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브랜드를 어떻게 시작하나?
상태바
새로운 브랜드를 어떻게 시작하나?
  • 마크 티쇼
  • 승인 2013.03.13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유럽에서는 대중차 메이커들이 심각한 재정‧판매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와는 달리 가치‧프리미엄 메이커들은 일찍이 보지 못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듯하다. 고객들은 중급시장에서 빠져나와 같은 값으로도 전통적인 중심 브랜드보다 더 큰 혜택을 받으려 한다. 푸조와 시트로엥을 누른 현대와 기아의 경우가 그 본보기다. 다시 그 대안으로 아우디‧BMW‧메르세데스를 선택하여 위신을 세우려 한다. 이들 프레스티지 메이커는 중급시장 메이커보다 SUV와 축소형 모델(가령 BMW X1과 아우디 A1) 성장에 훨씬 잽싸게 대응하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중급시장의 판매량, 나아가 구매 습관과 시장 전통을 바꾸고 있다. 따라서 유럽에서 경제형 또는 프리미엄 브랜드에 착수하기 좋은 때다. 다치아와 인피니티는 바로 그런 일을 하고 있다. 둘 다 방대한 르노-닛산 동맹의 일원이다. 한데 그들은 아주 다른 사업 모델과 성장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세계 사업의 일부로 유럽에서 성공하겠다는 목표는 공통적이다. 인피니티는 20년 이상 활동한 미국에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09년 유럽에 진출한 이후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가 4기통 엔진이 없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4기통은 미국에서 불필요했지만, 유럽에서는 시장 판도를 흔드는 핵심 무기다.

그룹 총수 카를로스 곤은 인피니티가 유럽에 뿌리내리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최근 전직 미국 아우디 총책 요한 데 니셴에게 확장사업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데 니셴은 19년간 아우디에서 일했고, 그때 아우디는 거의 몰라보게 달라졌다. 따라서 럭셔리 브랜드 건설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표면상 경제형 다치아를 이끌어가기는 훨씬 간단해 보인다. 1999년 르노가 루마니아 메이커 다치아를 인수한 이후 거둔 고속성장에 비춰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다치아는 이미 신흥시장을 파고들었다.

게다가 2004년 로간을 앞세우고 서유럽에 뛰어들었다. 그 이후 기존의 중급시장 브랜드의 판매량을 훔쳐왔다. 현재 다치아는 5천995파운드(약 1천60만원) 산데로와 8천995파운드(약 1천590만원) 더스터 SUV를 앞세워 영국 상륙 준비를 마쳤다. 상반되는 2개 브랜드를 데뷔시켜 지극히 다른 2개 차급을 돌파한다. 여기에 다이차와 인피니티의 공격 전략이 있다.

경제형 브랜드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정교하고 복잡한 차를 만드는 것이 값싸고 단순한 패밀리카보다 훨씬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브랜드 이사 라파엘 트레거는 다치아의 비용절감 노력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강조했다. 따라서 폭스바겐을 비롯한 잠재적 라이벌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다치아는 계속해서 관대하고, 단순하고, 신뢰성이 높고 스마트한 차를 만들고 있다. 그중에도 관대하게 가격대를 잡는 일은 무척 어렵다. 다치아는 실제로 경쟁하는 차급보다 한 단계 값을 낮췄다. 이 목표를 달성하고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빼어난 비용절감 기술과 기강이 있어야 한다. 한데 르노는 성공했다.

고속 성장하는 다양한 모델
다치아는 다양하게 고속 성장하는 모델을 내놓고 있다. 르노의 저가차 야망에 불을 댕긴 장본인은 선대 CEO 루이 슈바이처였다. 그는 러시아를 방문해 구닥다리지만 값싼 라다의 인기를 목격했다. 그 뒤 나온 첫 모델이 로간이었다. 산데로 해치백, 산데로 스텝웨이, 로간 MCV(Multi Convivial Vehicle=다목적 공용차), 로건 픽업과 밴, 더스터 크로스오버, 로지 MPV와 도커 밴이 뒤따랐다. 한데 이들 모두를 똑같은 B-제로 플랫폼에 얹었고, 거의 같은 엔진 라인업을 마련했다. 따라서 방대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값을 낮췄다. “로간에 적용한 개발법은 지금도 살아있다” 트레거의 말. “모든 단계를 조심스레 감시했다” 산데로와 더스터에 똑같은 유리를 사용했고, 공장에서 맞춰주는 선택사양을 제한했다. 게다가 할인제를 없애 이익을 키웠다.

확장계획
여기서 다시 한 번 영리한 전략을 구사했다. 모든 다치아가 다치아로 나가지 않는다. 유럽 밖에서는 대다수가 르노 배지를 달고 있다. 그뿐 아니라 닛산, 라다, 마힌드라, 르노 톤다르와 미국시장용 EMC 전기 버전으로 이미 나왔거나 나온다. 게다가 임금이 싼 루마니아(다치아가 창업한 나라), 브라질, 러시아, 인도, 모로코, 콜롬비아, 이란과 남아프리카에서 만든다. 지난 2년간 다치아 브랜드는 약 35만대를 팔았다. 한데 브랜드 배지를 바꿔 단 숫자를 합치면 81만4천대로 뛰어오른다. 2014년 더스터만으로 37만대를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트레거는 다치아와 저가 라인업에 대해 거창한 야심을 품지 않았다. 그 대신 시장 수요가 크고 새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지역에서 점진적인 확장을 노리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어떤 것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프리미엄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고 그에 따라 값을 매기는 일은 대단히 벅찬 과제다. 특히 자동차 메이커이면서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와 렉서스를 주적으로 할 때 그럴 수밖에 없다. 2009년 서유럽에 진출한 인피니티의 판매량이 그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신임 인피니티 사장 요한 데 니셴에 따르면 일관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인식을 높이는 게 가장 절박한 과제다. “앞으로 브랜드 내부의 투자를 대상에 따라 차등을 두기로 했다. 아우디도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피니티는 최근 폭넓은 공세를 펴고 있다. 한층 많은 고성능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동시에 계속해서 레드불 F1팀을 지원하고 현 챔피언 세바스찬 베텔과 강력한 유대를 맺고 있다.

다양한 모델
데 니셴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인피니티는 현행 라인업으로 시장의 60%밖에 커버하지 못한다. 아직 4기통 파워트레인이 없다” 라인업의 가솔린과 디젤 엔진에 모두 파워트레인의 구멍이 펑 뚫려 있다. 때문에 현시점에서 성장이 억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3시리즈의 라이벌 G-시리즈 후계차가 내년에 나오면 이 틈을 메울 수 있다. 아울러 인피니티는 번창하는 A3/1-시리즈와 A클래스 부문에 뛰어들 계획이다. 다임러와의 협력으로 A클래스를 바탕으로 한 신형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대형 FX 크로스오버 SUV(오른쪽)로 성공을 거뒀다. 개성 있는 스타일이 고객을 끌어 인피니티 최대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굳혔다. 데 니셴은 또 다른 FX형 성공작을 개발하여 시장의 ‘백색공간’을 한층 더 파고들 작정이다.

확장계획
인피니티는 중기 판매목표를 50만대로 잡고 있다.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중국과 같은 대형 신흥시장에서 성공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좀 더 강력한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이 대량판매의 중심시장이다. 한데 유럽은 프리미엄카의 본고장이다. 우리 사업을 다양화하기 위해 여기서 성공을 거둬야 한다” 데 니셴의 말이다. 데 니셴이 15년에 걸쳐 수행할 사명은 분명하다. “우리는 세계시장에서 존재를 확인하고, 현지 생산시설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1급’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아야 한다. 뛰어난 라인업, 마케팅 기법과 브랜드 인식을 갖춘 선명한 브랜드라야만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데 니셴의 결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