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리프 vs 역마차, 전기차와 역마차가 맞붙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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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리프 vs 역마차, 전기차와 역마차가 맞붙는다면?
  • 아이오토카
  • 승인 2013.02.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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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르노는 전기차 모험을 시작하면서 묘안을 내놨다. 전기차에 착탈식 배터리팩을 달고 가다 전기가 떨어지면 완전 충전된 다른 팩으로 바꿔 달 수 있다고 했다. 이론적으로 이 교환작업은 재래식차에 급유하는 것보다 빠르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 실제로 전기차의 주행반경을 무한히 늘릴 수 있으니까. 예상할 수 있는 걸림돌이 있다. 주말의 뮤직 페스티벌, 야외에서 벌어지는 페스티벌에 수천대가 몰렸다고 하자. 그럴 때 수천대가 배터리 교환소에 몰려든다면 무슨 수로 배터리팩을 당장 갈아줄 수 있나?

전국 간선도로변에 일정한 간격으로 배터리 교환소를 설치한다. 이런 방식은 200여 년 전에 청사진이 나왔다. 부유한 명사들이 영국 내를 돌아다닐 때였다. 따라서 당연히 역참을 둬 말을 돌봐야했다. 가령 메이든헤드 부근 윌섬 세인트 로런스 마을에 더벨이라는 역참이 있다. 이 건물은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723년부터는 주막으로 바뀌었고, 그 뒤 몇 백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주막 한쪽에 지저분한 BMW Z3이 서있다는 것 말고는. 쉽게 15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당시 회색말 램버트와 버틀러가 있었다.

대개 상용 역마차는 덩치가 커서 말 4마리가 끌었다. 하지만 부유층은 소형 자가용 마차를 갖고 있었다. 런던과 브라이튼을 오갈 때 말 두 마리를 달고 다녔다. 오늘날 가장 독특한 2대만의 비교시승을 한다고 하자. 한쪽은 시장에 나온 가장 뛰어난 전기차 닛산 리프. 가격표 3만990파운드(약 5천370만원)에서 정부지원금 5천 파운드(약 870만원)를 빼면 된다. 테딩턴에 있는 <오토카> 건물을 떠나 교통의 흐름을 막지 않고 조심스레 달린다. 주행반경 161km. 히터를 켜면 당장 약 24km나 줄어든다. 앞서 말한 벨 주막에 도착하면 47km를 달려 남은 전력의 주행거리는 64km.

이에 맞선 램버트와 버틀러는 달리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예상하지 않은 리프의 정숙성에 놀랐다. 두 마리는 나이가 약 25세. 결혼식과 대소 영화에 출연한 경력을 갖고 있다. 마주인 헤이든 웹은 영화계에 말과 마차를 대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휘하에는 말이 50두 가량 있다. 헤이든의 마차는 1850년대 말에 나왔다. 파리의 마차제조업자 장 라부르데트가 만들었다. 그의 아들 앙리는 1896년 자동차 차체를 만들게 됐다. 이들은 경량 보디(마차의 무게는 500kg) 전문가. 1895년 <오토카>가 창간됐을 때 자동차는 14대밖에 없었다. 마차가 훨씬 많던 시대였다.

라부르데트 마차 주인은 다양한 색상과 장식을 고를 수 있었다. 양쪽에 벤치시트 한 쌍이 마주보고 있어 어른 4명이 탈 수 있었다. 그리고 구식 철도객차처럼 창문은 아래위로 오르내렸고, 가죽끈을 달아 원하는 위치에 묶었다. 겨울에 리프를 몰고 다닐 때 전기를 절약하려면 두꺼운 옷을 입고 히터를 켜지 말아야 한다. 헤이든 웹의 부인 라이사에 따르면 19세기 여행자들에게는 각 역참에서 온수병을 줬다. 닛산이 본받을 만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마차 객실은 벨벳으로 감싸고, 아주 편안했다.

요즘 레인지로버와 대형 SUV는 21인치 또는 그 이상의 휠을 달고 다닌다. 한데 라부르데트의 앞 34인치와 뒤 48인치를 당할 수 없다. 리프와 램버트+버틀러는 다 같이 앞쪽으로 연료를 공급한다. 리프의 경우 앞쪽의 케이블을 가정용 소킷에 꽂거나 고속충전장치에 연결한다. 한편 램버트+버틀러는 여물만 먹이면 재충전 끝! 개인이 따로 여행을 할 때는 사전준비가 필요했다.

가령 런던에서 치핑 노턴으로 갈 때 역참을 사전에 답사하고 여행계획을 세웠다. 그런 일을 대신하는 전문업체가 있었다. 그와 비슷하게 앞으로 나올 르노 조에의 경우 차는 사고 배터리는 빌린다. 장거리여행에 사용했던 젊고 튼튼하고 빠른 말들이 시들면 시골로 보내 농사일을 시켰다. 그리고 말이 죽으면 가죽을 벗겨 아교를 만들었다. 그럼 산더미 같이 쌓일 죽은 배터리는 어떻게 될까?

물론 리프의 장거리여행 계획은 훨씬 간단하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첨단기술이 있으니까. 그리고 배터리 교환소만 잘 갖춰지면 별문제가 없다. 아무튼 현대의 닛산 리프와 몇 백 년 전의 역마차 여행을 비교하면 어떨까? 역마차가 더 편리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1830년대 역마차는 런던→리버풀을 24시간에 달려 당시 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1888년 8시간에 주파한 런던⟷브라이튼 여행이 또 다른 신기록이었다.

이번에는 리프를 몰고 런던→리버풀을 달리자. 고속도로를 피할 경우 거리는 325km. 물론 달리는 속도는 더 빠르다. 첫 충전소까지 121km를 90분 만에 도착한다. 그런 다음 충전시간 8시간을 보내고, 런던 출발 9시간 30분 만에 제2구간에 들어간다. 이렇게 19시간을 보낸 뒤 최종구간에 도전한다. 결국 리버풀에 도착했을 때 남은 전력은 겨우 37km를 달릴 수 있다. 삐끗하면 한 번 더 충전을 해야 한다.

런던⟷브라이튼 대결에서 승리는 19세기 역마차에 돌아간다. 리프가 브라이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호셤에서 다시 충전해야 한다. 그러니까 다시 8시간을 더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데 여기서 중요한 대목을 놓치고 있다. 전기차의 장거리 여행은 모험과 낭만을 되살린다. 고속도로, 현대의 장거리 고속 모델과 심지어 여객기가 빼앗아버린 그 낭만을. 콘월에 가는 도중 재충전소에서 서비스걸과 노닥거리고 파이를 먹으며 잡담을 나눈다. 그렇다, 거기에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글: 콜린 굿윈 (Colin Goodwin)

HORSE AND CARRIAGE
0→시속 100km 가속: na
최고시속: 19km
복합연비: 매일 5kg의 콘과 많은 양의 마른풀
CO₂ 배출량: 메탄, 정원에 유용한 거름
무게: 캐리지 500kg, 말은 각각 550~600kg
엔진: 말로 보이는 포유류 2마리
구조: 프론트, 세로, 병렬, 8개의 말발굽
최고출력: 말 2마리의 힘
변속기: 8개의 다리
길이: 3500mm
너비: 2000mm
높이: 2000mm
휠베이스: 2500mm
주행가능거리: 32km
서스펜션: (앞,뒤 모두)타원형 스프링
브레이크: 뒤축 핸드브레이크가 더해진 엔진 브레이크
휠: 나무가 더해진 철강 축
타이어: 고무로 덮인 철제 바퀴

NISSAN LEAF
0→시속 100km 가속: 11.9초
최고시속: 147km
복합연비: 178Wh/마일(유럽기준)
CO₂ 배출량: 0g/km
무게: 1525kg
엔진: 360V AC 전기모터
구조: 프론트, 가로, FWD
최고출력: 108마력
변속기: 다이렉트-드라이브 싱글-기어 감속구동
길이: 4445mm
너비: 1770mm
높이: 1550mm
휠베이스: 2690mm
주행가능거리: 175km
서스펜션: (앞)맥퍼슨 스트럿,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토션 빔,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앞)283mm V 디스크
             (뒤)292mm 디스크
휠: 6.5J×16in
타이어: 205/55 R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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