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들은 마을 청년들과 시시한 장난을 하며 오후를 보내고 느긋하게 마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업무가 끝나는 그런 고즈넉한 마을. 그런데 어느 날, 이 평온하기 그지없는 섬머튼이 발칵 뒤집힌다. 희대의 죄수 마약왕 코르테즈가 이송 중 탈출해 멕시코로 넘어가기 위해 바로 이 마을로 오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코르테즈의 부하들은 마을 주변에 도착해 이곳과 멕시코를 잇는 가설다리를 짓고 있는 중이다.
이런. 김지운이다. 전작 <놈놈놈>에서 만주를 무대로 웨스턴을 멋지게 빚어냈던 바로 그 김지운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다. 한 시대를 풍미한 근육질 액션배우의 전형, 남자들의 로망이었던 바로 그 아놀드 슈왈제네거다. 이들의 만남은 괜찮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기가 막히게 잘 만든,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라 가벼운 몸짓으로 툭 치고 지나가듯 이렇게 한 번 해볼까, 하는 느낌으로 빚어낸 <라스트 스탠드>는 묘한 재미와 묘한 쾌감을 준다.
그의 영화에는 뭐랄까, 김지운 스타일이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그 스타일은 사실, 완벽하고 마음을 순식간에 홀리는 무엇이라기보다는 한 번쯤 더 보고 한 번쯤 더 생각하고 한 번쯤 더 느끼게 만드는 내면의 것이다. 마약왕 코르테즈는 계획대로 탈출해 슈퍼카를 몰고 섬머튼으로 향한다. 그 차는 콜벳 ZR1.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스펙으로 개조해 <라스트 스탠드>에 출연한 이 차는 최상의 스피드로 관객들의 심장까지 움직인다. 촬영현장에는 언제나 6대의 ZR1을 대기해놓고 차량보수팀이 함께했다고 하니 어쩌면 코르테즈의 ZR1은 명실상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차가 아닌 맹수라는 말까지 들었던 이 차는 탈출-국경 넘기-자유라는 코르테즈의 단순한 목표를 그대로 반영해 놀라운 속도와 짜릿함을 준다. 작은 마을의 보안관과 범죄자, 게리 쿠퍼와 그레이스 켈리가 주연했던 <하이 눈>이나 <3:10 투 유마> 같은 영화들이 떠오르는 시놉의 영화, 거기에 김지운 스타일이 더해져 매력 있는 영화 한 편이 나왔다.
글: 신지혜(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