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성향을 추구하는, 푸조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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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성향을 추구하는, 푸조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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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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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역사는 자동차의 역사

푸조의 대표적인 소형 승용차 208 모델을 시승했다. 지금까지 푸조의 국내시장에서의 입지가 그리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기능적인 이유보다는 차체 디자인의 평가가 사람들마다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제는 차의 성능보다도 디자인의 완성도가 더 큰 비중을 가지는 시대가 된 건지도 모른다. 사실 유럽에 가보면 푸조는 정말로 대중적인 브랜드인데, 국내에서는 어쩐지 낯설게 느껴진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덜 감각적인(?) 디자인이었다. 그런데 최근의 푸조 승용차들이 감각적으로 무장을 하고 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감각적인 신형 208을 시승했다.

역사상 최초의 자동차는 1886년에 독일에서 발명됐다. 그런데 그와 거의 같은 역사, 즉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역사를 가진 메이커가 놀랍게도 프랑스의 푸조(Peugeot)이다. 푸조의 역사는 1889년 푸조의 첫 자동차 세르폴레 푸조(Serpollet Peugeot)의 출시로 시작된다. 그리고 푸조의 대표적인 소형 승용차 200시리즈는 1929년 세계 경제대공황 때 등장한 201부터 시작된다. 1938년에는 202가, 1948년에는 203이, 1960년에는 204가, 1983년에는 205가 각각 등장했다.

모델 변경 주기가 대략 10년 전후로 길었는데, 이것은 유럽 소형차의 실용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1999년 등장한 206은 그때까지 이탈리아 피닌파리나(Pinifarina)에게 의존하던 디자인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푸조의 디자인이 바뀌기 시작했으며, 이른바 펠린 룩(Feline Look)이라는 이름으로 고양이과 동물들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앞면의 스타일을 채용하면서 곡선적이고 볼륨을 강조하는 이미지를 추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역사 동안 푸조의 사자를 형상화한 심벌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푸조 최초의 라이언 엠블럼은 1858년 에밀 푸조(Emile Peugeot)가 당시 지역 내의 금 세공사이자 조각가였던 줄리앙 블레이저(Julien Blazer)에게 의뢰하면서 탄생했다. 현재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인 초기의 라이언 엠블럼은 화살을 밟고 있는 사자의 형태로 고안되었으며, 푸조 자동차의 전신인 ‘푸조 프레르(Peugeot Freres, 푸조 형제들)’가 출시한 차의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 이 라이언 엠블럼을 부착해서 푸조 차임을 나타냈다.

이후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표방하며 엠블럼 테두리를 아래로 갈수록 점점 뾰족하게 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거친 푸조의 라이언 엠블럼은 1948년에 들어서 203 출시와 함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벨포르 라이언 엠블럼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현재 모든 푸조 차에서 볼 수 있는 벨포르 라이언은 푸조 공장이 설립된 프랑스 벨포르(Belfort)시의 상징적인 동물이자, 그 지역 프랑슈 백작의 방패와 깃발 등에 사용되던 문장이라고 한다. 벨포르는 프랑스, 스위스, 독일 3개국이 만나는 국경 지역과 아주 가까운 곳으로 각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수차례 전쟁을 치르기도 했던 곳이다. 그때 자유의 여신상을 만든 사람으로 더 유명한 프레드릭 아우구스트 바르톨디(Frederic Auguste Bartholdi)가 벨포르의 강인함을 상징하기 위하여 사자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푸조는 향후 라이언 엠블럼만으로도 푸조가 강인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자동차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도록 더욱 혁신적이고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보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변화하는 푸조의 디자인

최근의 푸조를 비롯한 프랑스 메이커들의 디자인이 바뀌고 있다. 아마도 감각적인 일본차들에게 시장을 빼앗겼던 것에 대한 ‘학습효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전의 차들보다 좀 더 세련되고 감각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현재 푸조의 디자인 수장은 질스 비달(Gilles Vidal)이다. 그의 집권(?) 이후부터 달라진 디자인이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푸조의 디자인은 1955년부터 1980년대의 205모델까지는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Pininfarina)에서 디자인되었다. 물론 205모델부터는 푸조의 자체 디자이너가 일부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최근 푸조 디자인은 변화하는 이미지를 볼 수 있는데, 2011년에 등장한 508을 필두로 해서 좀 더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 등장한 208 역시 그러한 달라진 푸조의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푸조의 소형 승용차는 1980년대의 205가 전성기였다. 205는 약간 직선적인 이미지의 디자인이면서도, 패스트백 형태의 테일 게이트로 명쾌한 기능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시기에 파리-다카르 랠리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등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당찬 이미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지금 푸조는 또다시 변신하고 있다. 이전의 펠린 룩은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로 전면의 인상을 강조했었는데, 그러한 이미지는 유럽에서 보행자 보호법규의 시행과 함께 범퍼의 에어댐이 돌출되고 후드의 완충 공간 확보를 위한 볼륨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상당히 낯선 인상을 만들어냈었다. 비록 그렇게 바뀌긴 했지만, 푸조 특유의 이미지는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약간은 투박해 보이는 이미지로 정교하고 감각적인 일본의 소형 승용차들과 비교하면 그다지 세련된 디자인은 아니었다는 것이 2000년대 후반까지의 푸조 승용차들의 디자인에 대한 솔직한 평가일 것이다.


새로운 208, 뛰어난 연비

새로운 208은 유기적 곡선을 쓰면서도 알맞은 에지를 가미해 인상이 명확한 특징을 보여준다. 시승을 위해 만난 푸조 208의 모습은 문자 그대로 감각적이었다. 헤드램프 위쪽에 마치 전자제품 같은 이미지로 만들어진 DRL(Daylight DRiving Light; 주간주행등)은 매우 감각적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태는 이전의 크다는 느낌에서 벗어나 정교하게 다듬어진 모습이다. 마치 유럽의 갑옷 입은 기사들이 썼던 방패의 이미지가 느껴지는, 다분히 유럽 지향적인 이미지이다.

뒷모습에서는 마치 V자 형태로 경사진 범퍼와 테일 게이트 분할선의 정점이 모이는 곳에 만들어진 빨간색의 뒤쪽 안개등은 감각적이면서도 창의성을 강조하는 프랑스의 예술적 기질이 엿보이는 디자인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테일 램프의 옆 부분에 마치 디귿(ㄷ)처럼 구부린 디자인은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생각해야 할 정도로 파격적인 요소이긴 하다. 신형 푸조 208은 그동안 조금 투박한 느낌이었던 푸조 디자인에 감각적 세련미와 창의성이 더해진 모습으로 유럽 소형차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만하다.

새로운 208의 혁신적인 면모는 운전석에 앉으면서부터 느껴졌다. 마치 레이싱 머신의 것처럼 작은 직경의 스티어링 휠 위로 보이는 슬림한 클러스터의 디자인으로 묘한 긴장감마저 들었다. 마치 달려 나갈 준비가 다 된 레이싱 머신에 앉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속도계 클러스터를 이렇게 배치한 것은 운전 중 전방에서 시선을 빼앗기지 않으면서도 속도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마치 헤드업 디스플레이와도 같은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준다.

시승한 푸조 208은 1.6 EHDI 엔진으로 푸조 특유의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주행 중 차가 멈추어서면 엔진이 자동으로 멈춘다. 그리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부드럽게 다시 시동이 걸려서 운전 중의 지체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정도였다.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정체구간에서 슬금슬금 움직이다가 멈추어 서도 엔진이 꺼지지 않았다. 주행 상황을 판단해서 엔진 정지를 조절하는 것이 분명했다. 필자가 작년에 푸조 508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했을 때도 전혀 위화감 없는 공회전 정지 제어에 놀랐던 기억이 있었는데, 오늘 시승한 208 역시 그러했다. 공회전 제어 기능 덕분에 연비 역시 매우 높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연비는 리터당 전체 평균 18.8km인데, 도심지 연비가 17.1km/L이고, 고속도로는 21.3km/L라고 돼 있다. 그런데 시승 당일의 필자가 체크했던 연비 평균은 리터 당 20.1km였다. 물론 전체 주행 구간 중 시내주행 구간보다 도시고속화도로를 주행한 구간이 조금 더 많았음을 감안해도, 필자가 시승하는 동안 가속감을 알아보기 위해 연비 생각 없이 가속과 감속을 반복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 수치는 상당히 좋은 수치임에 틀림없다.

일상적인 시내주행에서 가속 성능은 매우 경쾌하다. 물론 디젤 엔진의 높은 토크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내에서는 디젤 모델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소음 유입이 잘 억제돼 있어서 더더욱 경쾌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한 MCP 변속기는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다른 보통의 자동변속기에 비해 조금은 낯선 느낌을 주기도 한다.

새로운 208은 푸조의 달라진 면모를 보여준다. 감각적으로 일본의 차들과는 또 다른 유럽의 예술적 감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질감을 중시한 실내의 마감 처리 역시 유럽의 감각이다. 이러한 면모를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아울러 국산 소형 승용차와 경쟁해야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가격의 장벽 역시 극복해야 할 장애물 중 하나일 것이다.

글: 구상 교수

Peugeot 208 1.6 e-HDi Feline(5 door)
가격: 2천990만원
크기: 3960×1740×1550mm
휠베이스: 2540mm
무게: 1165kg
엔진: 직렬 4기통, 1560cc, 디젤
최고출력: 92마력/4000rpm
최대토크: 23.5kg‧m/1750rpm
복합연비: 18.8km/L
CO2 배출량: 102g/km
변속기: 6단 MCP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 / 토션바
브레이크: (앞/뒤) V 디스크 / 디스크
타이어: 205/45 R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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