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기는 500으로 하지만 부르기는 친퀘첸토라고 부르란 뜻인가 보다. 어쨌거나 500은 친퀘첸토이고 친퀘첸토는 이탈리아말로 500이란 뜻이다. 이거 참, 쉽고도 난해하다. 친퀘첸토라니. 한글자판 타이핑도 쉽지 않다. 발음이 어려우니 지금 당장 친퀘첸토라는 말을 500번만 중얼거려보자. 그 정도면 대충 입에 붙는다.
그래도 그럴 듯한 이야기 하나 붙여주시지 않고. 막상 솔깃한 스토리가 없다니 아쉽다. 발음조차 까다로워 뭔가 의미 있어 보이는 친퀘첸토가 그저 숫자 500일 뿐이라니. 하긴 그렇다. 지금 친퀘첸토의 배기량은 500cc가 아니라 1,368cc나 된다. 하지만 이름에 연연해하지 말자. 친퀘첸토의 매력은 이름만이 아니다.
우리에겐 1970~1980년대 당시 기아자동차에 의해 124, 132 같은 모델이 국내 조립돼 팔리면서 브랜드가 알려졌지만 그 후 오랫동안 잊힌 이름이었다. 그러니 이번 친퀘첸토와 7인승 SUV 프리몬트의 국내 런칭은 피아트로선 권토중래(捲土重來)의 의미가 있다.
요컨대 친퀘첸토는 이탈리안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라는 얘기다. 그러면 이탈리안 라이프스타일이란 건 뭘까? “나이와 상관없는 젊음, 삶의 방식과 태도, 순간을 느끼고 즐기며 사는 것. 긍정적인 사고방식. 이것이 이탈리안 라이프스타일이라 할 수 있죠” 피아트 디자인센터장은 이렇게 풀이했지만 말이란 늘 이해가 어렵다. 내 식대로 풀자면 유머와 단순함이다. 이 두 가지야말로 이탈리안 스타일의 요체가 아닐까 싶다. 친퀘첸토를 보면 그렇다. 누구나 빙긋 웃음 짓게 하는 유머러스한 디자인, 지극히 심플한 차체에 실용성을 갖춘 차.
실내는 단순함의 극치다. 어느 정도로 단순하냐면 계기판이 하나뿐이다. 속도계를 비롯한 각종 계기판을 큼직한 원 하나에 묶어버렸다. 속도계 안에 RPM 게이지, 그 안에 연료 게이지와 엔진 온도 게이지. 그 안에 시계를 포함한 주행거리, 연비, 외부온도와 변속기 위치 같은 차량 정보가 표시된다. 작은 공간에 이런저런 게이지를 옹색하게 늘어놓는 대신 과감하게 합쳐놓으니 심플하고 멋스럽다. 차체 색상으로 반짝거리는 대시보드는 만져보고 싶게 산뜻해서 기분을 밝게 만들어준다.
지난해 이탈리아 시승에서는 0.9L 트윈에어 모델과 1.2L 멀티에어 모델을 시승했다. 좁은 마을길과 구부러진 숲속 도로를 달리며 기대 이상으로 활기찬 주행성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엔 1.4L 멀티에어 엔진이다. 엔진음이 작지 않다. 대배기량 엔진들도 거의 묵음 수준의 정숙함을 자랑하는 요즘 추세로 보면 분명 요란하게 들린다. 작은 엔진룸의 한계다. 승차감도 말랑말랑하지 않다. 부드럽긴커녕 딱딱하다고 느낄 만큼이다. 그런데 주택가 골목길을 돌아 한길로 나서는 10분 만에 엉덩이가 금세 익숙해졌다. 카트를 타는 듯 꽁무니를 요리조리 빼며 달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엔진 힘은 충분하고 변속도 매끄러웠다.
친퀘첸토는 너무나 철저히 도시 생활자를 위한 차다. 길이 3,550mm 너비 1,640mm, 높이 1,555mm 크기로 주행과 주차가 쉽고 최소 회전반경은 4.7m로 복잡한 길에서 움직이기에 부담이 없다. 팝과 라운지 트림은 오디오와 시트 등 몇 가지 옵션 차이가 있는데 기본 모델인 팝에서는 후방 주차센서가 빠진 것은 다소 아쉽다. 골목길을 경쾌하게 누벼야 하는 친퀘첸토에겐 꼭 필요한 옵션이다. 누군가 말하길 차가 예뻐야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서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친퀘첸토는 즐거움을 위해 타는 차입니다. 즐거움이란 힘이나 속도가 주는 만족감이 아니라 차 자체가 주는 유쾌함인 것이죠” 피아트 홍보담당자는 친퀘첸토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작은 차를 가지고도 일상에서 큰 감성적 만족감을 얻는 것. 이것이 친퀘첸토를 통해 피아트가 주장하고 싶은 이탈리안 라이프스타일이다. 광고 카피를 인용하면 이렇다. ‘Drive small, Live large’ 진정한 의미에서 ‘작은 차 큰 기쁨’이다.
글: 이경섭
Fiat 500 Lounge
가격: 2천990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3550×1640×1555mm
휠베이스: 2300mm
엔진: 직렬 4기통, 1368cc, 휘발유
최고출력: 102마력/6500rpm
최대토크: 12.8kg·m/4000rpm
복합연비: 12.4km/L
CO₂배출량: 140g/km
변속기: 6단 자동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빔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앞,뒤 모두)185/55 R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