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뉴 어코드, K7, 에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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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뉴 어코드, K7, 에쿠스
  • 아이오토카
  • 승인 2013.03.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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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뉴 어코드
새로운 어코드가 발표됐다. 2009년에 YF쏘나타가 나왔을 때 YF의 디자인에 충격을 받고 이미 완성돼 있던 어코드의 디자인을 완전히 갈아엎었다는 소문이 들렸던 그 어코드가 등장한 것이다. 사실 YF 쏘나타의 디자인은 혁신적이었다. 대중성을 지향하는 양산 브랜드 현대자동차가 스포티함의 극을 달리는 콘셉트로 개발한 YF 쏘나타의 디자인은 놀랍게도 다른 메이커들의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준 것만은 분명했다.

그 충격을 받고 개발된 것으로 보이는 신형 어코드는 많은 부분에서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펜더로 이어지는 강한 캐릭터 라인이 그렇고, 도어 아래쪽의 곡선적인 로커패널 라인이 그렇다. 테일 램프도 이전 어코드의 정적인 디자인에서 곡선적인 디자인으로 바꾸었다. 헤드램프에도 LED를 넣고 핀이 굵은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을 다는 등 많은 변화를 시도한 것 같다. 그런데 후드의 디자인은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A 필러에서 내려온 캐릭터 라인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올라온 다른 캐릭터 라인이 후드 끝까지 달려간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후드로 이어진 부분만 본다면 1992년에 나왔던 쏘나타II의 이미지가 스쳐지나간다. 사실 차체 형태만으로는 이렇다 할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들이 조금씩 결합되어 있는 인상이 자꾸만 들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사실 이런 느낌은 우리들이 느끼는 착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의 차들은 당연히 벤치마킹의 대상이었고, 우리나라 메이커들은 그 수준을 따라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 메이커들의 디자인 창의성이나 그것을 구현하는 물리적인 품질은 일본 메이커들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결국은 품질의 문제보다는 디자인 감각의 문제가 더 우리에게 다가오는 건지도 모른다. 신형 어코드의 전반적인 느낌은 앞서가는 것보다는 현실에서 가장 무난하고 실용적으로 탈 수 있는 중형 승용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어코드의 주요 구매 계층인 중산층을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국내시장에서의 어코드는 한 급 위인 그랜저나 K7과 경쟁해야 하니, 상대적으로 감흥이 덜한 차처럼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기아 K7 페이스 리프트
페이스리프트된 새로운 K7은 기아 디자인 아이덴티티의 통일성을 추구한 성격이 짙다. 모든 페이스리프트 모델들의 숙명이 그러하겠지만, 기존의 모델이 가진 한계나 혹은 시대에 뒤진(?) 것들을 보완하는 역할이 바로 페이스리프트 차들의 임무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기한 것은 요즈음의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2~3년만 지나도 시대에 뒤졌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전의 K7에 비해 크게 변화된 앞모습이다.

이전 K7의 앞모습은 마치 V자 형태로 보이도록 모아진 라디에이터 그릴에 기아 특유의 ‘호랑이코(Tiger Nose)’ 그릴이 적용된 모습이었는데, 새로운 K7은 ‘최신형 호랑이코’를 가진 모습이다. 최신형 호랑이코는 이전의 것이 전체 윤곽은 거의 변하지 않으면서 중앙부에서만 굵기나 높이가 변화되는 형태의 것, 말하자면 쏘울이나 K5 등에 적용되던 것이었는데 새로운 것은 전체적인 윤곽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전의 것이 조금 소극적인 형태의 것이었다면, 지금의 것은 보다 적극적이고 확연히 구분되는 이미지를 가진 것이다.

이러한 ‘강한 인상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유럽 전용 모델인 시드(Ceed)부터 적용되기 시작해서, 국내에는 K9, K3 등에 이어 이번에 페이스리프트된 K7에까지 적용되기에 이른 것이다. 기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차종 등급에 상관없이 통일된 이미지를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페이스리프트된 K7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살리기 위해 이전의 모델보다 더 정리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앞모습에서는 차 등급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유럽 전용 씨드나 다른 최신의 K시리즈 모델들은 디자인의 세련도로 봐서는 차급 구분이 어렵다. 새로운 기아의 호랑이코 그릴은 그런 구분이 아직 와 닿지 않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세련됐다고 해도 그 디자인이 어디서 본 듯하다면, 그 가치는 퇴색되고 말 것이다. 사실 페이스리프트된 K7의 테일램프를 보고 필자는 필자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테일램프의 디자인이 아우디 차들과 어딘가 비슷해보였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본다면 K7 전체적인 디자인의 완성도나 세련도는 높아졌지만, 같은 K 시리즈 안에서 차 등급의 구분을 좀 더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디자인의 기아’라는 이미지를 잘 살려왔지만, 너무 획일적인 통일성을 지향하기보다는 각 모델 별 디자인적 개성도 살리기를 기대해본다.

현대 에쿠스 페이스 리프트
에쿠스가 2009년 등장 이후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왔다. 명실 공히 국내 최고급을 지향하는 에쿠스는 미국에서의 판매도 의외(?)로 나쁘지 않다고 한다. 페이스리프트된 에쿠스는 휠과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테일램프 등을 바꾸고 실내에서는 우드 패널에 변화를 주었다. 헤드램프는 LED를 풍부하게 써서 조금은 현란한 느낌이다. 사실 에쿠스는 판매의 대부분이 개인 소비자보다는 법인 판매이기 때문에, 화려하고 비싸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기름도 법인카드로 넣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기름 값을 신경 쓸 일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일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연비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CEO의 차가 되기 위한 덕목(?)은 바로 그 지위를 나타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의 위상에 걸맞은 이미지를 가진 것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C 필러의 삼각형 유리창 같은 것이 중요한 이미지 요소이다. 에쿠스와 거의 동급으로 개발된 기아의 K9가 에쿠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전하는 이유는 어쩌면 뒷좌석 중심의 차라는 이미지가 부족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에쿠스는 누가 봐도 운전기사를 두고 타는 차로 보이지만, K9는 오너가 직접 모는 차처럼 보인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C 필러의 디자인이다.

C 필러가 굵거나 삼각형 유리창이 별도로 붙어 있으면 뒷좌석 중심의 차처럼 보인다. 하지만 K9는 C 필러가 가늘고 별도의 삼각 유리창이 없어서 완벽한 오너용 세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BMW 7시리즈나 벤츠 S 클래스도 그런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더 크게 작용한다. 아무튼 에쿠스는 국산 대형 승용차에서는 가장 크고 화려하다는 이미지를 세우는데 성공했고, 페이스리프트된 모델 역시 그런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휠의 블랙 크롬 적용은 조금은 오너 지향적인 면도 보여준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에쿠스 라디에이터 그릴이 크롬의 질감을 조금은 많이 강조한 인상이 있었는데,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는 톤을 조금 누그러뜨려서 전반적으로 정돈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실내에서는 국내 최초로 리얼 우드 처리를 한 패널을 쓴다는 것으로 나무의 질감을 크게 강조한 디자인에서 조금은 톤을 낮추고 금속 부품을 덧댄 디자인으로 바꾸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디자인 변화만을 본다면 페이스리프트이기보다는 거의 풀 체인지에 가까울 정도의 변화이다.

그런데 실제 판매되는 모든 에쿠스에 동일하게 적용될지는 모르겠지만, 공개된 차에 사용된 밝은 베이지색의 가죽 시트와 짙은 청색으로 처리된 파이핑 라인은 국산 고급 승용차에서는 꽤 과감한 색채 매치이다. 사실 국내 소비자들은 오염을 염려해서 실내에서 밝은 색채 사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에쿠스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는 오염이 될 가능성이 있는 부위는 어두운 색으로 처리하고 시트 부분만 밝은 색으로 처리했다. 고급 승용차에서 밝은 색채가 국내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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