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500, Drive small Live la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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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 500, Drive small Live large
  • 이경섭
  • 승인 2013.04.25 09:5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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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퀘첸토. 우리는 ‘500’이라 쓰고 “오백”이라 읽는 데 익숙하지만 “친퀘첸토”라고 발음하는 게 옳다. 국내 도입을 결정하면서 수입사 내부에서도 고민이 있은 듯하다. 뭐라 부를 건가. 오백은 ‘없어’ 보이고 친퀘첸토는 너무 어렵고. 결론은 친퀘첸토라는 본토 발음으로 부르기로 했단다. 하지만 막상 공식 인쇄물을 보니 500과 친퀘첸토를 혼용하거나 친퀘첸토라고 쓰고 500을 괄호 안에 병기하고 있다.

표기는 500으로 하지만 부르기는 친퀘첸토라고 부르란 뜻인가 보다. 어쨌거나 500은 친퀘첸토이고 친퀘첸토는 이탈리아말로 500이란 뜻이다. 이거 참, 쉽고도 난해하다. 친퀘첸토라니. 한글자판 타이핑도 쉽지 않다. 발음이 어려우니 지금 당장 친퀘첸토라는 말을 500번만 중얼거려보자. 그 정도면 대충 입에 붙는다.

피아트 친퀘첸토는 유럽 대륙에 흔해빠진 그저 그런 소형차가 아니다. 1957년 누오바 친퀘첸토란 이름으로 출시된 이후 선풍적 인기를 모으며 전후 이탈리아 산업을 부흥시킨 동력이자 자동차 역사에 당당히 스테디셀러의 이름을 올린 기념비적인 차다. 출시 당시 배기량이 500cc여서 친퀘첸토란 이름이 붙었다고 하고 또 다른 설명으로는 이 차가 주는 즐거움이 500가지나 된다는 뜻이라고도 하지만 실상 이름에 큰 의미는 없다는 게 토리노 피아트 본사 홍보담당자의 설명이었다.

그래도 그럴 듯한 이야기 하나 붙여주시지 않고. 막상 솔깃한 스토리가 없다니 아쉽다. 발음조차 까다로워 뭔가 의미 있어 보이는 친퀘첸토가 그저 숫자 500일 뿐이라니. 하긴 그렇다. 지금 친퀘첸토의 배기량은 500cc가 아니라 1,368cc나 된다. 하지만 이름에 연연해하지 말자. 친퀘첸토의 매력은 이름만이 아니다.

친퀘첸토를 뜯어보기 전에 피아트를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피아트는 우리 귀에 익숙한 브랜드지만 막상 아는 건 별로 없는 먼 나라의 자동차회사다. 유서 깊은 자동차회사로 1899년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에서 지오반니 아넬리를 비롯한 8명의 투자자에 의해 설립됐다. 페라리, 마세라티, 알파 로메오, 란치아, 이베코 같은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를 거느리며 현재는 합병을 통해 크라이슬러 그룹의 경영권까지 거머쥐고 있는 이탈리아 최대의 자동차회사다.

우리에겐 1970~1980년대 당시 기아자동차에 의해 124, 132 같은 모델이 국내 조립돼 팔리면서 브랜드가 알려졌지만 그 후 오랫동안 잊힌 이름이었다. 그러니 이번 친퀘첸토와 7인승 SUV 프리몬트의 국내 런칭은 피아트로선 권토중래(捲土重來)의 의미가 있다.

작은 차체, 효율적 공간 구성, 친근한 디자인. 1957년부터 1975년까지 18년 동안 290만 대가 팔린 친퀘첸토는 데뷔 50주년을 맞은 2007년, 단종 32년 만에 제네바모터쇼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였다. 돌아온 베스트셀러의 인기는 대단했다. ‘2008 유럽 올해의 차’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60여개 넘는 각종 상을 휩쓸었다. 82개국에서 누적 생산 100만대 이상을 달성하며 과거의 영광을 화려하게 재현했다. 작년 가을, 토리노 인근에서 열린 시승에 참석했을 때 피아트 본사 임원들은 유독 ‘이탈리안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했다.

요컨대 친퀘첸토는 이탈리안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라는 얘기다. 그러면 이탈리안 라이프스타일이란 건 뭘까? “나이와 상관없는 젊음, 삶의 방식과 태도, 순간을 느끼고 즐기며 사는 것. 긍정적인 사고방식. 이것이 이탈리안 라이프스타일이라 할 수 있죠” 피아트 디자인센터장은 이렇게 풀이했지만 말이란 늘 이해가 어렵다. 내 식대로 풀자면 유머와 단순함이다. 이 두 가지야말로 이탈리안 스타일의 요체가 아닐까 싶다. 친퀘첸토를 보면 그렇다. 누구나 빙긋 웃음 짓게 하는 유머러스한 디자인, 지극히 심플한 차체에 실용성을 갖춘 차.

국내 소개된 친퀘첸토는 세 가지 모델이 있다. 기본형인 팝과 고급형인 라운지 그리고 독특한 타입의 소프트톱을 지닌 카브리오가 그것이다. 유럽에선 800cc를 비롯한 다양한 엔진이 얹히지만 국내 수입된 모델에는 공히 1.4L 멀티에어 엔진만 얹힌다.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102마력/6,500rpm, 최대토크 12.8kg·m/4,000rpm를 낸다.

실내는 단순함의 극치다. 어느 정도로 단순하냐면 계기판이 하나뿐이다. 속도계를 비롯한 각종 계기판을 큼직한 원 하나에 묶어버렸다. 속도계 안에 RPM 게이지, 그 안에 연료 게이지와 엔진 온도 게이지. 그 안에 시계를 포함한 주행거리, 연비, 외부온도와 변속기 위치 같은 차량 정보가 표시된다. 작은 공간에 이런저런 게이지를 옹색하게 늘어놓는 대신 과감하게 합쳐놓으니 심플하고 멋스럽다. 차체 색상으로 반짝거리는 대시보드는 만져보고 싶게 산뜻해서 기분을 밝게 만들어준다.

오목조목한 스위치들과 고리를 손으로 당겨 걸게 돼 있는 선루프 차광막처럼 재치 있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트렁크 넓이는 260리터. 뒤 시트를 접을 경우 화물공간은 늘어난다. 바퀴 간격을 넓히고 휠베이스를 늘려 실내공간을 최대로 뽑았지만 뒷좌석은 당연히 넓지 않다. 친구들에게 이 차를 타고 강릉 바다를 보러 가자고 하면 뒷자리에 타야 하는 친구들은 사양할 게 틀림없다. 하지만 도시에서라면 문제가 다르다. 키 176센티미터인 후배를 뒷자리에 태워 집에 바래다줬다. 후배의 말은 이랬다. “생각보다 앉을 만한데, 뒤통수가 가려워요. 뒤차가 너무 가까이 있어요”

지난해 이탈리아 시승에서는 0.9L 트윈에어 모델과 1.2L 멀티에어 모델을 시승했다. 좁은 마을길과 구부러진 숲속 도로를 달리며 기대 이상으로 활기찬 주행성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엔 1.4L 멀티에어 엔진이다. 엔진음이 작지 않다. 대배기량 엔진들도 거의 묵음 수준의 정숙함을 자랑하는 요즘 추세로 보면 분명 요란하게 들린다. 작은 엔진룸의 한계다. 승차감도 말랑말랑하지 않다. 부드럽긴커녕 딱딱하다고 느낄 만큼이다. 그런데 주택가 골목길을 돌아 한길로 나서는 10분 만에 엉덩이가 금세 익숙해졌다. 카트를 타는 듯 꽁무니를 요리조리 빼며 달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엔진 힘은 충분하고 변속도 매끄러웠다.

양쪽에 차가 가득 주차된 좁은 길을 쑥쑥 헤치며 달리자니 게임에 빠진 애들이 이런 기분이겠다 싶어진다. 적당한 흐름이 있는 강남의 도로를 주행하는 동안 운전 재미에 푹 빠졌다. 오똑 솟아 있어 잠시 어색하던 시트 포지션도 운전자 시야를 넓게 잡아주니 도리어 편하게 느껴진다. 시트에 푹 파묻혀 안락하게 달리는 건 먼 길 떠나는 그랜드 투어러에서나 기대할 일이다. 어딘가 허술할 것 같은데 순간순간 단단한 주행감이 느껴지고 급격한 스티어링에도 꼿꼿이 자세를 잡아주는 하체가 꽤나 듬직하다. 운전하는 재미가 꼭 빨리 달리거나 힘이 넘쳐야 하는 건 아닌 거다.

친퀘첸토는 너무나 철저히 도시 생활자를 위한 차다. 길이 3,550mm 너비 1,640mm, 높이 1,555mm 크기로 주행과 주차가 쉽고 최소 회전반경은 4.7m로 복잡한 길에서 움직이기에 부담이 없다. 팝과 라운지 트림은 오디오와 시트 등 몇 가지 옵션 차이가 있는데 기본 모델인 팝에서는 후방 주차센서가 빠진 것은 다소 아쉽다. 골목길을 경쾌하게 누벼야 하는 친퀘첸토에겐 꼭 필요한 옵션이다. 누군가 말하길 차가 예뻐야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서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동차는 달리기 위해 태어났지만 일생의 90%는 멈춰 있다. 어디에 있든 그 배경에 어울리고 눈길을 끌며 미소를 짓게 만드는 디자인. 친퀘첸토는 이 요구에 적극 화답한다. 자동차에 있어 디자인의 힘은 위대하다. 친퀘첸토는 어디에도 없는 유니크한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오래도록 사랑받는다. 예쁘지 않다면 작고 좁고 심플할 뿐인 소형차를 까다로운 고객들이 용납할 리 없다. 친퀘첸토를 시승해본 후배는 승차감이 딱딱하다고 불평하면서도 사고 싶어 안달했다. 이유가 뭐겠는가.

“친퀘첸토는 즐거움을 위해 타는 차입니다. 즐거움이란 힘이나 속도가 주는 만족감이 아니라 차 자체가 주는 유쾌함인 것이죠” 피아트 홍보담당자는 친퀘첸토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작은 차를 가지고도 일상에서 큰 감성적 만족감을 얻는 것. 이것이 친퀘첸토를 통해 피아트가 주장하고 싶은 이탈리안 라이프스타일이다. 광고 카피를 인용하면 이렇다. ‘Drive small, Live large’ 진정한 의미에서 ‘작은 차 큰 기쁨’이다.

글: 이경섭

Fiat 500 Lounge
가격: 2천990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3550×1640×1555mm
휠베이스: 2300mm
엔진: 직렬 4기통, 1368cc, 휘발유
최고출력: 102마력/6500rpm
최대토크: 12.8kg·m/4000rpm
복합연비: 12.4km/L
CO₂배출량: 140g/km
변속기: 6단 자동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빔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앞,뒤 모두)185/55 R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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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de 2013-05-10 12:25:04
가격 비싼게 함정

메인권 2013-05-09 15:17:04
여친사주고싶은차네요~^^

카앤디자인 2013-05-03 12:21:46
도로 위의 시선 집중~ 경차와 소형차의 중간쯤에 있는 승차감. 재미 있는 차죠. 하지만 시승차를 제외하고 서울에서 한 두번 만난듯~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