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트랙스, 불어라 소형 SUV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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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트랙스, 불어라 소형 SUV 바람
  • 최주식
  • 승인 2013.04.09 10: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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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의 미래에 대한 그동안의 전망은 대부분 맞지 않았다. 세기말을 거쳐 21세기의 전반기를 맹렬하게 지나가고 있는 지금까지 고유가 등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덩치 크고 기름 많이 먹는 SUV들은 곧 창고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들은 도로를 활보했고 고가의 럭셔리 SUV들이 때 아닌 전성기를 맞이했다. 람보르기니, 애스턴 마틴 같은 브랜드조차 새로운 대형 SUV를 개발하고 있는 현실이다.

자동차 세계에서 SUV라는 장르는 일단 용도폐기는 모면했다. 아니 그 차원을 넘어서 어쩌면 메인스트림을 형성할지 모른다. 연비 좋은 디젤로 무장한 SUV든 초호화 SUV든, 스포츠 유틸리티 비클이라는 상품의 주가는 계속 상승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SUV는 말하자면 스스로의 유전자를 복제하며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해왔다. 크로스오버라고 하는 신종 세그먼트도 결국 SUV의 변형에 다름 아닌 것이다.

눈치 빠른 메이커들이 주목한 것이 바로 소형 SUV다. SUV의 선호도가 입증된 시장에서 진입 장벽을 낮추면 당연히 구매자들이 줄을 서지 않을까. 유럽에서 소형 SUV의 붐은 이미 시작되었다. 쉐보레 트랙스는 한국에서 개발을 주도했지만 미국과 유럽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나왔다. 국내에서는 아직 경쟁자가 없지만 유럽에서 인기 있는 닛산 쥬크, 슈코다 예티 등이 세계시장에서의 라이벌이다.

유채꽃이 필 무렵에 제주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쉐보레의 신차 트랙스를 만나는 길이어서인지 봄바람처럼 설레임이 불어온다.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준비된 트랙스에 올라탄다. 첫인상은 사진에서 보던 소형 SUV 콘셉트 그대로. 작지만 왜소해보이지는 않고 볼륨감이 있다. 어느새 익숙해진 보타이 엠블럼에서부터 프론트 그릴과 루프 라인 그리고 트렁크 리드로 이어지는 라인이 둥글둥글하면서도 에지가 있다. 특히 후측면 이미지가 강단이 있다.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서는데 SUV 특유의 높게 앉는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시트 포지션은 세단과 일반 SUV의 중간 정도. 공간이 주는 느낌도 준중형 세단 정도이고, 앞뒤 시야는 넓은 편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계기판은 모터사이클을 모티브로 했다는 스파크의 것을 발전시킨 형태다. rpm 게이지만 원형이고 속도는 디지털로 표시된다. 젊은 취향이라고 하는데, 내게는 마음에 드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픽이 좀 그렇다.

트랙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어플리케이션이 이제 본격적으로 차에 응용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링고 내비게이션과 인터넷 라디오 어플리케이션이 바로 그것이다. 브링고 내비게이션 앱은 안드로이드 기준 1만940원을 내고 다운을 받아 사용하는데, 이후에는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폰이 지원하는 대화형 클라우스 서비스 ‘시리’와 연동되어 간단한 음성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시승차에 비치된 스마트폰(갤럭시)을 통해 브링고 내비게이션을 사용해볼 수 있었다. 초기 GPS 수신이 빠르지 않았고, 지도(SK 플래닛 맵)가 약간 단순하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문제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 스마트폰을 다른 데 두고 차에 오르면 내비게이션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내비게이션은 이처럼 첨단인데, 그 아래 에어컨 공조장치는 풀오토가 아닌 수동식이다. 뭔가 언밸런스한 느낌. 이것은 아날로그식이어서 좋다고 해야 할까. 한국지엠 총괄 엔지니어인 호야킨 누노 웰란에 따르면 “트랙스의 강점과 가격을 고려해서, 젊은 층은 브링고와 같은 내비게이션을 필수로 생각하지만 풀오토 에어컨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고 내린 전략적 결정”이었다며 “글로벌 아키텍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 반응에 따라 풀오토는 즉각적인 도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트림별로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

수납공간은 기어박스 오른쪽에 두 개의 컵홀더가 있고 앞에 이동식 재떨이 뒤에 또 컵 하나의 공간이 있다. 동반석 글러브박스 상단에 숨겨진 수납박스가 하나 더 있다. 소소한 공간들은 많지만 센터 콘솔박스가 따로 없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이 또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그리고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눈에 띈다. 자동 6단 기어는 연비를 고려한 세팅으로 보인다.

시속 100km 넘어서 110~120km를 향하면 순간 rpm은 6,000 정도로 급격하게 솟아오른다. 하지만 100km 정도로 순항하면 2,000 정도로 뚝 떨어진다. 속도를 낮추면 rpm은 물론 더 낮게 떨어진다. 전반적으로 가속할 때는 높게 올라가지만 순항 모드로 들어가면 낮게 유지하려는 특성을 보여준다.

달리기를 거듭할수록 경쾌함이 살아나고 작은 배기량에 터보가 열심히 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해치백의 경쾌한 가속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달리면서 소형 SUV 임을 리마인드 할 필요가 있다. 가속 때 부밍음은 좀 크게 들리지만 터보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빠른 레인 체인지에서 약간의 롤링이 느껴지지만 곧 중심을 바로잡는다.

전반적으로 하체는 단단한 방향으로 세팅했다. 그렇다고 포드처럼 핸들링에 치중한 세팅도 아니다. 승차감과 균형을 맞추려 하다 보니 어느 쪽에도 뚜렷한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브레이크는 반응이 즉각적인 타입은 아니다. 평소에는 부드럽게 반응하지만 비상시 급제동을 할 경우에는 유압제동 어시스트가 작동해 빠른 제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브레이크 페달에 대해서는 시장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 튜닝을 한다. 콘티넨탈 타이어는 하체의 움직임과 잘 매칭되어 보인다. 소형 SUV로서 트랙스가 내세우는 것은 유연성이다. 작지만 민첩하고 유연한 SUV. 6:4 폴딩 시트 등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타깃은 분명하다. 몇몇 장비는 첨단을 달리지만 재래식 장비도 혼용되고 있다.

그런 만큼 트림을 좀 더 다양화할 수 있지 않을까? 기본형 트림에 대해 가격을 확실히 낮추고, 고급 트림에 대해 그만한 가격대를 매기면 선택폭을 좀 더 넓힐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1.6~1.7L급의 디젤 모델을 기다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유럽 자동차계의 경량화 추세는 최근 소형 SUV로 옮겨가고 있다. 머지않아 세계적인 흐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소형 SUV로서 트랙스는 시장 선점이라는 유리한 고지를 밟고 섰다. 과거 마티즈가 그랬던 것처럼. 중요한 것은 시장 지배력은 소비자들이 지켜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객의 요구에 얼마나 빨리 대응해야하는가 하는 점을 과거의 교훈으로부터 새겨야 할 것이다. 트랙스의 가능성은 그야말로 열려 있다.

글: 최주식, 사진: 김동균 기자

Chevrolet TRAX LTZ
가격: 2천289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245×1775×1670mm
휠베이스: 2555mm
엔진: 직렬 4기통, 1362cc, 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140마력/4900~6000rpm
최대토크: 20.4kg·m/1850~4900rpm
복합연비: 12.2km/L
CO₂ 배출량: 142g/km
변속기: 6단 자동
서스펜션(앞/뒤): 스트럿/ 토션빔 액슬
브레이크: (앞,뒤 모두)디스크 
타이어: (앞,뒤 모두)205/70 R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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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de 2013-05-10 12:29:08
요즘대세라는 소형suv~ 벗, 작은차치곤 비싼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