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받쳐주는 탄탄한 성능, 르노삼성 뉴 SM5 플래티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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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받쳐주는 탄탄한 성능, 르노삼성 뉴 SM5 플래티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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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2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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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말에 나온 3세대 SM5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뉴 SM5 플래티늄을 시승했다. 시간은 참 빠르다. 3세대 SM5가 벌써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오다니 말이다. 그만큼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고 기술의 변화 속도 역시 빠른 것 같다. 새로 바뀐 SM5의 변화를 시승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오늘 시승한 뉴 SM5 플래티늄은 3년 만에 바뀌는 것이지만, 전반적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개념으로 바뀐 성격이 짙다. 그래서 기존의 3세대 SM5가 가지고 있던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최근의 유행에 맞추는 작업이 더해졌다.

우선 외형에서의 변화를 살펴보면, 후드와 라디에이터 그릴, 헤드램프, 앞 범퍼 등의 부품의 변화로 앞모습의 이미지 변화를 보여준다. 그런데 펜더는 바꾸지 않았다. 물론 헤드램프도 기본적인 위치나 크기도 바뀌지 않았고, 그 대신 LED 주간주행등을 넣고, 하우징 내부의 디테일을 바꾸었다. 후드는 전체의 윤곽은 바꾸지 않았지만, 이전의 후드가 중앙에 에지를 세운 디자인이었던 것에서, 바뀐 후드는 이른바 파워 돔(power dome)이라고도 불리는 콧등처럼 생긴 모양의 넓은 면이 살짝 올라온 형태로 바뀌었다.

중형 승용차의 덕목
3세대 SM5는 1세대와 2세대가 그랬듯이, 전반적으로 균형을 이룬 감각을 추구했었다. 닛산의 세피로(Cefiro)를 바탕으로 했던 1세대 SM5는 우리나라의 중형 승용차에서는 가히 혁신적인 품질을 보여준 것만은 틀림없었다. 차량을 그냥 세워놓고 보아도 정성들여 만든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었다. 물론 그런 이미지를 주는 것은 상대적으로 생산량이 적어서, 조립 라인에서 ‘정성들여’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개의 양산 차들의 공정 당 작업시간이 1분 40초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초기의 SM5는 그보다 훨씬 긴 작업시간으로 조립이 됐기 때문에, 품질관리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1세대 SM5는 고품질의 상징처럼 여겨졌었다. 그 대신에 디자인은 개성보다는 무난하고 안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2세대 SM5는 역시 닛산의 승용차 티아나(Teana)를 바탕으로 개발되어 무난한 디자인과 안정적인 품질을 무기로 내세웠었다. 1세대와 2세대 모델 모두 디자인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았지만, 반면에 이렇다 할 개성도 강하게 드러나지 않았었다. 사실 국내시장에서 ‘중형 승용차’는 가족용 승용차로써 모든 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가장 큰 덕목(?)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이 시기였기 때문에, 이런 특징이 SM5의 장점이었고, 그것은 3세대 SM5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3세대가 나온 뒤부터는 그러한 무난함이 중형 승용차에서 장점인지가 의심(?)받기 시작한다. 그것은 YF 쏘나타와 K5 등 개성이 강한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연령’이 젊어지기 시작한데다가, 부릅뜬 듯한 매서운 눈초리의 헤드라이트를 비롯해서, 붓으로 휘갈긴 듯한 강한 캐릭터 라인과 같은 강한 레시피(recipe)로 사람들의 입맛을 바꾸어 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강해지거나 높아지는 것에 한번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다시 이전의 단계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개성 있는 중형차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무난한 차는 오히려 개성 없는 차처럼 보이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실용적 요소
시승을 하면서 느낀 주행 중 뉴 SM5 플래티늄의 실내 소음은 매우 잘 억제되어 있었다. 같은 급의 YF나 K5를 타보면, 노면의 소음이 걸러진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사실 이 점은 필자가 이들 세 차종이 처음 나온 2009년도에 동시 비교시승을 했을 때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실내 정숙성에서는 현대가 잘 해왔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세 차종의 동시 비교 시승에서 필자는 생각을 바꾸어야 했다. 노면 소음뿐 아니라, 실내에서의 엔진음 역시 뉴 SM5가 잘 억제되어 있었다.

사실 실내의 정숙성은 절대적인 소음 수치가 얼마인가에 따라 느껴지는 정도가 다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점은 사람마다, 혹은 주행 환경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대체로 정숙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뉴 SM5 플래티늄은 그런 면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주행 중의 동력성능도 부족함을 느낄 수 없는 정도로 매끄럽고, 추월 역시 아쉬움이 없었다. 자유로를 타고 시내에서 일산까지 이어지는 주행에서 교통의 흐름에 따른 가속과 제동, 그리고 다시 상황에 따라 조금은 급한 가속을 하게 되더라도 운전에 어려움을 느낄 만큼의 출력 부족이나 제동력 부족은 느껴지지 않았다. 패밀리 세단이라는 용도에서는 훌륭한 수준이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동차를 고르는 기준은 독일차의 특성에 기울어진 듯하다. 그것은 동력 성능, 다시 말해 출력이나 주행성능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동력 성능도 중요하지만, 일상적인 승용차에서는 실용성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과연 실용성이란 무엇일까?

자동차 역사를 보면 마차의 의자 밑에 엔진을 얹어서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가 발명된 것은 1886년 독일에서였다. 하지만, 그 ‘엔진 달린 마차’의 엔진을 객실과 분리시켜서 앞쪽에 탑재한 ‘시스템 파나르(System Panhart)’라고 불리는, 오늘날의 자동차와 같은 안락한 느낌의 ‘자동차’로 발전시킨 것은 프랑스였다. 실용적인 기술이란 결국 편리하면서도 일상에서 기술적인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성능은 좋지만, 다루기 어렵다면, ‘실용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략적 디자인
뉴 SM5 플래티늄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려 애썼고, 특별하게 튀는 부분이 없도록 다듬어 만든 손길이 느껴진다. 실내에서 느껴지는 부품들의 질감과 조작 버튼의 배치는 운전자의 입장에서나 동승자의 입장에서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3년간 다듬은 결과물로써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특히 실내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퍼퓸 디퓨저는 후각(嗅覺)이라는 요소를 통해 어필하는 감성으로, 사실상 자동차 성능의 본질적인 요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패밀리 세단에서는 정말로 중요하고 필수적인 기능이다. 이런 감각적 요소의 배려는 요즈음처럼 자동차의 선택 기준에서 소비자들의 주관적 판단이 큰 요인이 되는 때에는 사실상 엔진 성능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차체와 동일한 이미지의 곡선으로 디자인되어 있고, 우드 패널도 흐르는 이미지의 형태이다. 여기에 BSW(Blind Spot Warning system)와 같은 장비들은 가족용 중형 승용차로써는 안정감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내 각 부품들의 디자인이 전반적인 통일성을 가진다는 느낌보다는, 이것저것 그때그때 가져다 붙인 것처럼 조금은 산만하다는 느낌이 오기도 한다.

퍼퓸 디퓨저가 내는 ‘향기’는 훌륭했지만, 그 향기가 나오는 작은 크기의 배출구는 조금 더 세련된 형태로 다듬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차에서 내린 뒤에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무난함을 넘어선 특징
뉴 SM5 플래티늄은 국산 중형 승용차 4강 중 1강이다. 주행 성능이나 승차감, 실내 소음에서는 4강 중에서 1~2위를 다툴 수 있는 정도이다. 안타까운 것은 뉴 SM5 플래티늄의 이런 특징은 차를 직접 타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어서, ‘강한 양념’의 입맛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뉴 SM5 플래티늄의 무난한 차체 디자인만을 보고 지레짐작으로 저평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중형차가 무난함으로 결합된 ‘가장의 차’의 성격으로 팔리는 비중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하드웨어의 가치와,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실용적인 차를 찾는 사람들 역시 많다. 그런 소비자들은 여전히 SM5를 선택하고, 또 그런 실용적인 차를 원한다.

국내시장에서 뉴 SM5 플래티늄이 찾아갈 위치는 ‘강한 양념’을 가진 중형 승용차를 찾는 소비자들과는 다른,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그런 소비자들이 가치 지향적이라고 해서 무난한 디자인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치 지향적인 소비자들일수록 더욱 더 개성적인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소비자들의 개성은 화려하고 자극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세련되고 분명한 성격을 가진 디자인을 원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쩌면 그러한 성격이 프랑스의 자동차들이 가진 예술적 창의성과 연결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강렬한 인상의 디자인을 내세우는 현대/기아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에서 예술적 감성을 추구하는 것이 앞으로 계속해서 SM5가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일 지도 모른다. 새로 나온 뉴 SM5 플래티늄은 거기에 조금 더 다가서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글 : 구상 교수

RENAULTSAMSUNG NEW SM5 PLATINUM
가격 2천612만원
크기 4885×1860×1485mm
휠베이스 2760mm
무게 1415kg
엔진 CVTCⅡ, 1998cc, 휘발유
최고출력 141마력/6000rpm
최대토크 19.8kg‧m/4800rpm
복합연비 14.1m/L
CO2배출량 166g/km
변속기 CVT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 코일스프링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255/45R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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