격을 구비한 머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스토섹은 가격이 42만~50만 파운드(약 8억1천만원~9억원)라고 했다. 피닌파리나가 몇 대를 주문받는가에 따라 차이가 난다. 먼저 고객들이 충분한 관심을 가져준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이처럼 멋지고, 세련되고 완벽한 차를 주문할 고객이 나오지 않는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스타일만이 아니라 핸들링 성격마저 오리지널의 눈부신 부활이다. 피닌파리나는 이 차 25대를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이 차가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비극이다.

글 · 리처드 브렘너(Richard Bremner)

LANCIA STRATOS 
가격 £420,000~500,000(약 8억1천만원~9억원)
0→시속100km 가속 3.3초
최고시속 300km 이상
연비 NA
CO₂ 배출량 NA
무게 1247kg
엔진 V8, 4308cc, 휘발유
구조 미드, 세로, 뒷바퀴굴림
최고출력 539마력/8200rpm
최대토크 51kg·m/3750rpm
무게당 출력 433마력/톤
리터당 출력 126마력/L
압축비 11.3:1
변속기 6단 시퀀셜
길이 4181mm
넓이 1971mm
높이 1240mm
휠베이스 2400mm
연료탱크 90L
주행가능거리 NA
트렁크 용량 NA
앞 서스펜션 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 서스펜션 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398mm V 카본 디스크 (앞),
350mm V 카본 디스크 (뒤)
휠 9J×19인치(앞), 11×19인치(뒤)
타이어(앞, 뒤) 265/30 R19, 315/30 R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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