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페이스맨, 스타일리시 쿠페를 겨냥한 컨트리맨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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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페이스맨, 스타일리시 쿠페를 겨냥한 컨트리맨의 진화
  • 최민관
  • 승인 2013.04.15 09: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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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하나. <오토카>를 위해 배정된 페이스맨이 사라졌다. 컨트리맨을 타야 할 누군가가 페이스맨을 몰고 가버린 사건이었다. 부랴부랴 뒤늦게 내게로 온 시승차의 페이스를 목도하는 순간, 그럴 수도 있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스포티한 루프 라인과 한층 스포티하게 다듬은 뒷모습을 못 봤다면 말이다.

에피소드 둘. 착각했다. 예의 4기통 휘발유 1.6L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인 줄로만 알았다. 한결 묵직한 회전과 짙은 저회전 토크에 고개를 갸웃거렸을 뿐이다. 타코메타를 보고서야 알았다. 이건 143마력 2.0L 디젤 엔진이었다. SD 이니셜을 붙여 고성능 버전임을 애써 강조했다. 그런데 그게 꽤 괜찮았다.

에피소드 셋.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한바탕 질주를 마치고 휴게소를 찾았다. 주행 내내 룸미러에 끊임없이 들락거렸던 헤드램프가 가까이 다가왔다. 랜드로버 이보크였다. 그러고 보니 같은 테마였군. 디자인 하나로 해치백, 컨버터블, 쿠페, 로드스터, SUV를 종횡무진하더니 이제는 쿠페형 SUV까지 넘본다. 그런데 좀 설득력이 있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른다. 시승 중 겪었던 에피소드 시리즈로 이미 페이스맨의 정체를 알아버렸다. 남은 건 존재론적 당위성. 무려 일곱 번째 미니의 데뷔다. 새삼스럽지도 않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는데 미니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BMW 그룹은 페이스맨을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로 규정한다. 3도어를 갖춘 해치백과 SUV의 간극을 메우는 효자 차종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143마력 디젤 엔진에 올포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조합했다. 구성만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다. 선택의 묘미는 다양할수록 감칠맛이 우러나니 일단 환영하는 바다.

크롬을 머금은 헥사고날 그릴을 곧추세웠다. 크롬 스트림, 리어 에이프런 등 곳곳에 개성적 터치가 더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당당한 스탠스를 보이는 펜더 디자인과 멋진 지붕선. 야구캡을 뒤집어쓴 듯한 쿠페의 실루엣은 아직도 낯설지만 페이스맨의 루프 라인은 정말 예쁘다. 컨트리맨이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살짝 근육을 더한 휠 아치와 블랙 루프는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해치 도어를 한층 키웠고 동그란 라이트와 곧게 뻗은 가로형 범퍼가 힘차다.

알렉 이시고니스 박사의 철학은 거대한(?) 페이스맨의 데뷔로 사라졌을까? 그렇지 않다.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쿠페형 SUV 콘셉트에서 페이스맨은 여전히 ‘가장 작고 효율적인’ 자동차다. 합리적인 공간 배분과 뛰어난 개성은 페이스맨의 존재 가치를 빛낸다. 실용성은 덤이다. 앞좌석 등받이를 파둔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다. 팔걸이를 갖췄고 라운지 콘셉트로 개발했다는 개별 2인승 시트다. 도어 두 개를 떼어내 드나들기가 불편한 뿐이다.

혹시 모를 누군가를 태우더라도 미안해 할 이유가 없다. 머리 어깨 무릎 발 모두 넉넉하다. 뒷좌석을 접어 트렁크 공간을 330L에서 1,080L로 확장할 수 있다. 골프백 겹쳐두고 주말 라운딩을 떠나는 골퍼 커플의 이미지가 자연스럽다. 미니 특유의 인테리어는 그대로다. 처음에는 과한 디자인이 아닌가 싶지만 오히려 지금은 그리워질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나 역시 1년 남짓 미니 쿠퍼 S의 오너였기에 그 느낌을 잘 알고 있다. 컨트리맨의 개성이었던 센터 레일은 뒷문이 없어 끊어졌다. 실용성 좋은 천 시트를 갖췄지만 스타일리시 쿠페형 SUV라면 화려한 브라운 컬러를 입은 가죽 시트를 주문하는 게 좋을 뻔했다.

그리 기대하지 않았던 하만 카돈 오디오는 들을 만했다. 디밍 아웃사이드 미러는 여전히 불편하다. 운전 포지션은 미니에 비해 한층 높다. 자연스레 편안한 시야 확보와 위화감 없는 승하차가 가능하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품었지만 노면이 고르지 못한 길에서는 통통 튀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미니 고유의 감성을 절반 이상 무디게 지워놓은 모양새다. 사실 페이스맨의 뼈대는 미니가 아닌 BMW 플랫폼에서 가져왔기에 맞비교는 어불성설이다.

서스펜션 세팅은 컨트리맨보다 살짝 조인 느낌으로 X1의 묵직함과는 달리 경쾌한 모양새다. 그러면서 사륜구동 시스템의 안정적인 배분으로 동급에서 가장 빼어난 핸들링을 보인다.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의 평범한 구성이지만 감각이 무척 세련됐다. 전자제어 사륜구동 시스템은 50%의 힘을 뒷바퀴로 몰아준다. 다소 헐거운 스티어링 휠은 속도에 따라 피드백이 달라진다.

운전 재미만을 놓고 본다면 디젤 파워트레인보다는 터보차저 휘발유 엔진을 매칭한 JCW 페이스맨 버전을 들여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특유의 짜릿함은 희석됐다. 힘센 디젤 엔진은 고회전에서의 짜릿한 감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페이스맨은 도시를 배경으로 편안하고 안락하며 연비마저 거머쥔 스타일리시한 유행을 입어야 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건 미니가 아니다. ‘고 카트’가 주는 펀투 트라이브의 감성이 무뎌졌고 스티어링 휠의 직설적인 응답은 한 템포 늦춰졌으니까. 그렇지만 파워가 모자라다고 해석하면 곤란하다. 시종일관 후련하게 가속하는 두툼한 토크 감각은 정말 제대로다.

그런데 그게 또 미니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불편해서 즐거운 S 이니셜이 붙은 해치백과 로드스터, 쿠페와는 완벽하게 궤를 달리 한다. 코너에서의 롤은 예상보다 살짝 더 일어나는 편. 그러나 모든 움직임은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다. 이 부분에서 미니의 정체성을 의심했던 감정이 슬쩍 흐려졌다. 최고출력은 4,000rpm에서 뽑아내지만 토크는 1,750rpm부터 발생한다.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휘발유 터보차저 엔진보다 한층 강력하게 느껴진다. 수치는 정직하다. 시속 100km 가속 9.4초는 딱 그만큼의 아드레날린이 솟아남을 의미한다. 대신 뛰어난 연료효율성이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도 디젤 엔진의 인기는 한층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BMW코리아가 스타일리시 쿠페형 SUV에 디젤 모델을 들여온 건 다 이유가 있다. 페이스맨의 존재 가치? 혁신의 기수라기엔 어딘지 미흡하지만 완성도 측면에서는 우월하다. 시대적 흐름을 잘 짚어냈다. 그런데 페이스맨의 데뷔로 컨트리맨이 더 정감 있게 느껴지는 건 뭐란 말인가. 역시 마케팅 묘미를 아는 미니다!

글: 최민관, 사진: 김동균 기자

MINI PACEMAN SD ALL4 A/T
가격: 약 5천460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115×1786×1522mm
휠베이스: 2596mm
무게: 1335kg
엔진: 4기통, 1995cc, 디젤
최고출력: 143마력/4000rpm
최대토크: 31.1kg·m/1750~2700rpm
복합연비: na
CO₂배출량: na
변속기: 6단 자동
0→시속 100km 가속: 9.4초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코일스프링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앞,뒤 모두)205/55 R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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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벤츠 2013-05-06 16:38:25
가솔린 모델이 들어온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