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바흐는 어떻게 다시 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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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바흐는 어떻게 다시 죽었나
  • 아이오토카
  • 승인 2013.02.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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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햇살이 새벽하늘을 가득 채울 때 거대한 정기여객선 엘리자베스 2세가 물결을 가르며 뉴욕항으로 들어왔다.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 아일랜드를 지날 때 헬리콥터 한 대가 이 배를 맞았다. 대형 시코르스키 헬기가 선박 가까이 내려와 늘어뜨린 4개의 케이블을 인부들이 갑판 위에 있는 목제 컨테이너에 묶었다. 헬기가 그 값비싼 화물을 달고 공중으로 불쑥 솟아올랐다. 그 화물 아래에는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는 뉴욕에 신형 마이바흐 브랜드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그 플래카드는 시코르스키의 로터 회오리에 휘감겼다. 최근 자동차 사상 가장 화려한 실패의 하나를 예고하는 아주 적절한 그러나 불길한 징조였다.

빌헬름 마이바흐는 고틀리프 다임러와 오리지널 메르세데스를 뒷받침한 기술의 달인이었다. ‘기술의 왕’이라 불리던 마이바흐는 1921~1941년 자기 성을 딴 브랜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겨우 1,800대를 만들었을 뿐이었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브랜드가 경매장에 나왔을 때 복잡한 경쟁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마이바흐는 주목을 끌지 못한 채 망각의 물결 속에 파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경매 전쟁이 벌어지는 바람에 마이바흐가 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다임러는 영국의 두 브랜드를 따려고 했지만, 결국 벤틀리는 폭스바겐으로, 롤스로이스는 BMW로 넘어갔다.

당시 다임러-클라이슬러였던 메이커의 경영진은 홀로 남기보다는 남몰래 자체 럭셔리 브랜드로 반격을 가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지난날 메르세데스 브랜드 총수 위르겐 후베르크가 2002년 7월 뉴욕의 신차발표회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이 차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세계는 마이바흐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후베르트의 예측과는 달리 사업의 실마리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새로 되살아난 브랜드는 알맞은 가격표를 달고 나왔다. 24만3천780파운드(약 4억3천830만원)에서 출발했고, 한결같이 주문형 옵션을 달아 성격을 달리했다. QE2형 M62는 독특한 선루프를 달았다. 나아가 업계 최초로 제트여객기형 안락의자를 뒤쪽에 들여놨고, 선루프는 전자조절장치로 반투명에서 투명으로 밝기를 조절했다.

그러나 속살은 전 세대 메르세데스 벤츠의 S클래스 세단과 다름없었다. 게다가 지난 10년에 걸쳐 하체는 전혀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다. 이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다임러는 단순히 옵션을 좀 더 늘렸고, 마이바흐 제펠린과 같은 새 모델명을 내놨을 뿐이었다. 소비자들은 하품을 했고, 보다 확고한 기반을 닦은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브랜드로 돌아섰다. 10년이 지났는데도 판매량은 겨우 3천대에 그쳤다. 한 해 목표 1천~2천대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무엇이 잘못됐나? “9/11에 뒤따른 경제적 내리막에 울트라-럭셔리 마이바흐를 내놓은 것은 현명하지 못했다” 오토트랜즈 컨설팅의 애널리스트 조 필리피의 말이다. 어쨌든 후베르트를 비롯한 일부 인사들의 예측과는 달랐다. 심지어 울트라-럭셔리 시장이 되살아났어도 판매량은 결코 성층권까지 올라가지 못했다. 가격이 마이바흐 수준의 틈새에는 지극히 선명한 소수의 브랜드만 들어갈 수 있었다.

올해 얼마 전 일이었다. 지금 간단히 다임러로 알려진 메이커의 CEO 디터 제체는 항복의 타월을 던지고 말았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뒤늦게 인정한 것이다. 마이바흐는 결코 울트라-럭셔리의 라이벌이 될 수 없다는 것. 지난달 마지막 마이바흐가 조용히 조립라인을 굴러 나왔다. 동시에 처음부터 예상을 빗나갈 운명을 타고난 화려하지만 맥 빠진 드라마의 막이 내렸다.

그렇다고 다임러가 최고급시장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말은 아니다. 후퇴보다는 전진하면서 S클래스 세단의 한층 호화로운 버전으로 울트라-럭셔리 시장에 도전하기로 했다. 2014년 시장에 나올 S600 풀만이 바로 그런 본보기. 메르세데스 벤츠의 이름을 엔트리급 A클래스에서 울트라-프리미엄 풀만까지 잡아 늘려도 통할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 한데 적어도 실패의 늪에서 곧 잊혀질 마이바흐만큼 버틸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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