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페프겐은 벤틀리를 위해 무엇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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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페프겐은 벤틀리를 위해 무엇을 했나?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5.0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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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부가티 총책에서 물러나는 프란츠-요제프 패프겐의 재임기간을 되돌아봤다

자동차계 최고경영자는 으레 요란스럽다. 대다수가 앞장서 이끌어가는 게 자기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매스컴을 통해 자신의 매력 있는 모습을 널리 알리려 무척 공을 들인다.

그중 극소수만이 겸손하게 조용히 업적을 이뤄 폭넓은 지지를 얻으려 한다. 바로 그런 인물 중 하나가 프란츠-요제프 페프겐. 벤틀리․부가티 정상에서 물러나는 페겐은 기술자로 자동차계 생활 40년을 시작했다. 그 뒤 경영의 정상에 올라 지금에 이르기까지 기술자의 분석적 시각과 과장 없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어쨌든 페프겐이 없었다면 벤틀리는 르망 24시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었을 터이다. 혹은 컨티넨털 라인업을 지금처럼 감명 깊은 성공작으로 길러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없었다면 분명히 벤틀리 뮐산도 태어나지 않았다. 뮐산은 불경기에도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부가티에 페프겐이 없었다면 장래가 촉망되던 베이론이 결코 실제로 양산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부가티에 취임했을 때 벤틀리와는 사정이 아주 달랐다” 페프겐의 설명. “영국 크루의 벤틀리 본사에 도착했을 때 내가 할 일은 분명했다. 브랜드, 제품, 공장과 모든 운영문제가 모두 내 몫이었다. 페프겐은 기술이사 울리히 아이히호른(과거에 폭스바겐의 거대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를 비롯해 탄탄한 보좌진이 있었다. 이들이 핵심적인 컨티넨털 라인업을 가다듬어 세상에 내놨다. 원래 계획에는 없던 컨버터블을 추가했고, 다음으로 뮐산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10~20년 뒤 벤틀리가 어떠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췄다”

“프랑스 몰스하임의 부가티에서는 차와 공장이 이미 완성돼 있었다.” 페프겐의 말.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리가 시간을 들여 문제점을 분석한 결과 8개 핵심 과제가 드러났다. 그 뒤 문제분야의 경험이 있는 폭스바겐 그룹 내 개인 또는 소집단을 찾아내야 했다. 고도의 유압역학과 공기역학이 그중 두 분야였다. 내가 그 책임을 졌다. 한데 부가티에서는 제품에 대한 나 자신의 공헌을 인정받을 수도 없다. 나는 미미한 조수에 불과했다”

최근에 이룩한 가장 의미 있는 업적은 뮐산 럭셔리 기함을 완성했다는 것. 그에 따르면 그룹 차원의 계획에 들어있지도 않았던 차였다. “2002년 벤틀리에 도착하자 컨티넨털 라인업보다 큰 차를 만들 계획이 전혀 없었다. 나는 한평생 대형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를 찬양했다. 때문에 실망이 컸다. 나는 그런 차가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알고 보니 경영진의 상당수가 그 방안에 찬성했다. 다만 이익이 나는 한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하지 않는 세력은 있게 마련이었다”

벤틀리 팀은 머리를 짜고 계획을 세웠다. 이런 계획을 세우는 사이 2007년 ‘한정된 프로그램을 추진할 작은 창문’이 열렸다. 그때 벤틀리 생산량은 한 해 1만대를 넘어섰다. 각종 조사결과 경제적으로 추진되는 신차 프로그램은 기존 아르나즈의 메이저 체인지보다 비용이 약 20% 적게 든다는 결론이 나왔다.

작업이 시작되어 신속하게 진행됐다. 그리고 불황의 절정기에 시장에 나왔다. 폭스바겐 고위층은 이따금 예산을 절약하라고 했을 뿐 작업을 중단하라는 말은 없었다. 페프겐은 그 차에 사활을 걸고 있었고, 현대의 클래식 벤트리를 정확하게 구현한 차였다. 심지어 그는 개발예산을 ‘20% 이상’ 초과 배정한 뒤 다른 데서 절약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분리된 데시보드 톱롤, 고전적인 목제 데시보드와 아름답게 뒤틀린 금속 조절장치를 가장 뛰어난 특징으로 꼽는다. “이 차는 현대적인 모든 특징과 능력을 갖췄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진정한 벤틀리다”

페프겐은 역사의식이 투철하지만, 기술자로서 그의 눈은 언제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그에 따르면 미래의 차는 훨씬 큰 효율을 요구한다. 머지않아 모든 벤틀리는 에탄올이 듬뿍 들어간 E85 연료(에탄올 혼합률 85%)를 쓸 수 있다. 만일 E85를 윤리적으로 생산한다면 화석연료 수요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어쨌든 고객과 정부가 다 같이 훨씬 많은 E85를 요구하고 있다. 페프겐은 그들에게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지만 규제는 줄이라고 강조한다.

“기술자인 우리는 도전을 받아야 하고, 그런 다음 그 목표에 도달할 자유를 누려야 한다. 도중에 우리가 발명해낸 수단을 활용해야 할 경우도 있다. 특히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설계하려면 적어도 15년이 걸린다. 그런데 국회는 4년 또는 5년마다 선거를 치러야 한다. 따라서 우리를 지지해주고 멀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정치가들이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크고 값비싼 차 시장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라고 믿는다. 성공한 사람들은 요트와 저택과 럭셔리카에 돈을 쓰고 싶어 하고, 이런 성향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한데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새 시대에 맞춰 차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로 이미 무한한 변화를 이룩했다. 하지만 차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와 모든 사회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특별한 용도에는 특별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가령 연료전지는 가정의 지하실에서 전기를 만드는 데는 완벽하다. 하지만 차에 싣고 돌아다닌다면 효율이 훨씬 떨어진다. 소비자들은 그런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규정을 만들고 집행하는 정치가들이 깨달아야 한다.”

스스로 영국에 우호적이라는 페프겐은 폭스바겐 그룹의 자문역을 계속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아울러 영국정부의 자문기관인 자동차평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벤틀리의 후임자가 할 일을 가로채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후임자는 전직 포르쉐 기술총책 볼프강 뒤르하이머. 페프겐은 격한 어조로 말했다.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충고를 하는 것보다 한심한 일은 없다”

글 · 스티브 크로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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