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카이엔 S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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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카이엔 S 하이브리드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5.0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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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카이엔 중에선 넘버 2

지난 2005년 7월로 기억된다. 당시 포르쉐 AG의 한스 리들 부회장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필자는 “환경에 대한 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포르쉐도 친환경차를 만들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질문에 한스 리들 부회장은 “포르쉐는 기본적으로 스타일과 퍼포먼스로 가치를 평가받는 차다. 따라서 스포츠카 메이커로의 고유 이미지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현재 우리의 엔진은 성능에 비해 연비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카이엔 같은 경우 조금 다를 수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포르쉐는 디젤차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포르쉐는 퍼포먼스 카로 남을 것이며, 그것이 포르쉐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답변했다.

이미 디젤 버전을 만들어낸 현재 포르쉐의 행보를 보면 그의 말이 다 맞지는 않다. 물론 그의 말이 포르쉐의 미래에 대한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이미 포르쉐도 하이브리드에 대한 기술 개발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셈이다. 하나의 모델 브랜드 중에도 가격, 출력과 토크, 스피드 등 전반적인 면을 고려해 각 모델의 포지셔닝을 결정하게 되는데, 카이엔 S 하이브리드는 카이엔 터보의 바로 아래. 그러니까 카이엔 중에서 ‘넘버 2’에 해당하게 되는 셈이다. 그만큼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자했고, 따라서 그만한 위치에 배정시킨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카이엔 S 하이브리드의 파워 유닛은 가솔린 직분사 V6 엔진에 루츠(Roots blower)타입 슈퍼차저를 추가해 엔진 파워만으로 333마력을 내며, 여기에 최고 47마력의 전기모터를 사이에 두고 팁트로닉 S 8단 자동변속기를 더한 병렬 풀 하이브리드(Parallel-full hybrid) 타입이다. 여기서 풀 하이브리드 타입의 기준은 간단히 말해 엔진이 돌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모터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 엔진의 최대토크는 44.9kg·m/3,000~5,250rpm이며, 전기모터의 토크는 30.6kg·m/1,150rpm이다. 그리고 ‘넘버 2’라는 것이 말해주듯 전체 시스템 파워는 380마력으로 리터당 111.3마력에 해당되며, 시스템 최대토크는 59.1kg·m/1,000rpm에 달한다.

흥미로운 것은 하이브리드용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지 않는 한, 출발은 무조건 전기모터의 힘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처음 가속 페달을 밟으면 앞으로든 뒤로든 아무런 진동 없이 차는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스르르 움직인다. 그러다가 가속 페달을 좀 세게 밟으면, 엔진이 활성화된다. 물론 신나게 달리다가 신호대기로 정차하거나 가다서기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에서도 마찬가지다. 엔진은 정지하고 시스템만 살아있다가 가속을 하면 필요에 따라 모터와 엔진이 유기적으로 대응한다.

특히 이렇게 파워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엔진이 개입되거나 엔진이 정지되며 파워 전달에서 빠지는 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정말 매끄럽다. 가속이든 감속이든 말하자면 파워의 모체가 전환될 때의 동작이 거슬림 없이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다만 저속 영역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의 모듈레이션 감각(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운전자가 인지하는 제동감과 실제의 제동이 자연스럽게 일치하는 감각)이 기존의 카이엔보다는 떨어진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이 대부분 그렇듯 카이엔도 연비 향상과 에너지 효율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대하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인식을 유도하는 측면은 분명 강하다. 현실적으로 연료의 절감 역시 지·정체 구간을 지날 때와 차가 출발할 때, 그리고 토요타가 맨 처음 적용했던 것처럼 순수하게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는 ‘E-Power’ 모드가 작동될 때 가장 많이 느끼게 된다. 가령 카이엔 S 하이브리드를 타고 30분 이상 정체 구간을 통과한 뒤 중앙 모니터에서 엔진 오프 모드(Engine-Off Mode) 그래프를 확인한다면 당신도 연료 절감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이브리드이면서 엔진에서는 여전히 많은 CO₂를 배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이 차는 카이엔 중에서 CO₂ 배출량이 가장 적다.

하지만 단점도 몇 가지 있다. 그것들은 대부분 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하나인 배터리에서 시작된다. 카이엔 S 하이브리드의 고전압 배터리는 트렁크 바닥에 위치하는데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하나는 엔진이 정지되어 고유한 상태에서 더 명확하게 들리는 고전압 배터리의 고주파 소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주행 안정성 측면이다. 뒤쪽에 배치된 고전압 배터리의 위치를 비롯해 전체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배치와도 연관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급회전이나 급차선 변경 등에 따른 모션, 특히 복원동작에서의 안정감이 휘발유 엔진을 얹은 카이엔 같지는 않다.

그래도 포르쉐가 잊지 않은 것은 포르쉐다움이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은 가감속이나 여러 가지 핸디캡을 대부분 ‘하이브리드’라는 단어를 팔아 잠재우려 하지만, 포르쉐는 카이엔 중에 ‘넘버 2’에 해당하는 충분한 파워로 기대이상의 가속력과 드라이버빌리티를 잘 심어 놓았다.

글ㆍ김태천

SO GOOD
■ 풀 하이브리드라는 예상치를 능가하는 파워와 가속
■ 안정적인 시스템 전환
■ 연비 향상

NO GOOD
■ 고전압 배터리에서 나오는 고주파 소음
■ 다른 카이엔보다 떨어지는 주행안정성

FACT FILE
PORSCHE CAYENNE S HYBRID
가격 1억2천50만원
크기 4846×1939×1705mm
휠베이스 2895mm
무게 2240kg
엔진 V6, 2995cc, 휘발유 + 전기모터
최고출력 385마력/5500rpm
(엔진: 338마력, 모터: 47마력)
최대토크 59.0kg·m/1000rpm
(엔진: 44.8kg·m, 모터: 40.8kg·m)
최고시속 242km
0→시속 100km 가속 6.5초
연비 10.3km/L
CO₂ 배출량 235g/km
변속기 8단 자동
타이어 265/50 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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