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들에게 밀라노를 구경시키는 남자의 얼굴은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으로 빛나고 있다. 자, 이제 며칠 내로 이 멋지고 품위 있는 세련된 도시 밀라노가 나의 일터가 될 것이다! 기분이 한껏 들떠있는 알베르토는 하지만 밀라노에는 자신 대신 다른 사람이 가게 될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우대하는 우체국 정책 때문이란다. 안 돼. 내가 거기 가야 한다고. 그래서 알베트로는 아주 순진하고 얄팍한 잔꾀를 쓰기로 한다. 다리와 몸이 불편한 장애인으로 가장해 심사관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것.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 탄로가 나고 알베르토는 먼먼 남쪽, 로마를 지나 나폴리보다도 더 아래에 있는 시골마을 지점으로 발령받는다. 남쪽 오지마을 사람들은 게으르고 난폭하고 도둑도 많고 지저분하다는데… 남쪽 마을로 차를 타고 떠나는 알베르토의 눈에는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난감하다. 알베르토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우리들도 함께 난감해진다. 험난한 시골생활을 그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슬며시 걱정도 된다. 그런데 조금씩 조금씩 이 마을 사람들의 실체와 접하게 되면서 알베르토의 마음이 유쾌해지기 시작하고 따뜻한 남쪽 마을의 생활이 알베르토를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참, 유쾌한 영화다. 슬랩스틱도 아니고 크게 웃길 것 같지 않은 단순한 영화인데 보고 있으면 슬슬 미소가 지어지고 알베르토와 함께 나의 마음이 변화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개운해진다. 푹 단잠을 자고 난 후의 상쾌함이랄까. 영화 <웰컴 투 사우스>는 그런 힘을 가진 영화다. 참, 순진한 영화다. 거칠어지고 딱딱해진 우리의 마음을 이렇게 쉽게 무장 해제시키는 건 영화의 힘, 순진함이다. 커다란 사건도 없고 심각한 대립 뒤에 찾아오는 갈등도 없다.
글: 신지혜(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