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디자인 비평 : 현대 벨로스터, 쌍용 코란도C, 볼보 S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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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디자인 비평 : 현대 벨로스터, 쌍용 코란도C, 볼보 S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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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02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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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카디자인 담론

현대 벨로스터
드디어 벨로스터가 발표됐다. 2007 서울모터쇼에서 컨셉트카로 나왔던 벨로스터가 양산차가 돼서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사실 컨셉트카도 매우 전위적인 내·외장 디자인을 보여줬었지만, 양산형으로 나온 벨로스터 역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벨로스터가 다른 국산 승용차와 다른점은 바로 차체 스타일의 특이성을 가장 대표적인 상품성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국산차 중에 스타일 컨셉트의 차로 1990년 현대의 스쿠프가 ‘스포츠 패션카’라는 타이틀로 나오기도 했다. 스쿠프는 그 당시 젊은 층들의 선망이기도 했지만, 차체 디자인은 다른 외국 메이커 쿠페들의 디자인 요소들을 가진 듯한 이미지로 독창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앞에 등장한 벨로스터는 이전의 스쿠프와는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그 차이는 단지 차체 디자인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메이저 메이커의 반열에 들 정도로 생산량에서나 기술, 디자인 등 많은 부분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어냈고, 그러한 역량이 우리 앞에 나타난 양산형 벨로스터에 그대로 녹아있는 것이다.

벨로스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비대칭 도어구조이다. 운전석 쪽에 한 개의 문을 가진 반면, 조수석 쪽은 두 개의 문을 가지고 있다. 대개의 스포티한 차들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은 문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것은 스타일에서는 간결하면서 스포티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지만, 실용성에서는 뒷좌석 승하차가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벨로스터는 비대칭 구조의 도어로써 이 문제를 아주 명쾌하게 해결하고 있다. 게다가 유리로 덮인 지붕이나 스포티한 차의 상징과도 같은 중앙에 만들어진 테일 파이프 등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꿈꿔왔던 ‘로망’과도 같은 디자인 요소들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반영한 것은 바로 현대자동차의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있다.

벨로스터의 전면 이미지는 이제 현대자동차의 독자적인 얼굴을 찾은 듯하다.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부릅뜬 눈과도 같이 보이는 헤드램프는 ‘악동’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마치 세계 시장을 향한 현대차의 도전을 상징하는 듯하다. 여기에서의 악동 이미지는 부정적 의미는 아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대차는 정말 ‘악동’이 되어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에서 현대차만의 위치를 확실히 차지하려면, 순하기만 한 성실한 메이커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열심히 그리고 악착같은 악동, 사람들이 좋아하는 멋지고 좋은 차를 만들어내면서도 고집이 있고 할 말은 다하는, 그래서 아무도 어쩌지 못하는 그런 악동이 돼야 한다.

물론 그 악동은 세계 시장에만 한정된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기업의 이상적인 모습은 내수시장에서의 착실한 기반을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착하지만, 밖에서는 악동처럼 열심히 일하는 이미지, 벨로스터의 디자인을 보면서 오늘날 현대자동차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그러한 성격이 반영된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은 분명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지만, 악동의 모습이 내수시장에서 다른 모습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쌍용 코란도 C
쌍용자동차의 회생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코란도 C가 나왔다. 그간의 복잡한 여정은 다 떨어버리고 정말로 SUV 전문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모습을 되찾는 시금석과도 같은 역할이 바로 코란도 C에게 부여된 임무일 것이다. 그렇게 중요한 차종이기 때문에 쌍용으로서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계, 아니 세계 자동차 디자인계의 거장인 쥬지아로에게 디자인을 의뢰하기 위해, 없는 돈을 긁어모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디자인 개발 역사를 보면 1976년에 나온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를 필두로 해서 쥬지아로와의 인연은 깊다. 그러한 그의 영향으로 오늘날 우리나라의 자동차 디자인이 일본의 자동차 디자인 성향과는 다르게 발전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튼 새로운 코란도 C는 거장의 손길로 빚어졌다. 적어도 디자인의 완성도 면에서는 점수를 따고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코란도 C의 차체 디자인에서는 매우매우 개성적이었던 로디우스와 같은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코란도 C의 라디에이터 그릴의 주변에 둘러진 크롬 몰드는 튀지 않는 느낌으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디자이너의 손길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완성된 코란도 C의 전체적인 디자인 이미지는 무난함 그 자체이다. 튀지 않으려고 정말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한 것일까?
어쩌면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튀지 않으면, 그것도 무작정 튀는 것이 아니라, 기가 막힌 실력으로 튀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세태가 됐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차들의 디자인이 점점 ‘독한’ 개성을 가지게 되는 것도 결국 그런 전 세계적인 트렌드를 보여주는 지도 모른다.

쌍용은 그동안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고난의 터널을 지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제 ‘마힌드라’라는 새 경영진도 맞았다.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 새롭게 내놓은 코란도 C를 기점으로, 변화된 패러다임을 찾아 글로벌 메이커로 발전하는 쌍용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볼보 뉴 S60
볼보의 새로운 S60이 발표되었다. 볼보는 이제 디자인에서 ‘진화’(進化)라는 규칙을 지켜가기로 한 것이 틀림없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진화는 결코 급진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은 돌연변이라고 불린다. 진화는 이전의 것을 바탕으로 더 나은 상태로 발전시키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프로세스이다. 볼보는 ‘안전’ 이라는 기술적 과제를 이루기 위한 진화가 가장 큰 특징이다.

볼보 디자인은 차 7대를 쌓아올리면서 차체의 강성과 안전성을 과시하던 각진 차체 형태를 가진 1980년대 이후 하나의 전형이 되었다. ‘세계 최고의 안전성’ 이라는 볼보의 컨셉트는 명확했고, 각진 차체는 그러한 볼보의 안전 최우선 전략을 가장 대표적으로 말해주는 최고의 디자인이었다. 누구도 볼보의 각진 차체를 세련되지 못했다거나 공기역학적이지 않다고 불평하지 않았다. 볼보는 볼보일 따름이었다.

그 이후 볼보의 디자인이 부드럽게 바뀐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이다. 아마도 포드에 합병된 이후 포드의 개발시스템에 영향을 받은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은 다시 주인이 바뀌어 중국의 경영진이 운영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의 경영진들은 누구도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지만, 경영진의 생각이 바뀌면 그것이 자동차 디자인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물론 글로벌 메이커의 치프 디자이너 중에는 사장이나 부사장 직급을 가진 경우가 많지만, 그들은 디자인을 결정하지, 기업경영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영진의 의사결정구조가 건강하지 않고 자의적이거나 체계적이지 못하면, 그것은 곧바로 제품에 나타난다. 디자이너나 엔지니어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경영자의 입맛에 맞춘, 혹은 전시행정과도 같은 형식적인 작업들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필자는 여러 경우를 통해 목도했다. 볼보의 기술 철학은 주인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볼보만의 특색이고 그것을 디자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글ㆍ구상(국립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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