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완벽주의자, 아우디 A5 스포트백
상태바
아름다운 완벽주의자, 아우디 A5 스포트백
  • 아이오토카
  • 승인 2013.02.12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사람의 미적 감각이 평균적이라면 이 세상 모든 신차들은 계속 아름다워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그렇진 않은가보다. 어떤 차들은 신차가 나올 때마다 못생겨진다. 못생겨서 좋을 이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 점점 못생겨진다. 못생긴 차를 떡하니 내놓고는 세련된 디자인 운운한다. 그런 한심한 브랜드가 적지 않다. 그런 디자인을 좋다며 사는 사람도 전혀 없진 않을 테니 그들의 특이한 취향을 존중해주기로 하자. 그래도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건 갈수록 멋진 차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디는 그중 압도적인 선두에 있는 브랜드다.

“이 차를 눈으로 보고도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심장이 없는 사람일 거예요” 아우디 차고에서 방금 끌고 나온 A5 스포트백의 사이드라인을 눈으로 천천히 훑던 동행이 말했다. 발터 드실바의 걸작 행진은 끝을 모르는 것 같다. 최근의 아우디 신차들 죄다 근사하지만 A5 스포트백은 외관 디자인에 대한 칭송만으로 침이 다 마를 것 같다. 어느 한 부분 어색한 부분이 없다. 어느 각도에서 보나 포토제닉하다. 한참을 멍하니 차체 라인을 눈으로 핥다가 문득 이 차를 집에 가져가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정신을 차렸다. 불타는 탐심에 고뇌가 깊어질 것 같았다.

A5 스포트백의 정체는 옆에서 볼 때 한눈에 들어온다. 헤드램프에서 테일램프까지 한 번의 붓놀림으로 단숨에 그린 듯 이어진 유려하고 역동적인 라인을 보면 아우디가 이 차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진보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다. 쿠페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인상이지만 트렁크 리드로 이어지는 선은 패스트백 스타일의 클래식한 이미지도 풍긴다. 뒷바퀴 위 도톰한 부피감은 그랜드 투어러의 특징도 엿보인다. 그러므로 이 차는 최근 몇 년간 유행해온 5도어 쿠페라는 장르와 사뭇 다른 위치에 있는 게 분명하다.

최근 미친바람이 몰아친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로 속 편히 우겨넣기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 차 저 차의 장점을 죄다 가지려다보면 콘셉트는 엉성해지고 균형감은 흐트러진다. 맹한 모습의 다목적 차들은 더 이상 매혹적이지 않다. 모든 매력적인 차는 정체성이 분명하다. 그런 면에서 A5 스포트백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도어를 열기 전에 트렁크 쪽으로 가서 해치를 열어보면 이 점이 확실해진다. 대형 해치를 열면 펼쳐지는 커다란 트렁크 공간 아우디 아반트(Avant, 왜건)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다. 평소 480리터 용량이지만 리어시트를 폴딩하면 최대 980리터까지 두 배 넘게 확장된다. 2리터짜리 페트병 490개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 이해가 쉬울까. 해치백의 실용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선뜻 끌릴 만한 요소다. 취미생활이나 가족여행, 레저용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얻을 만하다.

실내 인테리어는 미리 선보인 A5 쿠페나 카브리올레의 그것처럼 예쁘다. 세련됐다거나 직관적이라거나 고급스럽다거나 하는 표현도 좋겠지만 운전자 중심의 편안하면서도 감각적인 실내는 무척 예쁘다. 재질감은 아우디 특성 그대로 고급스럽고 마무리는 완벽하다.

시트는 더 이상의 쾌적함이 필요치 않을 만큼 착좌감이 좋고 고개가 편안하다. 뒷자리는 어떨까. 확실히 차의 특성상 일반 중형 세단에 비해 머리 공간은 부족한 듯하다. 하지만 커다란 뒤 도어와 절묘하게 설계된 지붕 디자인 덕분에 타고 내리는 데 불편함이 전혀 없다. 게다가 59mm나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에 뒷자리 다리 공간이 넉넉해져서 롱다리 사장님도 편안히 앉아 골프 라운딩을 갈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엔 무심코 가솔린 엔진인가 싶었다. 그만큼 정숙하고 엔진 사운드가 부드럽다. 굳이 사운드라고 표현한 건 그만큼 기분 좋은 엔진음을 들려줬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오감을 자극하는 오브제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차에서 나는 모든 소리가 운전자에게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몇몇 선도적인 프리미엄 브랜드가 그렇듯 아우디도 일찍부터 사운드팀을 운영하고 있다.

절제된 듯하면서 경쾌한 엔진음은 가속에서 묘한 흥분감을 일으킨다. 기존의 A5 쿠페에서 감탄했던 것처럼 A5 스포트백의 핸들링 역시 스포티하고 안정감이 넘쳤다. 발끝의 놀림에 따라 주저 없이 필요한 만큼 뿜어주는 엔진의 힘과 콰트로 4륜 시스템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까닭이다. 감촉 좋은 스티어링 휠 뒤쪽에 배치된 변속 패들은 스포티한 주행을 부추긴다. 2.0 TDI 엔진의 힘은 177마력, 최대토크 38.8kg·m는 1,750rpm부터 뿜어져 나온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이르는 데 7.9초, 최고속은 222km다.

연료효율은 복합연비 15.0km/L로 우수하고 7단 S트로닉 변속기는 궁합이 잘 맞는 듯 어느 속도 영역에서도 재빠르게 제몫을 해준다. 하긴 변속 타이밍이 수천 분의 1초라니 운전자는 그저 경쾌함만 즐기면 될 것 같다. 오토, 이피션시, 스포츠, 컴포트, 인디비주얼 등 원하는 모드로 바꿀 수 있는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는 드라이브의 쾌감을 배가시킨다.

순정 내비게이션은 MMI 플러스로 조정할 수 있는데, 한 가지 흠을 잡자면 조작이 쉽지가 않다는 것. 유저 인터페이스는 무조건 쉽고 직관적이어야 한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배우지 않고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내비게이션 검색도 그렇고 필요한 기능을 일일이 다이얼을 돌려 화면 표시에 맞춰 조정해야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하다. BMW의 i-drive나 메르세데스 벤츠의 커맨드 시스템 역시 이 점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분명히 개선해야 할 점이다. 운전 중 조작을 막으려는 지나친 배려인지도 모르지만.

요즘 아우디를 타며 누리는 지극한 호사는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이다. 이 옵션은 상위 트림인 A5 스포트 다이내믹 모델에 적용되는데 14개 스피커, 10 채널 앰프, 505W의 출력으로 드라이브의 감성을 만족시킨다. 변속 패들을 까닥거리며 쾌활하게 간선도로를 주파하는 동안 멋진 사운드에 젖어들면서도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국내 저널에서 거의 처음으로 시승한 것이니 아우디에 눈 먼 친구들이 분명 어땠냐고 꼬치꼬치 물어올 텐데, 시승 소감이 그저 “좋았다”라고 하기엔 말하기 미안하고 쓰기에 식상하기 때문이다.

한나절 동행해본 A5 스포트백은 매력이 넘쳤다. 어쩌면 쟁쟁한 경쟁자로 가득한 이 살벌한 동네에서 새로운 강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더 썼다간 독자들 애간장이 마를 테니 칭송은 여기까지. A5 스포트백은 직접 보고 타봐야 할 물건이다. 모르긴 몰라도 실력 있는 포토그래퍼가 고생해서 찍은 이 페이지의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을 거다. 물론 이렇게 구구절절한 표현들보다 한번 시트에 앉아보는 게 판단에 빠를 것이고.
 
글: 이경섭, 사진: 김동균

AUDI A5 SPORTBACK 2.0 TDI QUATTRO
가격: 5천840만원
크기: 4712×1854×1391mm
휠베이스: 2810mm
엔진: 직렬 4기통, 1968cc, 터보 디젤
최고출력: 177마력/4200rpm
최대토크: 38.8kg·m/1750~2500rpm
복합연비: 15.0km/L
CO2 배출량: 131g/km
변속기: 7단 S-트로닉
서스펜션: (앞)더블 위시본/ (뒤)멀티링크, 코일스프링
브레이크: (앞)V디스크/ (뒤)디스크
타이어: (앞,뒤 모두) 245/40 R1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