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식의 자동차전망대> 슈라이어의 현대,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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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식의 자동차전망대> 슈라이어의 현대, 괜찮을까?
  • 최주식
  • 승인 2013.02.2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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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피터 슈라이어는 5회와 7회를 0점으로 막아내며 완벽한 마무리를 보여주었다. 그 사이 기아의 타자들은 홈런과 장단안타를 때려내며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었다. 마무리가 약했던 기아에게 슈라이어는 그야말로 구세주와 같은 존재. 그런데 9회에 들어 제구력 난조를 일으키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투구패턴이 상대에게 읽히기 시작한 것. 과연 슈라이어의 한계는 여기까지일까.

잘 나가던 기아에게 고민이 하나 생겼으니 바로 K9다.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기아의 플래그십으로, K시리즈의 완결판으로서 기대를 모았던 모델이기에 그 부진이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큰 듯하다. 기아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K9에 V8 5,000cc 엔진을 얹어 그레이드를 더 높이고, 그 아래 K8을 만들어 라인업을 새로 짜는 구상을 하는 모양이다. 다음 시즌 선수 보강을 위한 전략 마련에 들어간 모습이 야구판과 비슷해 보인다. 9회말 마운드에 선 슈라이어를 떠올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아가 슈라이어를 디자인 수장으로 영입한 것은 분명 ‘신의 한 수’로 보인다. 한 집안이 된 현대의 그늘에서 지지부진하던 기아는 슈라이어의 디자인 영도 아래 승승장구했다. 물론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함께한 것이지만. 아무튼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 기아의 성장은 눈부신 것이었다.    

K9는 등장과 동시에 디자인 카피 논쟁이 불붙었다. 이에 대응하는 슈라이어의 태도가 좀 애매했다. 전통 깊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와 닮았다는 애기를 칭찬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한 것이다. 기아를 너무 신생 브랜드라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어쨌든 K9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었다. 아무리 철벽 마무리라고 해도 중요한 경기에서 9회말 대량실점을 하게 되면 강판을 당하기 마련이다. 물론 그날 경기 강판이 다음 경기 결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슈라이어가 현대차의 디자인 총책까지 맡게 되었다고 했을 때 무언가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라이어는 K9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아에서 그것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디자인까지 손을 대고, 또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 한다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의 전문가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기대보다 걱정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자인을 하다보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그에 못 미치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기아는 슈라이어를 만나 디자인 부문에서 현대와 확실히 차별화하는데 성공했다. 디자인의 차별화는 제품의 차별화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그것은 기아에게는 물론 현대에게도 다행스런 일이었다.   현대 역시 나름대로 ‘플루이딕 스컬프처’라는 다소 추상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그러나 일관성 있고 구체적으로 진행해왔다. 처음엔 낯설었으나 익숙해진 디자인이 또다시 변화를 맞게 된다면 혼란스럽지 않을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현대 내부에서도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많을 것이다. 요즘 해외 자동차 브랜드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소식도 많이 들린다. 좀더 장기적이고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슈라이어의 현대가 지금보다 더 나은 디자인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걱정이 앞서는 것은 그간 애써 이루어놓은 성과마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탓이다. 누가 뭐래도 현대와 기아차는 우리가 사랑해마지않는 우리나라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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