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올 뉴 이스케이프. 키 큰 포커스 같은 달리기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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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올 뉴 이스케이프. 키 큰 포커스 같은 달리기성능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11.0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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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자동차 브랜드의 위기는 미국시장에 얼마만한 지분을 갖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명암이 엇갈린다. 유럽차를 미국시장에 팔기는 쉬워도(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국차를 유럽시장에 팔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유럽형 모델은 설계부터 따로 만들었다. 유럽 포드의 히트작 포커스는 유럽의 치열한 C세그먼트와 핫해치 시장에서 꾸준하게 존재감을 입증해왔다. 하지만 수년 전 불어 닥친 미국 빅3의 위기 이후 포드는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많던 브랜드는 이제 링컨과 포드만이 남았을 뿐이다. 항공업계 출신의 새로운 CEO 앨런 멀래리 체제 하에서 포드는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단일한 한 가지 모델을 생산한다는 원 포드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다.

오늘 만나는 포드의 3세대 신형 이스케이프는 이러한 원 포드 전략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모델이다. 예전 이스케이프는 투박하면서도 무난한, 실용적인 SUV였다. 마쓰다와 공동개발했기에 마쓰다가 트리뷰트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던 모델이다. 이 클래스에서의 유럽 전략형 모델은 쿠가. 그리고 이번 3세대에 이르러 미국형 이스케이프와 유럽형 쿠가가 합체하기에 이른다. 원 포드의 깃발 아래에서.

포드는 이를 미국차의 실용성과 유럽차의 감성의 결합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실제는 쿠가의 후속모델이 이스케이프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 같다(유럽에서는 여전히 쿠가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스타일이나 실내 구성에서 그러한 혐의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무튼 예전 이스케이프를 생각하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차가 눈앞에 있다. 앞모습을 보면 마치 포커스를 뻥튀기해 놓은 모습이다. 그러다가 옆으로 돌아가면서 보면 꽤 긴 보디를 만난다. 뒤로 가서 보면 갑자기 어색한 마무리가 조금 당황스럽다. 앞부분에서 고조된 스포티한 이미지가 급냉각되는 느낌이다.

신형 이스케이프는 키를 몸에 지니고 뒤 범퍼 아래로 발을 살짝 집어넣으면 트렁크가 열리는 ‘핸드프리 리프트게이트’를 새로 적용했다. BMW 뉴 3시리즈에서 먼저 경험해본 기능이다. 그런데 이건 누가 특허를 걸어놓지 않은 모양이다. 애플 또는 삼성이라면 이미 해두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이 기능은(열린 게이트를 닫을 때 버튼을 눌러 닫는 기능을 포함해서) 2.0 고급형 모델에만 달린다.

시승차는 1.6 모델이 당첨. 직분사 터보 180마력의 다운사이징 엔진이다. 아무리 컴팩트 SUV지만 1.6 엔진으로 괜찮을까. 공차중량도 1,740kg으로 더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초기가속을 하는데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발에 힘이 좀 실린다. 엔진은 2.0이라 해도 믿을 만큼 힘 부족을 느끼지는 않는다. 의외로 힘차게 뻗어나간다. 속도가 붙을수록 펀치가 더 세지는 느낌이 만만찮은 상대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시속 100km 언저리를 넘으면 로드 노이즈가 제법 커지기 시작한다. 하체로부터 들리는 소리는 SUV이므로 감안해야 하지만 풍절음까지 하모니로 들린다.

가속이나 파워 그리고 직진안정성은 고속도로에서 확인했다. 지방도로로 빠져나오자 와인딩로드가 펼쳐진다. 코너링을 체크할 수 있는 구간. 뉴 이스케이프는 마치 키 큰 포커스처럼 코너를 휘감아 나갔다. 전반적으로 스티어링은 가벼운 느낌이었는데 코너에서는 느슨하지 않고 타이트하게 반응했다. 착착 감기는 핸들링은 확실히 신형 이스케이프가 쿠가의 후예임을 말해주었다. 토크 벡터링과 커브 컨트롤을 동시에 적용한 것도 코너링에 그만큼 신경을 썼다는 얘기. 스포트 모드에서 수동변속은 웬만해서는 선택한 기어 단수가 자동으로 바뀌지 않았고, rpm이 레드존으로 넘어서자 변경되었다.

시트는 적당히 편안했고 좌우를 흔들어대는 코너에서도 밀착감을 크게 잃지는 않았다. 계기 배치는 그리 어려운 수준은 아닌데 다소 복잡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는 없다. 포드가 자랑하는 스마트 기능은 실제 해보면 잘 안 된다. 두 개의 컵홀더 외에 마당한 수납공간이 없다는 점도 SUV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그밖에 뒷좌석이나 화물칸 레이아웃 등 유틸리티는 미국차의 장점을 잘 살려 나온 것 같다. 1.6 엔진으로 이룬 성과가 놀랍기도 하지만 연비가 10.1km/L에 그친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디젤이 인기 있는 국내시장에서 휘발유 SUV의 한계다. 나름 경쟁력 있는 가격대가 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포인트다.

글: 최주식

Ford all-new ESCAPE 1.6 AWD
가격 3천470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525×1840×1690mm
휠베이스 2690mm
엔진 직렬 4기통 1596cc
최고출력 180마력/5700rpm
최대토크 25.4kg·m/2500rpm
연비 10.1km/L
CO2 배출량 174g/km
변속기 자동 6단(수동 기능)
서스펜션(앞/뒤)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앞/뒤) 모두 235/55 R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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