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파나메라 스포트 투리스모, 왜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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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파나메라 스포트 투리스모, 왜건의 비밀
  • 아이오토카
  • 승인 2013.02.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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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이 비명을 지르고 지붕 위의 경광등이 적청색 불빛을 번쩍였다. 베벌리 힐스 경찰서 체이스 경사가 차선을 벗어나 우리를 경호했다. 우리는 단 한 대밖에 없는 무한히 값진 포르쉐 파나메라 스포트 투리스모를 몰고 선셋 블러바드(대로)를 정속순항하고 있었다. 체이스 경사는 우리가 러시아워의 도도한 차량 홍수에 빠져들지 않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부유한 명사들의 고장에 온 것을 환영한다. 어디를 보나 온갖 이색적인 차들이 굴러다녔다. 하지만 우리가 베벌리 힐스 호텔로 소리 없이 달려갈 때 우리 콘셉트 카는 이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파나메라 스포트 투리스모는 가장 퇴폐한 상류사회에서도 고개를 돌리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포르쉐에 따르면 이 미끈한 럭셔리 왜건은 반드시 양산된다는 보장이 없었다. “여전히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포르쉐의 R&D 총책 볼프강 하츠의 말. “재정적인 전망이 확실해야만 다음 결정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포르쉐의 공식 반응이 그렇다는 말이다. 한데 여기 의문이 있다. 이 메이커는 여러 차례 언급하던 도로주행용 콘셉트 카를 만들어 파리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였다. 만일 이미 양산을 확정하지 않았다면 왜 그랬을까? 로스앤젤레스의 부드러운 햇살 아래 파나메라 스포트 투리스모는 정말 탐스러운 자태를 자랑했다. 지극히 낮고 넓은 프러포션에 길고 뾰족한 보닛, 쭉 빠진 상체와 근육질 엉덩이는 본격적인 성능의 잠재력을 과시했다. 표면은 팽팽하게 감쌌고, 흥미로운 캐릭터 라인이 육중한 보디를 시각적으로 상쾌하게 처리했다.

길이 4,950mm, 너비 1,990mm에 높이 1,401mm의 콘셉트는 기존 4도어 파나메라보다 20mm 짧고, 60mm 넓고 19mm 낮다. 양산모델을 위해 마련해둔 규격 그대로였다. 휠은 앞쪽 20인치에 뒤쪽은 21인치. 아무튼 콘셉트지만…. 가까이 다가보면 정교한 디테일이 두드러졌다. 타원형 헤드램프, 불쑥 나온 사이드 디자인과 가느다란 3차원 테일램프. 테일램프가 차폭을 더욱 늘리는 효과를 보였다. 미래지향적으로 도어 미러는 앞 휠 아치 뒤의 에어덕트 안에 들어간 카메라로 대체됐다. 계기 비너클 가장자리에 영상이 투사된다.

파나메라 스포트 투리스모의 디자인은 포르쉐의 대형 앞 엔진 럭셔리카의 미래를 알리는 실마리의 하나에 불과하다. 완전히 기능을 발휘하는 콘셉트는 e-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알려준다. e-하이브리드는 기존 파나메라 하이브리드의 브러시 없는 싱크로 전기모터의 강화된 버전을 사용한다. 기어박스 하우징 앞쪽에 자리 잡고 94마력을 낸다. 지금 쓰고 있는 것과 똑같은 슈퍼차저 333마력 3.0L V6 휘발유 엔진의 지원을 받는다.

그와 함께 전기모터와 휘발유 엔진이 대형 왜건에 통틀어 416마력을 제공한다. 포르쉐에 따르면 0→시속 100km 가속에 6초 이하를 뒷받침한다. 한편 28.6km/L보다 좋은 종합연비와 CO₂ 배출량 82g/km 이하를 뽐낸다. 그리고 트렁크 바닥에 낮게 자리 잡은 9.4kwh 리튬이온 배터리가 현행 파나메라 하이브리드의 니켈-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대체했다. 이로써 처음으로 플러그인 기능을 갖췄다.  포르쉐에 따르면 완전전기의 주행반경은 30km이고 최고시속은 130km. 기존 파나메라의 페이스립트 버전에 들어간다. 빠르면 2014년 새 하이브리드가 처음 채택된다.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라 양산차를 바탕으로 한 동력원이다.

실내는 지극히 현대적인 스타일이 매력적이다.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은 아이패드처럼 단순하다. 둘 다 올해 나올 918 스파이더에 실릴 장비와 비슷하다. 기존 파나메라의 실내에 불만은 거의 없지만, 조절장치들이 운전석 주위에 어지럽게 널려있다. 디자인팀은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스포트 투리스모를 미래 모델에 들여놓을 새롭고 단순한 터치스크린의 전시장으로 삼고 있다. 이런 레이아웃으로 아름답게 다듬은 스티어링 뒤에서 새차는 고도로 조직된 감각을 제공한다. 한편 가죽과 무광택 알루미늄을 널리 써서 알맞은 고품질 분위기를 살렸다.

앞좌석의 분위기는 오늘날의 파나메라와 거의 변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 한데 뒷좌석은 좀 더 비좁다. 콘셉트에 2개의 개별적 좌석을 들여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일이 바로 일어서서 짐칸이 늘어난 것은 큰 플러스다. 포르쉐는 아직 숫자를 밝히지 않았다. 포르쉐의 고등 디자인 총책 미트자 보케르트는 500L를 넘는다고 암시했다. 해치백형보다 55L가 늘어난 용량이다.

그래서 하츠는 나에게 몰아보고 싶으냐고 물었다. 물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내가 스포트 투리스모를 몰고 출발하기 전에 충전해야 했다. 배터리를 완전히 재충전하는 데 불과 2시간 30분이 걸린다. 나는 브레이크를 꽉 밟고 시동 버튼을 눌렀다. 청각적인 감흥은 별로 없었고, 점화되자 희미한 윙윙거림뿐이었다. 그 뒤에 아무 소리도 없었다. 포르쉐의 한 엔지니어가 내 옆에 앉았다(알다시피 비상사태에 대비해). 우리는 포르쉐가 기지로 삼고 있는 베벌리 힐스의 대저택 드라이브웨이를 나와 LA의 차량대열에 빠져 들어갔다. 고맙게도 지상고가 충분해 값비싼 마찰음 없이 커브램프를 오를 수 있었다.

첫인상은? 파나메라 스포트 투리스모는 거동이 좋았고, 운전재미가 쏠쏠했다. 도로에서 지극한 자신을 갖고 몰아붙일 수 있었고, 진정한 양산차에 기대하는 유연한 동작과 반응을 보여줬다. 대다수 콘셉트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먼저 스티어링은 조화롭게 다듬었다. 직진에는 경쾌하고 록이 늘어날수록 무게가 더했다. 좀 더 큰 저속 피드백과 한층 강력한 중심복원력을 갖추면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기계 시스템은 자신 있게 정확히 작동했다.

저속에서 승차감은 약간 불안정했다. 앞 265/35와 뒤 295/35 타이어 내부에 버틸 힘이 없는 것이 원인의 일부였다. 하지만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 차는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우리가 정속주행에 들어갈 때에는 거의 편안했고, 전체적인 세련미는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베벌리 힐스 일대의 도로는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매끈한 도로에 들어간다. 따라서 재래식에 속하는 강철스프링 서스펜션에 큰 부하가 걸리지 않았다. 브레이크는 파워지원이 지나친 느낌이 들었다. 처음 2도 정도의 범위 안에서 힘차게 물었지만 충분히 조절 가능했다.

파나메라 왜건은 넉넉한 규격에도 너무 크거나 육중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전체적인 상체를 섬세하게 다시 다듬었다. 따라서 약간 더 낮은 옆 창이 좀 더 커진 고정형 뒤 쓰리쿼터 창문과 한층 가파른 테일게이트와 어우러졌다. 시야는 인상적이었다. 다만 다른 이유보다는 운전석이 한결 높아진 덕분이었다. 제작팀에게 보내는 메모. 좌석을 약간 낮추고 좀 더 스포티한 운전위치를 확보하라.

일단 사진촬영을 끝낸 뒤 우리는 체이스 경사에게 시승이 끝났다고 알려줬다. 그럼에도 경찰차의 사이렌이 계속 울려댔고, 갑자기 선셋 블러바드가 통째로 내 차지가 되고 말았다. 글쎄, 그중 차선 하나가 통째로. 1, 2분쯤 100만 파운드(약 17억3천200만원)의 찻값과 상류사회다운 분위기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나는 포르쉐를 힘차게 몰아붙였다. 그때가지 아껴뒀던 터보 3.0L V6이 휘발유-전기 모드로 들어가자 파워가 폭발했다. 스포트 투리스모가 울컥 뛰쳐나가자 매혹적인 기계적 불협화음과 배기의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무게는 거의 2톤에 가까웠지만 결코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았다. 제로백이 6초? 더 빠른 가속이 그에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하이웨이 101의 해변도로를 계속 달린다면 어떨지 궁금했다. 한데 베벌리 힐스 일대에서 1시간을 보낸 뒤 포르쉐 대저택으로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어쨌든 본질적 의문은 ‘만약’이 아니라 ‘언제’ 파나메라 스포트 투리스모가 양산에 들어가느냐였다. 이 차는 4개 모델로 이뤄진 제2세대 파나메라 라인업에 들어가게 될 조짐이 뚜렷했다. 거기에는 립트백(해치백), 왜건, 쿠페와 컨버터블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은 2016년 어느 땐가 쇼룸에 나올 전망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이 차의 양산버전은 아주 탐스러운 대안이 될 공산이 크다. 메르세데스 CLS 슈팅 브레이크, 아우디 A7과 BMW 6시리즈 그란쿠페 등이 라이벌이다. 물론 찻값은 높은 편이다. 휘발유-전기 하이브리드의 경우 7만 파운드(약 1억2천120만원)로 예상된다. 포르쉐가 만들지 않는다면? 천만에 양산차는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내 말을 믿어 달라.

글: 그렉 케이블(Greg K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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