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세계에서 SUV라는 장르는 일단 용도폐기는 모면했다. 아니 그 차원을 넘어서 어쩌면 메인스트림을 형성할지 모른다. 연비 좋은 디젤로 무장한 SUV든 초호화 SUV든, 스포츠 유틸리티 비클이라는 상품의 주가는 계속 상승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SUV는 말하자면 스스로의 유전자를 복제하며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해왔다. 크로스오버라고 하는 신종 세그먼트도 결국 SUV의 변형에 다름 아닌 것이다.
유채꽃이 필 무렵에 제주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쉐보레의 신차 트랙스를 만나는 길이어서인지 봄바람처럼 설레임이 불어온다.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준비된 트랙스에 올라탄다. 첫인상은 사진에서 보던 소형 SUV 콘셉트 그대로. 작지만 왜소해보이지는 않고 볼륨감이 있다. 어느새 익숙해진 보타이 엠블럼에서부터 프론트 그릴과 루프 라인 그리고 트렁크 리드로 이어지는 라인이 둥글둥글하면서도 에지가 있다. 특히 후측면 이미지가 강단이 있다.
트랙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어플리케이션이 이제 본격적으로 차에 응용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링고 내비게이션과 인터넷 라디오 어플리케이션이 바로 그것이다. 브링고 내비게이션 앱은 안드로이드 기준 1만940원을 내고 다운을 받아 사용하는데, 이후에는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폰이 지원하는 대화형 클라우스 서비스 ‘시리’와 연동되어 간단한 음성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시승차에 비치된 스마트폰(갤럭시)을 통해 브링고 내비게이션을 사용해볼 수 있었다. 초기 GPS 수신이 빠르지 않았고, 지도(SK 플래닛 맵)가 약간 단순하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문제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수납공간은 기어박스 오른쪽에 두 개의 컵홀더가 있고 앞에 이동식 재떨이 뒤에 또 컵 하나의 공간이 있다. 동반석 글러브박스 상단에 숨겨진 수납박스가 하나 더 있다. 소소한 공간들은 많지만 센터 콘솔박스가 따로 없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이 또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그리고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눈에 띈다. 자동 6단 기어는 연비를 고려한 세팅으로 보인다.
달리기를 거듭할수록 경쾌함이 살아나고 작은 배기량에 터보가 열심히 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해치백의 경쾌한 가속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달리면서 소형 SUV 임을 리마인드 할 필요가 있다. 가속 때 부밍음은 좀 크게 들리지만 터보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빠른 레인 체인지에서 약간의 롤링이 느껴지지만 곧 중심을 바로잡는다.
브레이크 페달에 대해서는 시장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 튜닝을 한다. 콘티넨탈 타이어는 하체의 움직임과 잘 매칭되어 보인다. 소형 SUV로서 트랙스가 내세우는 것은 유연성이다. 작지만 민첩하고 유연한 SUV. 6:4 폴딩 시트 등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타깃은 분명하다. 몇몇 장비는 첨단을 달리지만 재래식 장비도 혼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소형 SUV로서 트랙스는 시장 선점이라는 유리한 고지를 밟고 섰다. 과거 마티즈가 그랬던 것처럼. 중요한 것은 시장 지배력은 소비자들이 지켜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객의 요구에 얼마나 빨리 대응해야하는가 하는 점을 과거의 교훈으로부터 새겨야 할 것이다. 트랙스의 가능성은 그야말로 열려 있다.
글: 최주식, 사진: 김동균 기자
Chevrolet TRAX LTZ
가격: 2천289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245×1775×1670mm
휠베이스: 2555mm
엔진: 직렬 4기통, 1362cc, 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140마력/4900~6000rpm
최대토크: 20.4kg·m/1850~4900rpm
복합연비: 12.2km/L
CO₂ 배출량: 142g/km
변속기: 6단 자동
서스펜션(앞/뒤): 스트럿/ 토션빔 액슬
브레이크: (앞,뒤 모두)디스크
타이어: (앞,뒤 모두)205/70 R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