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 시승 : 스바루 포레스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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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텀 시승 : 스바루 포레스터 2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5.0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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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자연을 향하는 SUV

모처럼 강변에 차를 세우고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본다. 강의 수면 위는 수천 마리 물고기 떼의 은비늘처럼 반짝거린다. 강 너머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흐르고 그 너머 산등성이의 유려한 선들이 하늘과 지상을 구분짓는다. 그 사이로 삐죽삐죽 솟은 아파트들이 도심과 외곽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3월이지만 아직 쌀쌀한 아침, 눈이 부시다.

이렇게 나와서 문득 드는 생각은 자동차의 매력이라는 것이 잠시 가까운 곳이라도 훌쩍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지금보다 세상이 좀 덜 바쁘게 돌아가던 시절에는 분명 그러한 여유가 있었다. 오래된 클래식카들을 보면 뒤 트렁크에 피크닉 가방을 실은, 아예 그러한 모양으로 제작한 코치빌더의 작품들이 많았다. 얼마나 낭만적인가. 우리에게 그런 낭만의 시대는 없었지만 자꾸 자연으로만도망치듯 달려가던 시절은 있었다.

이른바 레크리에이션 붐은 4WD를 거쳐 SUV의 물결로 이어졌다. 여기까지 포레스터와 함께 달려왔다. 과거 피크닉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살린 모델이 바로 포레스터와 같은 SUV가 아닐까.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서 아무리 험한 도로라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거친 도로가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포레스터와 같은 차를 만나면 마음은 왠지 그런 시절로 달려간다. 이번 주말에는 아니면 휴가 때, 어디를 가야지 하는 기대감, 또는 설레임 같은 것. 어떤 자동차의 존재는 그런 기대와 설레임을 크게 만들어준다.

포레스터와는 한 달에 1주일을 함께 하고 있다. 블루 컬러의 포레스트는 맵시 좋은 청바지 같다. 이번 주에는 발표회와 기자회견 등으로 몇군데의 호텔을 다녔다. 포레스터의 차체 크기는 호텔 주차장의 진입로와 진출로를 통과하기에 적당했다. 폭이 그렇게 넓지 않아 보통 굴곡이 이어지는 진출입로의 벽에 닿을 염려가 없었고 또 시야가 좋아 컨트롤하기 유리했다. 저속에서 스티어링 휠이 무겁지 않아 주차하기도 쉬운데 후방 카메라가 뒤를 잘 보여준다.

스타일과 마찬가지로 인테리어는 심플하다. 내비게이션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의 좌우 송풍구는 얼굴 쪽으로 바람을 내보내지 않아 좋다. 좌우 두 개의 로타리 다이얼은 알루미늄 질감으로 돌기가 있어 손에 닿는 촉감이 좋고 클래식한 기분도 든다. 그 사이 큼직한 붉은 비상등은 적절한 위치다. 어떤 차든 비상등 스위치는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그리고 손이 가닿기 쉬운 곳에 있어야 한다. 아무리 디자인이 좋아도 급할 때 비상등 스위치를 찾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그 아래 에어컨 공조 버튼들 역시 심플해서 직관성이 있다. 아래쪽의 널찍한 수납공간은 바닥을 미끄러지지 않게 처리해 휴대전화 등을 놓아도 차체의 흔들림에 따라 쏠리거나 하지 않는다. 듀얼 컵홀더 역시 깊고 넓어 쓰임새가 크다.

속이 깊은 센터콘솔 역시 마찬가지. 어느 공간이든 기어 레버를 변속하는데 걸리적거리지 않게 한 설계가 돋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이드 미러 접이식 스위치가 미러 조종버튼 옆에 달려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접고 펼 때 자동이 아니어서 일일이 버튼을 눌려주어야 하는데 그때마다 위치를 찾게 된다. 물론 익숙해지면 보지 않아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지만 처음에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계기판은 언제 보아도 자극적이다. 계기판을 보고 있으면 그냥 달리고 싶어진다. 그리고 달리기는 정말 재미있다. 맹렬하게 달리면서도 스스로 절제할 줄 안다. 싱겁게 달리면 조금 더 가속을 보채고 세차게 가속을 이어가면 페달을 통해 은근히 제어하는 식이다. 균형감각의 묘미는 다른 차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포레스터만의 장점이다. 가속소음조차 경쾌하게 와 닿는다.

뒷좌석에 앉으면 생각보다 아늑하다. 어깨 아래에 오는 웨이스트 라인으로 넓은 창이 시야가 좋다. 암레스트는 컵홀더나 편의장비는 없지만 팔을 올려 쉬는 목적에 충실하고 편안하다. 두께도 얇고 가죽 질감으로 고급감이 있다. 뒤의 짐칸은 넉넉하지만 불행히도 아직 여기에 여행 장비를 실어보지 못했다. 하늘이 푸르다.

글·최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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