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더 비틀, 트리플 게이지로 바뀐 꽃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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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더 비틀, 트리플 게이지로 바뀐 꽃병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11.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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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8년 ‘뉴 비틀’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뒤 13년 만에 새롭게 등장한 ‘비틀’. 비틀은 이미 역사를 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갖고 있는 모델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시장에는 늦게 도착했지만, 여전히 화제의 차가 될 만한 요소들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흔히 레트로 패션카로 알려진 뉴 비틀이 새로운 세대를 맞은 비틀에서는 또 다른 명제를 들고 나와야 했다. 레트로 이미지는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맞게 패션은 바꿔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바뀐 디자인이 풍기는 이미지는 오리지널 비틀에 더 가까우면서도 보다 역동적인 인상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남성적인 분위기가 강해졌다. 어쩌면 패션카의 한계, 여성 오너들에게 치중되던 약점들을 극복하려는 의미인 동시에 남성들도 좋아하는 이미지를 부여해 시장을 넓히려는 복선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새로운 비틀은 측면 프로파일이 더 길어지고 낮아진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기존 모델에 비해 길이는 150mm가 늘어난 4,280mm이고, 높이는 15mm가 낮은 1,485mm이다. 또한 폭은 1,810mm로 90mm가 더 넓어졌다.

앞뒤 휠 하우스와 지붕을 크고 작은 세 개의 반원들을 포개놓은 것 같은 뉴 비틀과는 많이 다르다. 지붕의 높이는 낮추면서 지붕의 중간 부분은 길고 평평하게 늘어났고, 더 길어진 후드, 수직에서 이번에는 뒤쪽으로 비스듬히 누운 B필러, 더 두툼하고 강인한 볼륨을 갖춘 C필러 등이 조화되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비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대형 리어 스포일러를 포함한 디테일들 역시 훨씬 모던하고 강한 느낌을 자아낸다.

물론 요즘 나오는 모든 차들이 그렇듯 측면의 유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줄일 수밖에 없다. 이 전제조건을 맞추면서 자신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새로운 변화를 함께 담아내야 하는 것이 자동차 디자인의 과제 가운데 하나인데, 비틀은 우선 익스테리어 디자인 측면에서는 평가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은 외부에서 좋은 인상을 풍긴다면 인테리어 디자인은 조금 떨어져서도 참을 수 있다. 비틀 역시 마찬가지다. 대시보드 레이아웃에서 특징적인 것은 수직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조수석 앞쪽의 상단에 오리지널 비틀처럼 글러브 박스를 마련했다는 것 외에는 예전의 뉴 비틀과 같은 장식적인 요소들은 대부분 제외되었다.

차안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다른 폭스바겐 차들에서 자주 봤던 것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오디오 헤드유닛의 경우도 비틀 전용의 스킨 일체형이 아니라 골프나 파사트에 썼던 것과 같은 모습이다. 멋과 개성화보다는 보편타당함으로 편하게 다가섰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원가절감이라는 내용이 함께 포함된다.

무엇보다 새로운 비틀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던 의문(?) 가운데 하나는 계기판 바로 옆에 놓여 있던 ‘꽃병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 비틀이 미국시장에서 빅히트를 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예쁜 꽃 한 송이를 꽂은 뉴 비틀을 받는 것이 여대생들에게 최대의 선물이었고, 이는 소비자의 감성을 이용한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자주 언급될 정도였다.

그런데 인간의 본성이 그렇듯 있던 것을 없애면 대신 다른 무언가를 바라게 된다. 폭스바겐은 꽃병 대신 무엇을 준비했을까? 꽃병은 옵션이라고 하는데, 오늘 탄 차를 보면 어쩌면 여성적인 감성보다는 남성적인 엔지니어링적인 측면을 다소 부각시킨 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자동차의 본질적인 차원으로 접근 방법을 달리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 차에는 꽃병 대신 대시보드 중앙에는 오일 온도, 크로노미터 기능이 포함된 시계, 그리고 터보의 부스트 압력을 알려주는 세 가지를 묶어놓은 게이지 세트가 배치되어 있다. 사라진 꽃병에 대한 궁금증이 그런 식으로 풀린 셈이다.

시트는 옵션 좋아하는 사람들이 탐낼 만한 비엔나 가죽 스포츠 시트로 치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뒷좌석은 어린이나 태울 수 있을 정도로 형식적이다. 휠베이스와 지붕 길이가 늘어난 만큼 뒷좌석 앞뒤 거리(레그룸 797mm)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가방이나 작은 짐을 싣기에 적당하다. 물론 늘어난 길이는 트렁크 공간을 키우는데도 일조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뒷좌석은 트렁크 공간을 더 늘려야 할 때 폴딩 기능을 이용해 유용하게 쓰라고 만든 것 같다. 이렇게 하면 적재공간이 905리터까지 커진다.

스티어링 휠은 아래쪽을 잘라낸 D컷 타입에 스포크와 중앙부에 고광택 블랙컬러로 액센트를 주면서 멋을 더했고, 대시보드의 전면부는 카본룩, 그리고 버튼이나 로터리 스위치, 기어 실렉터 레버 등 손이 자주 닿는 곳에는 알루미늄 컬러로 치장했으며, 알루미늄 페달까지 곳곳에서 스포티한 감성을 내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과연 그런 감성이 달리기 성능에도 이어질까? 사실 여기서의 과제는 140마력 버전 디젤 TDI 엔진과 6단 DSG를 포함해 라이드&핸들링 측면에서 같은 A5 플랫폼(PQ35)으로 만든 다른 차들(현재 폭스바겐의 제타, 티구안, 시로코, 6세대 골프, 아우디의 A3와 TT)과 어떻게 차별화시켰느냐는 것이다.

13년 전에 개발된 뉴 비틀에 비해 지금의 비틀에서 가장 확실히 달라진 부분은 바운스에 관련된 것이었다. 오래전 기억을 떠올려보면 구형이 된 뉴 비틀은 강하지는 않아도 제동이나 급커브에서 나타나는 수직적으로 통통거리는 바운스 느낌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런 기분 나쁜 바운스는 최소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급제동 시 불필요한 바운스는 줄어들고, 전후방향의 여진만 남는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시동 초기 저속 구간을 달리면서 자주 제동을 가할 때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다가 순간적으로 가속을 위해 다시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약간 ‘덜커덕’하는 소리와 함께 약간 끈적이듯 페달의 리턴 동작이 늦을 때가 있다. 한참을 달리거나 고속에서는 이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는데, 다음날 아침에도, 장시간 세워두었다가 다시 출발할 때도 이런 이질감은 그대로였다.

스티어링 에포트는 아주 묵직하지도 너무 부드럽지도 않을 정도로 적당하며, 스티어링이 센터를 찾아가는 감각도 마찬가지로 적당하다. 차의 스티어링 입력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은 상황에서 노면의 기울기와는 거의 상관없이 차는 무거운 사람이 탄 반대쪽으로 서서히 흐르게 되는데, 지금 수준이면 하중의 변화에 대한 움직임에서 큰 무리가 없는 정도다.

휠과 타이어는 기본형인 16인치가 아니라 235/45R 18인치를 적용했는데, 이 부분에서 일종의 자세와 접지력은 좋아질지 몰라도 연비와 스피드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저단에서 고단까지 가속감이 나쁘지는 않다. 엔진의 회전 한계가 5,000rpm으로 늘어났지만 풀 액셀러레이팅에서도 2단으로는 75km가 한계이고, 3단 3,000rpm에 이르러서야 100km를 넘어설 수 있다. 기어를 수동 모드로 바꿔 가속 중심으로 차를 이끌 경우 3단에서 5단 사이, 스피드는 80~160km 구간에서 비교적 경쾌한 반응을 보인다. 5단과 6단은 저단보다 작은 파이널 기어를 쓰는데, 그래도 5단까지의 가속감은 좋은 편이다. 6단은 최소 70km 이상의 영역에서 주로 연비 중심의 정속 주행을 담당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주행성능에서 골프나 시로코에 비하면 가속에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조금씩은 뒤지는 것 같다. 물론 포지셔닝 전략 측면을 고려했을 때 고성능 비틀이 아닌 보통의 비틀이라면 레트로 패션카의 영역에 남겨두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해가 간다. 퍼포먼스까지 더 키운다면 다른 차들의 영역과 더 겹쳐지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트로 패션카 부문에서 경쟁할 활기차고 자유분방한 ‘미니’를 생각해보자. 어쩌면 지금으로선 꽃병을 좋아하는 여대생은 물론 남대생까지 유혹할 무언가를 던져야 하는 것이 비틀의 영역이자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글 · 김태천, 사진 ·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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