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라스트 스탠드 - 콜벳 Z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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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라스트 스탠드 - 콜벳 Z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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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6.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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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을 조금 보태서 얘기하자면, 여기서 돌 하나 집어던지면 멕시코 땅이 되는 미-멕시코 국경의 작디작은 마을 섬머튼. 그곳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과 갖가지 경험이 얼굴에 녹아 있는 보안관 레이가 있다. 온순하고 착한 사람들, 워낙 작은 마을이고 인구도 적어서 서로가 친구처럼 가족처럼 지내는 분위기다.

부하들은 마을 청년들과 시시한 장난을 하며 오후를 보내고 느긋하게 마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업무가 끝나는 그런 고즈넉한 마을. 그런데 어느 날, 이 평온하기 그지없는 섬머튼이 발칵 뒤집힌다. 희대의 죄수 마약왕 코르테즈가 이송 중 탈출해 멕시코로 넘어가기 위해 바로 이 마을로 오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코르테즈의 부하들은 마을 주변에 도착해 이곳과 멕시코를 잇는 가설다리를 짓고 있는 중이다.

코르테스와 부하들이 쏜살같이 마을을 슈웅 지나 그 다리를 넘어 멕시코로 넘어가면 그를 잡을 수 없다. 작디작은, 조용하고 착한 이 마을은 그렇게 FBI 요원들과 코르테즈 일행이 몰려들면서 최대의 긴장된 날을 맞게 된다. 정황상 FBI보다 코르테즈네가 국경을 넘을 확률이 높고 그렇다면 레이와 부하 몇 명 그리고 동네 청년 몇이 마약왕을 막아야 한다.

이런. 김지운이다. 전작 <놈놈놈>에서 만주를 무대로 웨스턴을 멋지게 빚어냈던 바로 그 김지운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다. 한 시대를 풍미한 근육질 액션배우의 전형, 남자들의 로망이었던 바로 그 아놀드 슈왈제네거다. 이들의 만남은 괜찮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기가 막히게 잘 만든,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라 가벼운 몸짓으로 툭 치고 지나가듯 이렇게 한 번 해볼까, 하는 느낌으로 빚어낸 <라스트 스탠드>는 묘한 재미와 묘한 쾌감을 준다.

사실 김지운이 누군가. 국내 영화감독 중에서도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던 그가 아닌가. 그런 그가 할리우드로 가서 전성기를 훌쩍 지난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때부터 귀가 솔깃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는 슬쩍 미소가 지어진다.

그의 영화에는 뭐랄까, 김지운 스타일이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그 스타일은 사실, 완벽하고 마음을 순식간에 홀리는 무엇이라기보다는 한 번쯤 더 보고 한 번쯤 더 생각하고 한 번쯤 더 느끼게 만드는 내면의 것이다. 마약왕 코르테즈는 계획대로 탈출해 슈퍼카를 몰고 섬머튼으로 향한다. 그 차는 콜벳 ZR1.

1000마력 이상의 힘, 시속 450킬로미터를 자랑하는 슈퍼카를 완벽 튜닝해 글자 그대로 눈 깜짝할 새 사람들의 시야를 살짝 흔들어놓고 달린다. 부하들이 열심히 시간에 맞춰 다리를 놓고 있을 그 작은 마을 섬머튼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ZR1은 코르테즈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범죄자의 단순하고 앞뒤 가리지 않는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 보인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스펙으로 개조해 <라스트 스탠드>에 출연한 이 차는 최상의 스피드로 관객들의 심장까지 움직인다. 촬영현장에는 언제나 6대의 ZR1을 대기해놓고 차량보수팀이 함께했다고 하니 어쩌면 코르테즈의 ZR1은 명실상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차가 아닌 맹수라는 말까지 들었던 이 차는 탈출-국경 넘기-자유라는 코르테즈의 단순한 목표를 그대로 반영해 놀라운 속도와 짜릿함을 준다. 작은 마을의 보안관과 범죄자, 게리 쿠퍼와 그레이스 켈리가 주연했던 <하이 눈>이나 <3:10 투 유마> 같은 영화들이 떠오르는 시놉의 영화, 거기에 김지운 스타일이 더해져 매력 있는 영화 한 편이 나왔다.

글: 신지혜(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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