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로봇 앤 프랭크 - 아우디 A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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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로봇 앤 프랭크 - 아우디 A7
  • 아이오토카
  • 승인 2013.04.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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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을의 도서관을 찾아 책을 빌려 보고 수시로 전화를 걸어오는 딸과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찾아와 안부를 챙기는 아들 덕에 혼자 살지만 크게 불편하거나 외롭지 않은 노년을 보내고 있는 프랭크. 게다가 도서관 사서인 제니퍼, 마음 따뜻하고 품위 있게 나이 먹은 그녀에게 살짝 마음도 설레는 프랭크. 평범하고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아온 남자라는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왕년에 100% 성공률을 자랑하던 금고털이범.

이제는 은퇴해 한가롭게 노년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도 연장을 버리지 못하고 가끔은 옛 손맛이 그리워 자물쇠 따기를 취미로 하고 있는 남자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파트너가 생긴다. 아들의 차에 실려 온, 아니 아들의 차를 타고 온 휴머노이드 로봇. 이미 도서관에도 사서 로봇이 일하고 있고 다른 노인들도 집안일을 해주는 도우미 로봇을 많이 두고 있지만 프랭크는 왠지 로봇이 낯설고 이상하다.

그런데 아들은 자꾸 깜박깜박하는 아버지를 혼자 두는 것이 걱정이 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아내와 아이들을 떼놓고 먼 거리를 달려와 아버지를 보는 것도 힘겹고 하니 로봇과 함께 지내라고 한다. 더구나 이 로봇, 프랭크의 건강을 챙긴다고 풀만 먹이고 운동을 해야 한다고 곁에서 계속 종알거리니 이 로봇의 잔소리와 간섭이 싫다. 그런데 심심풀이로 자물쇠를 따다가 로봇에게 기술을 가르쳤는데 웬걸, 로봇은 빠른 속도로 손쉽게 자물쇠를 따버린다.

프랭크는 이제 로봇에게 일생일대 마지막 한탕을 제안하고 둘은 파트너가 된다. 로봇과 인간의 우정이다. 이전에도 <바이센테니얼 맨>, <A.I>, <월 E> 등의 영화에서 보아왔던 낯익은 풍경이다. 더구나 휴머노이드에 관한 연구도 진일보한 이즈음이고 보니 로봇과 프랭크의 동거와 파트너십이 낯설지 않다. 오히려 머지않아 실제로 우리에게 펼쳐질 풍경처럼, 일면 두 존재는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어쩌면 밋밋하고 어딘가 어색하게 동떨어진 느낌을 가질 수도 있었던 이 이야기는 은근한 유머와 감정을 풀어 놓으며 잔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선댄스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으며 로튼 토마토 지수 90%를 얻었으니 사람들에게 신선함과 따스함을 주었다는 얘기다. 이제 곧 휴머노이드가 실제로 반려 파트너가 되어 건강을 챙겨주고 말벗이 되어주며 도서관의 책들은 낡지 않도록 보존 케이스에 들어가고 진일보된 기계문명에 인간 스스로 몸을 맡기는 시대가 도래할 듯한 이 시점에서 <로봇 앤 프랭크>는 인간과 로봇-기계의 우정을 그려낸다.

이전의 로봇물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이제는 휴머노이드의 시대가 실제로 (존재적으로 심적으로) 바짝 다가왔다는 생각 때문일까. 영화 속에서 프랭크의 아들 헌터는 아우디 A7을 타고 아버지의 집을 찾는다. 헌터의 아우디 A7은 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 한 가득인 헌터의 심정이기도 하고 로봇과 프랭크의 만남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매개체이기도 하고 아버지와 아들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헌터의 자동차 아우디 A7, 그것도 결국은 인간을 돕는 기계이며 프랭크 곁에서 그의 건강을 챙기고 마음을 받아주고 파트너가 되어주고 끝까지 남아주는 로봇도 기계다. 바야흐로 인간과 기계의 실재적 공존이 시작되는 것일까.

글: 신지혜(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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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de 2013-05-10 13:14:47
로봇 생긴게 확 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