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카이엔 S 디젤, 지금 가장 핫한 카이엔의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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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카이엔 S 디젤, 지금 가장 핫한 카이엔의 레시피
  • 최주식
  • 승인 2013.03.25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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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장소의 몫이라면 추억은 사람의 몫이 아닐까. 사람이라는 대상은 가끔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도 하는데, 나의 경우 그것은 대부분 자동차가 된다.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만났던 포르쉐 카이엔 S 디젤을 2월의 서울에서 다시 만나는 감회는 그러한 기억과 추억이 교차하는 경험이 되었다.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비단 느낌뿐일까. 오늘 여기서 만나는 카이엔 S 디젤이 어떤 느낌을 줄지 궁금한 이유다.

여러 타입의 카이엔을 만날 때마다 같지만 다른 특성을 발견한다. 어쩌면 촉수를 세우고 발견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여러 명의 여자를 동시에 만날 때처럼… 그러면 카이엔은 도대체 몇 가지 모델이 있는 걸까. 이참에 한번 짚어보자면 기본 모델이 V6 300마력의 여자 1호. 여자 2호는 V6 245마력 디젤, 여자 3호가 V8 400마력의 카이엔 S다. 중성의 매력을 지닌 4호는 380마력의 하이브리드 S. 여자 5호는 V8 420마력의 GTS. 그리고 마지막 6호가 V8 500마력의 터보다.

그런데 여자 6호가 마지막이 아니었으니 카이엔촌에 여자 7호 V8 382마력의 S 디젤과 여자 8호 V8 550마력의 터보 S가 새로 입성한 것이다. 어쨌든 오늘 탐색할 데이트 상대는 여자 7호. 포르쉐 최초의 디젤 8기통 엔진을 얹은 모델이다. 옷맵시는 거기서 거기지만 V8 4.2L 바이터보 382마력 디젤 엔진은 0→시속 100km 가속 5.7초에 최고시속 252km라는 깐깐한 ‘스펙’을 자랑한다. 게다가 요즘 대세인 디젤을 무기로 연비 10.0km/L라는 실탄까지 갖추어 최고 잘나가는 인기녀임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이 핫걸과 함께 어디로 갈까. 안개 속의 데이트, 그라츠에서의 추억은 아스라이 서해로 이어진다. 풍경을 크게 담는다는 것은 이 덩치 큰 SUV의 특징이겠지만 911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달리기는 독보적인 스포츠 SUV의 영역. GTS와 터보를 통해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면 이 S 디젤은 어느 정도 성능을 만족시키면서 실용영역으로 범위를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요즘은 아무리 버튼식 스타트키가 유행이라지만 왼손으로 돌려 넣는 시동키는 포르쉐의 전통 그대로. 실내에서 디젤음은 그다지 들려오지 않는다.

추운 날씨에 히터 온도를 높인 탓인지 송풍구에서 나는 바람소리만이 실내를 가득 울린다. 윤택한 토크가 빠른 가속을 이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한 스톱-스타트 시스템은 위화감 없이 부드럽게 전환된다. 덩치를 생각하면 멈춤과 출발의 순환이 그 어떤 세단보다 부드러운 느낌이다. 자동 8단으로 시속 100km를 달릴 때 rpm은 1,400에 머문다. 시속 120km에서는 1,620rpm, 140km에서는 1,900rpm을 나타낸다. 웬만한 고속도로 달리기는 대개 2,000rpm 아래에서 소화한다는 얘기다. 좋은 연비를 얻을 수 있는 이유다.

시프트 패들이 붙어 있는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균형 잡힌 조타 감각으로 정확한 핸들링을 이끈다. 하체와 노면과의 친밀도를 판단하게 하는 접지력은 코너링에서도 끈끈한 유대감을 과시한다. 4WD 시스템 포르쉐 구동력 제어장치(PTM)는 뒷바퀴굴림의 정교한 핸들링을 바탕으로 주행상황에 따라 앞바퀴굴림을 탄력적으로 이용해 접지력과 안정성을 높인다. 그리고 구동방식과 하체의 높낮이 조절은 기어레버 사이드 버튼을 눌러 간단히 작동시킬 수 있다.

시프트 패들을 이용한 변속도 괜찮지만 플로어의 자동 8단 팁트로닉은 고유의 손맛이 있어 더 좋다. 그리고 대개의 8단 팁트로닉 S 변속기는 6단에서 최고속도가 가능하지만 카이엔 S 디젤은 8단에서만 가능하게 세팅되었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스포트 모드로 옮기면 곧 박력 모드로 변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시프트업 포인트가 고회전역으로 옮겨가면서 배기음의 음향도 한층 스포티해진다. 가속의 질감이 거칠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운전자의 의도를 존중하는 자세를 잃지 않는다.

서해의 바람은 차가웠고 바다에 나가지 않은 빈 배들이 햇볕을 쬐고 있었다. 어쩐지 쓸쓸한 풍경은 그라츠와 서해가 다르지 않았다. 다시 운전석에 앉는 순간 그 쓸쓸함이 사라져버린 것도 공통점이 아닐까. 다음날은 북쪽으로 파주에 갔다. 때마침 올겨울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자연스레 네바퀴굴림의 진가를 확인한다. 갑자기 눈이 쌓인 도로는 앞차가 길을 낸 곳으로만 차들이 달렸다. 아무도 가지 않은 한 개의 차선은 그대로 눈이 쌓여갔다. 카이엔이 그 길을 외면할 리는 없다. 정체가 심해져가는 도로에서 카이엔은 저 홀로 눈길을 헤치면서 세차게 달려 나갔다. 사이드 미러 속으로 몇 대의 차들이 따르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레시피란 요컨대 삶의 방식이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가치기준과도 같은 것이다. ‘무언가를 버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라고 하루키는 말했다. 어떤 요리를 할 때 유용한 이 말은 자동차를 만들 때도 똑같은 기준이 성립된다. 무엇인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 아닐까. 거기에는 버려야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음을. 언제부턴가 자동차의 다양성을 보지 않고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아무튼 포르쉐는 카이엔 S 디젤을 통해 요즘 가장 핫한 레시피를 만들었고 그 맛 또한 일품임을 입증했다. 포르쉐야말로 우리 시대 최고의 셰프라는 데 한 표를 던진다.

글: 최주식, 사진: 김동균 기자

Porsche Cayenne S Diesel

가격: 1억870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846×1939×1705mm
휠베이스: 2895mm
엔진: V8, 4134cc
최고출력: 382마력/3750rpm
최대토크: 86.7kg·m/2000~2750rpm
0→시속 100km 가속: 5.7초
복합연비: 10.0km/L
CO2 배출량: 203g/km
변속기: 자동 8단(팁트로닉 S)
서스펜션(앞/뒤): 더블 위시본/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 (앞,뒤 모두) 255/55 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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